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총리실발 1급 물갈이가 타 부처로 확대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액면 그대로 믿는 이는 드물다. 앞서 교육부는 지난 1일자로 본부와 산하기관 1급 5명 가운데 3명을 교체했다. 친박근혜계 핵심인 유정복 안전행정부 장관은 "공직이기주의를 버리고 철밥통을 깨야 한다 면서 "부처별로 1급 공무원에 대해 일괄사표를 받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역대정권은 실제로 정권 출범과 동시에 1급 인사를 단행했다. 이번 1급 인사를 이전 사례외 비교하면 오히려 타이밍이 늦은 것이다. 참여정부가 출범했을 때에도 1급들은 사표를 냈고 이명박정부가 출범한 2008년 2월에도 중앙부처 1급은 청와대의 방침에 따라 예외없이 사표를 제출했다.
그때마다 선별과정을 거쳤고 퇴출대상이 된 1급은 공직사회를 떠났고 1급의 빈 자리는 2,3급으로 채워지고 이후 연쇄적으로 후속인사가 이어진다. 1급 자리 하나가 변동이 생기면 2급 이하 수십 여명의 공무원의 연쇄인사를 낳는 효과가 있다. 이 때문에 1급 일괄사표는 단순히 1급만의 문제가 아니라 부처 전체, 공직사회 전체의 문제가 된다.
공직사회 기강확립과 조직쇄신의 방법론에 선(先) 사표 제출 후(後) 선별처리 만 있는 것은 아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예산ㆍ인사ㆍ조직에 대한 권한을 각 부 장관에게 실질적으로 위임하는 책임장관제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대통령의 부인에도 개각설이 끊이지 않는 것은 책임지는 장관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장관들에는 분발을 촉구하면서 정작 장관들이 책임져야할 1급을 대폭 물갈이한다면 선후가 바뀐 것이고 이것이 바로 비정상이다. 인사 비정상의 정상화는 책임장관제 확립과 인사쇄신의 병행에 있다.
이경호 기자 gungh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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