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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블로그]책임장관제와 1급 물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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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공무원의 꽃이라는 1급들이 떨고 있다. 총리실발(發) 인사태풍이 관가에 몰아칠 조짐을 보이고 있어서다. 지난해 말 총리실 1급 10명이 일괄사표를 제출할 때만해도 "기껏해야 한 두명 정도 (경질되겠지)" 라는 생각이 많았다. 정홍원 총리도 지난 4일 관계장관회의를 통해 "크게 동요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그런데 박근혜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개각은 없다고 밝힌 지 이틀만인 8일 총리실에서만 1급 5명이 한꺼번에 경질됐다.

정부는 총리실발 1급 물갈이가 타 부처로 확대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액면 그대로 믿는 이는 드물다. 앞서 교육부는 지난 1일자로 본부와 산하기관 1급 5명 가운데 3명을 교체했다. 친박근혜계 핵심인 유정복 안전행정부 장관은 "공직이기주의를 버리고 철밥통을 깨야 한다 면서 "부처별로 1급 공무원에 대해 일괄사표를 받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1급은 장차관같은 정무직은 아니다. 고위공무원단에 속해 있어 일반직 공무원처럼 신분보장은 되지 않는다. 노무현정부 시절 만들어진 고위공무원단 제도에 따라 계약기간 동안에만 직무를 수행한다. 현재 중앙부처의 1급 가운데 대부분은 박근혜정부 출범 직후인 지난해 3,4월에 임명됐다. 이 때문에 상당수 1급들은 "임기 1년도 안돼 물갈이되면 공직사회에 대 혼란이 올 것"이라고 말한다.

역대정권은 실제로 정권 출범과 동시에 1급 인사를 단행했다. 이번 1급 인사를 이전 사례외 비교하면 오히려 타이밍이 늦은 것이다. 참여정부가 출범했을 때에도 1급들은 사표를 냈고 이명박정부가 출범한 2008년 2월에도 중앙부처 1급은 청와대의 방침에 따라 예외없이 사표를 제출했다.

그때마다 선별과정을 거쳤고 퇴출대상이 된 1급은 공직사회를 떠났고 1급의 빈 자리는 2,3급으로 채워지고 이후 연쇄적으로 후속인사가 이어진다. 1급 자리 하나가 변동이 생기면 2급 이하 수십 여명의 공무원의 연쇄인사를 낳는 효과가 있다. 이 때문에 1급 일괄사표는 단순히 1급만의 문제가 아니라 부처 전체, 공직사회 전체의 문제가 된다.
현재 중앙부처 1급은 1950년대 말과 60년대 초반에 태어나 1980년대 초반에 행정고시에 합격한 이들이 대부분이다. 5급 사무관에서 시작해 30여년 가량을 공직에 몸담으며 1급에 오른 엘리트 중의 엘리트다. 남들에겐 철밥통으로 보여도 산전수전에 공중전까지 겪으며 전문성과 폭넓은 경험을 쌓아온 인재임은 분명하다.

공직사회 기강확립과 조직쇄신의 방법론에 선(先) 사표 제출 후(後) 선별처리 만 있는 것은 아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예산ㆍ인사ㆍ조직에 대한 권한을 각 부 장관에게 실질적으로 위임하는 책임장관제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대통령의 부인에도 개각설이 끊이지 않는 것은 책임지는 장관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장관들에는 분발을 촉구하면서 정작 장관들이 책임져야할 1급을 대폭 물갈이한다면 선후가 바뀐 것이고 이것이 바로 비정상이다. 인사 비정상의 정상화는 책임장관제 확립과 인사쇄신의 병행에 있다.





이경호 기자 gungh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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