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종길 기자]올해 프로야구 LG의 키워드는 자율이다. 체력테스트 신설 등으로 긴장을 조성한 지난 2년과 대조적이다. 김기태 감독은 3일 시무식에서 “이제는 엄했던 분위기에 부드러움을 겸비하겠다”고 했다. 왜 레퍼토리는 달라졌을까.
지난 시즌 LG는 승률 57.8%(74승 54패)로 2위를 했다. 매번 발목 잡혔던 중반기 고비를 넘었다. LG는 2011년과 2012년 4강 전력으로 분류되고도 가을야구에 실패했다. 초여름만 되면 내리막을 탔다. 2011년 5월 2위를 달렸으나 공동 6위(승률 33.8%, 59승 2무 72패)로 시즌을 마감했다. 선발, 계투진의 동반 부진에 제동이 걸렸다. 2012년도 다르지 않다. 7월 급격한 부진을 겪더니 7위(승률 44.2%, 57승 4무 72패)에 머물렀다.
원동력은 선수단 전체의 변화다. 필요할 때 선수단을 휘어잡은 김 감독의 리더십에 주축 선수들이 스타의식을 버렸다. 모래알 같은 조직력은 자연스레 씻겨 내려갔다. 대신 자가 주도 분위기가 형성됐다. 이병규, 박용택, 이진영 등 고참들에게 중심을 잡도록 힘을 실어준 덕이었다. 다소 파격적이었다. 휴식기 훈련 일정, 월요일 원정 출발 시간 등을 선수들이 직접 짜게 했다. 벌금 등 각종 규율까지 맡겼다. 차명석 코치는 “김 감독은 시즌 내내 선수들과 소통, 잡음을 사전 차단했다”며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지난 선전이 가능했다”고 말했다. 이병규는 “감독이 되면 바뀌시는 분들이 계신데, 김 감독님은 한결같다”고 했다.
그렇게 이끈 분위기를 김 감독은 더 이상 의심하지 않는다. 계기가 있었다. 지난해 11월 일본 고지 마무리훈련에서 김 감독은 8km 달리기를 주문했다. 체력테스트에서 4km를 뛰었던 선수들 사이에선 거리가 2배로 늘었단 소문이 돌았다. 자칫 전지훈련에 갈 수 없단 불안에 비활동기간에도 긴장이 감돌았다. 서로 질 새라 체력 단련에 신경을 쏟았다. 소식을 전해들은 김 감독은 계획했던 테스트를 폐지했다. 선수들이 자율야구의 기틀을 마련했단 확신이었다. 그는 “선수들이 감독의 뜻을 잘 알아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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