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학생은 수학기계?
국제 학업성취도평가 결과…성적은 OECD 1위, 흥미는 최하위
[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수학강국' 한국의 우울한 현실을 보여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3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2012 국제 학업성취도평가(PISA)'결과에 따르면 OECD 회원국 34개 나라 가운데 우리나라 만 15세 학생들의 수학 평균점수는 554점으로 1위를 기록했다. 2위 일본(536점)과는 18점이나 차이가 났다. PISA는 회원국 34개국과 비(非)회원국 31국 51만명(우리나라 고교 140개, 중학교 16개 등 총 5201명 참여)을 대상으로 학업성취도를 조사해 3년 주기로 발표한다.
하지만 뛰어난 실력에 비해 수학이 재미있다고 생각하는 학생은 적었고 수학 공부에 대해 부담감이 큰 학생은 많았다. 수학에 대한 흥미나 즐거움을 측정하는 '내적 동기' 지수는 전체 65개국 중 58위, 수학이 미래의 학습과 직업에 유용하다고 생각하는 '도구적 가치'지수는 62위로 모두 최하위였다. 수학과 관련한 감정적인 스트레스인 '수학 불안감'은 16위로 상당히 높은 편이었다.
수학뿐만 아니라 모든 과목들에서 상위권과 하위권,남녀간의 격차는 확대되는 추세를 보였다. 과목별로 상위권 비율이 늘면서 평균 학업성취도를 끌어올리긴 했지만 하위 수준의 학생들도 함께 늘어 학력 격차가 더욱 벌어졌다. 하위 수준인 1수준 이하의 비율은 수학은 1.0% p, 읽기 1.8%p, 과학0.4%p 상승했다.
한편 이번 조사에서 읽기는 536점으로 일본(538점)에 이어 2위를 차지했으며 과학(538점)은 일본, 핀란드, 에스토니아에 이어 네 번째였다. 비회원국을 포함한 전체 65개국 가운데서도 수학이 3∼5위, 읽기 3∼5위, 과학은 5∼8위로 최상위권에 들었다.
남녀 간 성취도 격차를 보면 수학에서 남학생이 여학생보다 평균 18점 높아 남녀 간 성차가 지난 2009년 때의 3점보다 벌어졌다. OECD 평균 성차(11보)보다 7점이나 컸다. 읽기는 여학생의 점수가 남학생보다 23점 높았지만 지난 조사 때보다 12점 줄었고, OECD 평균 성차(38점)보다는 많이 작았다.
성취도와 흥미도의 간극이 여전한 것에 대해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은 "자기주도학습과 배움의 즐거움은 실종되고 오직 선행학습과 문제풀이위주 학습의 결과"라고 평가했다.
전교조는 이어 "지구촌에 유례없는 선행학습과 사교육이 가장 집중되어 있는 시기가 중3, 고1 시기"라면서 "세계 만 15세 학생들이 토론실에서, 실험실에서, 사회현장에서 호기심을 해소하고 배움의 즐거움을 누릴 시간에 우리나라 학생들은 야자교실, 학원, 독서실에서 문제집을 붙잡고 밤을 지새우고 있다"고 말했다.
전교조는 "교육당국은 이번 PISA 2012 결과를 놓고 세계 최고의 성취도를 얻어냈다며 민망한 홍보에 열중하며 즐거워 할 일이 아니다"면서 "박근혜 정부는 PISA평가 결과에 대한 냉철한 판단과 함께 1년의 교육정책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을 하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이경호 기자 gungh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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