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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 수천억 탈세 효성 조석래·조현준 父子 등 불구속 기소(종합)

최종수정 2014.01.09 15:56 기사입력 2014.01.09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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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조성 비자금 1억달러, 8900억원 분식회계
공소시효 감안 1500억원 탈세, 923억원 횡령·배임, 500억원 불법배당, 허위 공시로 기소
손실은 회사로 수익은 총수 일가로, 장남에 157억원 불법증여


[아시아경제 정준영 기자] 효성그룹의 수천억원 탈세 및 비자금 조성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 등 그룹 임직원 5명을 재판에 넘겼다. 조 회장 일가와 효성그룹은 해외 법인 및 페이퍼컴퍼니를 동원해 1억달러 규모의 해외비자금을 조성하고도 세금은 물지 않으면서 국내외 차명계좌를 통한 주식거래로 돈을 벌어들이고, 분식회계로 그룹 부실은 숨기려 한 것으로 조사됐다.
회사자금으로 투자 손실을 메우거나 막대한 배당금을 챙겨감은 물론 불법증여에 이르기까지 총수 일가의 도덕적 해이도 단면을 드러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검사 윤대진)는 9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조세포탈 및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횡령 등의 혐의로 조 회장을 불구속 기소했다.

당초 검찰은 조 회장에 대한 구속 수사 방침을 세웠으나 법원은 조 회장의 연령·병력 등을 감안해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를 기각했다. 이후 조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재청구 여부를 검토한 수사팀은 수사 진행 경과 및 심장 부정맥 악화 등으로 치료 중인 점 등을 고려해 불구속 기소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검찰에 따르면 조 회장은 8900억원 규모 분식회계 및 수천억원 규모 국내외 주식 차명거래로 1506억원 상당 조세를 포탈하고, 해외법인 자금을 빼돌려 개인 빚을 갚는 데 쓰거나 페이퍼컴퍼니에 대한 채무를 불법면제해주는 등 923억원대 배임·횡령에 나선 혐의(특가법상 조세포탈 및 특경가법상 배임·횡령)를 받고 있다.

검찰은 조 회장의 범행을 도운 이상운 부회장을 함께 기소하면서 당초 그룹의 불법적인 자금운용에 관여했을 가능성이 제기된 조 회장의 아들 삼형제에 대해서는 의사결정 과정에 대한 관여가 입증되지 않아 직접적인 기소대상에서 제외했다.

다만 장남 조현준 사장은 아버지로부터 해외 페이퍼컴퍼니 계좌로 비자금 157억원을 물려받으면서 증여세 70억원을 포탈하고 생활비 등 사사로운 지출에 쓴 신용카드 대금 16억원을 법인에 떠넘긴 혐의(특가법상 조세포탈 및 특경가법상 횡령)로 불구속 기소됐다.

싱가포르 법인을 동원한 불법 채무면제에 가담한 전략본부 임원 김모씨, 검찰 압수수색 직전 회사는 물론 조 회장의 자택 등에서 전산자료나 문건 등 각종 증거를 파기·은닉하게 한 지원본부장 노모씨 등도 함께 재판에 넘겨졌다. 효성 측은 증거인멸을 목적으로 검찰 압수수색을 앞둔 지난해 9~10월 컴퓨터 170여대의 하드디스크를 파기·은닉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 회장은 1996년부터 홍콩에 페이퍼컴퍼니를 세워 해외 법인자금으로 국내 주식을 사들여 온 것으로 조사됐다.

조 회장은 2006년 효성그룹이 3500억원대 부실채권을 자진신고하는 틈을 타 페이퍼컴퍼니에 대한 불법 채무면제에 나섰고, 2011년 페이퍼컴퍼니 명의의 주식을 팔아 최근까지 스위스은행 홍콩지점에 858억원을 보유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조 회장은 또 2001년부터 홍콩에 차명계좌를 개설해 비자금 720만달러를 넣어두고서 이를 이용해 효성 주식을 거래하는 등 불법적인 자금 운용을 이어오다 2006~2011년 남은 돈을 장남에게 물려준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물려받은 재산으로 미국 부동산 구입 등에 나선 조현준 사장이 미국시민권자 명의 등을 동원해 불법증여를 숨겨왔다고 설명했다.

검찰 조사 결과 조 회장 일가는 1990년대부터 임직원 등 229명의 국내 차명계좌 468개로 2000억원 규모 차명 주식을 관리해 오다 2003~2012년 이를 내다 팔아 700억원을 벌어들인 것으로 드러났다.

조 회장은 국내 차명주식의 경우 선대로부터 상속한 것이라고 주장하는 한편, 해외 비자금에 대해서는 출처가 기억나지 않는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 회장은 외환 위기 직후 담보 및 연대보증으로 내놓았던 800억원대 본인 실명 재산이 부실 계열사 빚을 갚는 데 쓰일 지경에 처하자 1998~2008년 장부조작 등의 수법으로 8900억원 상당의 분식회계를 지시하고, 이 와중에도 이익을 낸 것처럼 꾸며 1270억원을 불법 배당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공소시효가 지나 처벌할 수 없는 몫을 제외한 5010억원 규모의 분식회계에 따른 조세포탈 및 허위 공시(특가법상 조세포탈, 자본시장법 위반), 조 회장 일가가 불법 배당으로 챙겨간 500억원에 대한 법적 책임(상법 위반)을 조 회장 등에게 묻기로 했다.

검찰 조사 결과 2000년대 초반 효성그룹이 조성한 해외 비자금 규모는 1억500만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공소시효가 지나지 않아 공소사실에 포함된 6500만달러(690억원 상당)는 조 회장 및 조 회장의 해외 차명회사와 페이퍼컴퍼니 빚을 갚는 데 쓰인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조 회장과 효성그룹이 포탈한 조세를 국세청이 추징할 수 있도록 관련 자료를 통보하는 한편 해외 페이퍼컴퍼니를 이용해 비자금을 조성·운용한 역외 탈세 범죄가 날로 조직화·지능화되고 있음이 드러난 만큼 향후 유관기관과 협조해 지속적으로 단속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금융계열사 사유화 의혹은 금융당국 특별검사 이후

한편 조 회장 일가가 금융계열사인 효성캐피탈을 사금고처럼 이용한 의혹에 대해서는 사법처리까지 조금 더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2004년 이래 효성캐피탈이 조 회장의 아들 삼형제에게 빌려준 돈은 누적 합계 4150억여원 규모로 특히 장남에게만 1766억4400만원이 집중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임직원 명의를 도용한 차명대출 여부 등 금융감독원이 지난해부터 해당 의혹에 대한 특별검사를 진행 중인 만큼 금융당국의 제재 논의 및 결과를 지켜본 뒤 위법행위가 확인되면 사법처리 여부 등을 결정할 계획이다.

효성 “심려 끼쳐 죄송, 경영상 판단 따랐던 것 재판에서 적극 소명”

이와 관련해 효성그룹 측은 “검찰 수사 결과를 존중하며 그간 심려를 끼쳐드린 데 대해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다만 효성 측은 “십수년 전부터 시작된 사안을 현재의 잣대로만 평가하는 것은 가혹할 수 있고, 회사 경영상 판단에 따른 것으로 사익을 취하거나 비자금을 조성한 바 없다는 기존 입장에는 변화가 없다”면서 “향후 재판과정에서 적극 소명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정준영 기자 foxfur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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