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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淸思]개각설보다 '卒(졸)내각"이 문제다

최종수정 2014.01.10 11:10 기사입력 2014.01.10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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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최창환 대기자]연초에 불거졌던 개각설이 잠잠해 졌다. 박근혜대통령이 개각은 없다고 단언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장관들의 입지는 더 좁아진 느낌이다. 기자회견내용을 되짚어 보자.

 박대통령은 "아무리 역량이 뛰어난 사람이라도 업무를 제대로 파악하고 일하려면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다. '역량이 뛰어나지만' 업무 파악도 못한 장관이 있다는 얘기다. "개각설이 또 나오지 않도록 더욱 열심히 일해달라"고도 주문했다. '열심히 했다고 하지만' 기대에 못미친다는 뉘앙스를 풍긴다. 은연중 내각을 대하는 대통령의 마땅찮은 시각이 배어있다.

 말꼬리 잡는게 아니다. 박대통령의 내각에 대한 인식이 그래왔다. 박 대통령이 모든 일을 '깨알' 지시하고 질책과 꾸중으로 1년간 장관들을 대해왔다. 장관들은 헌법기구인 국무위원이다. 각료로서 대통령을 보필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나라의 중대사를 놓고 대통령과 토론해야 한다. 현정부의 장관들은 대통령 심부름을 하는 '마름'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박대통령은 장관들에게 독자적 아젠다를 갖지 말라고 주문했다. 대통령은 지시하고 각료들은 내용을 꼼꼼히 메모한 뒤 열심히 이행하는 모습을 TV화면을 통해 숱하게 봐왔다. 엄격한 사감선생님과 학생들을 보는 느낌이다. 엄한 선생님이 있으면 학생들은 시키는 숙제는 잘한다. 하지만 창의적인 학생은 나오기 힘들다. 자신의 느낌에 충실한 "느낌 아니까!"가 앞서야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나온다. 책임 총리와 책임 장관이 창조경제와 어울린다. 1년만에 책임내각은 실종되고 대통령의 입만 주시하고 따라하는 앵무새 내각이 된 느낌이다.

 대통령이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만들겠다고 말하자 현오석 경제부총리는 당장 구체적인 실행계획을 2월말까지 만들기로 했다. 관계장관회의가 줄줄이 열리고 종합대책이 발표될 것이다. 정말 잘되면 좋겠다. 그러나 기존의 패턴이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 대통령이 말하면 정부는 정책을 급조해 발표하고 이해당사자는 반발한다. 이를 둘러싼 여야대치와 입법부와 행정부의 불협화음도 뻔하다. 사회적갈등이 고조되면 박대통령은 원칙을 앞세워 국회와 이해당사자를 압박한다. 그러다 적당한 바꿔치기로 갈등을 봉합하고 해결을 뒤로 미룬다. 지난 한해 세법파동, 예산안처리를 포함한 연말국회, 철도파업 등이 유사한 패턴을 되풀이 했다. 힘과 시간을 낭비했다.
 개각설이 잦아들려면 믿고 함께 하는 각료들이 필요하다. 그래야 내각의 능력이 극대화 돼 난국을 돌파할 수 있다. 국민들은 대통령보다 각료들에 대한 기대수준이 높다. '앵무새' 노릇만 하지 말고 때론 '옆길로 새'서 창의적인 업무를 수행해주기를 바란다. 각료들이 '바담풍'과 '게걸음'을 반복하면 개각설이 또 나올 것이다. 따지고 보면 개각설의 진앙지는 박 대통령일런지도 모른다.

세종=최창환 대기자 choiasi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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