홍보 내용과는 딴판인 노숙인 취업 제도···1·2기 모두 취업 활성화 안돼 '반쪽짜리'
서울시는 신세계조선호텔과 노숙인 자활·자립을 지원하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지난해 6월과 11월 두 차례에 걸쳐 호텔리어 34명을 배출했다고 발표했다. 노숙인 호텔리어 사업은 서비스와 현장교육 등을 호텔 측이 담당하고, 전반적인 운영은 시가 위탁한 노숙인 재활시설에서 하고 있다. 시는 1000만원가량의 예산을 투입했다.
또 1기 수료생 중 6개월이 지난 현재까지 일을 하고 있는 수료생은 한 명도 없다. 14명은 아예 일을 하지 않고 있고 3명은 현재 면접 대기 중이다. 2기 역시 4명만 호텔이나 마트 협력업체에서 일하고 있다. 채 몇 달이 되지 않은 시점에 대부분의 수료생들이 일을 그만뒀지만 실태조사는 하지 않은 채 개인적인 사유로 치부하는 데 그쳤다.
서울시 관계자는 "호텔 업무가 맞지 않는 경우가 있어 마트 분야로 확대해 취업을 연결했고 의지가 약하거나 업무에 적응을 하지 못하는 등 개인적인 이유로 퇴사하는 것을 시에서 막을 수는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2기 교육에 참가했던 한 교육생은 수료식 당일 "노숙인이 취업을 하면 조금만 실수를 해도 '그럴 줄 알았다'는 비난을 하거나 공공연히 퇴사 압박을 주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것들을 시에서도 관리해 유지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했지만 결국 지켜지지 않은 셈이다.
시는 "지난해 처음 시행한 탓에 준비가 다소 덜 된 부분이 있었다"고 해명했지만 1기 수료생들이 줄줄이 일터를 떠난 후에도 보완책을 마련하지 않았다. 사회적 입지가 약한 노숙인을 내세워 실적 홍보에만 급급한 '전시행정'에 머물렀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워 보인다.
시 관계자는 "올해에는 1·2기 운영 시 부족했던 부분을 제대로 파악하고 노숙인 호텔리어 사업을 보완해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혜영 기자 itsm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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