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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딜 수 없는 윗분의 무게…부하 짓누르는 상사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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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노미란 기자]#'직장상사날리기'라는 인터넷 게임이 있다. 내용은 이렇다. 한 회사원이 열심히 작성한 보고서를 직장 상사한테 제출한다. 그런데 갑자기 회사원의 얼굴에 보고서가 날아오며 큰소리가 나기 시작한다. 결국 회사원은 밤이 되고 달이 뜨고 난 후까지 보고서를 작성하지만 돌아오는 것은 직장상사의 손가락질 뿐이다. 이쯤에서 회사원의 회심의 한방. 회사원은 직장 상사를 발로 차서 날려버린다. 게임 화면 오른쪽 아래에 있는 버튼을 누르면 직장상사가 창문을 뚫고 밖으로 떨어지게 된다.

게임은 사회상을 담는 거울이다. 이 게임에는 직장 상사에게 직접 풀 수 없는 스트레스를 안고 있는 현대 직장인의 모습이 담겨 있다. 직장 내 상사와의 불화를 게임으로라도 위로받고자 하는 셈이다. 직장을 다니면서 상사와 궁합이 맞는다고 생각하는 부하직원을 찾기 힘들 정도다.
최근 남녀 총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직장 스트레스'에 관한 설문조사 결과 직장에서 가장 스트레스 받는 상황은 무엇이냐는 질문에 '일이 없는데 상사가 퇴근을 안 시켜서 야근할 때'라고 답변한 비율(24.3%)이 가장 많았다. 직장 상사에게 가장 듣기 싫은 말은 무엇이냐는 질문에는 '시키는 대로 해!'라는 식의 독단적인 말을 가장 듣기 싫다는 답변이 21.7%으로 1위를 차지했다. 다음으로는 '머리는 폼으로 달고 다니냐, 생각을 좀 해봐라!'라는 인격적 모독이 가장 싫다는 답변이 21.6%의 비율로 나타났다.
견딜 수 없는 윗분의 무게…부하 짓누르는 상사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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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차별하는 상사, 아직도 있나요? = 직원 수가 20여명 남짓한 자동차 영업 대리점에 다니는 2년차 직장인인 차지현(27 ·가명)씨는 남녀를 차별하는 직장상사 때문에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차씨가 입사한 후 탕비실 정리와 차 심부름은 너무도 당연히 차씨의 일로 굳어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 체념하던 어느 날 차씨는 급한 일을 정리하느라 손님들에게 대접할 차를 후배 남자 직원에게 부탁했다가 팀장의 불호령을 들어야 했다. 팀장은 "부탁할 일이 따로 있지"라고 화를 내며 "여직원이라서 해야 할 일을 우선으로 해라"라는 성차별적 언행도 가리지 않았다. 차씨는 당장 커피를 타라고 소리치는 팀장의 번들거리는 얼굴에 염증을 느꼈다. 이런 상사에게 업무적인 소통을 꿈꾸는 건 차씨에게 너무 먼나라의 일이다.

◆ 상사와의 소통, 불가능한 일인가요? = 늦깍이 신입사원인 권은준(33 ·가명)씨는 여상사의 비위를 어떻게 맞춰야 할지 도무지 파악할 수 없어 쩔쩔매고 있다. 고시 준비를 접고 늦게 입사한 터라 잡일을 막내에게 시키는 회사 분위기에도 적응하기 힘든데 일관성이 없는 상사의 지시는 권씨를 더욱 힘들게 한다. 오전에 말한 일의 마무리 순서가 오후에 뒤집히기 일쑤고 내리지 않은 지시에 대한 중간 보고를 요구하는 일도 잦다. 하지만 이런 일이 발생할 때마다 권씨가 할 수 있는 말은 "죄송합니다" 뿐이다. 권씨는 이런 식으로 계속 직장생활을 하면 무능력한 사원으로 낙인 찍힐까봐 걱정스럽기만 하다.
◆ 여자 직원의 비율이 90%가 넘는 화장품 영업 회사에 다니고 있는 김영애(31 ·가명)씨도 상사와의 소통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마찬가지다. 같은 여자라 더 이해해줄 것이라고 생각했던 상사는 의외로 더 까탈스럽고 매정하기만 하다. 점심 먹으러 나갈 때 상사보다 앞질러 걷는 것은 당연히 금기고 점심 메뉴의 선택권은 절대적으로 상사에게 있다. 김씨는 이런 사소한 일이라면 차라리 참을 수 있다. 지난해 아이가 아팠을 때 옆에 있어주지 못한 일은 김씨 마음속에 두고두고 남아있다. '미리 쓰지 않은 연차는 절대 불가'라는 깐깐한 여상사의 방침에는 아이가 아픈 상황도 예외가 되지 못했다.

◆ 무능력한 직장 상사가 최악 = 소프트웨어 업종의 중소기업에 다니는 김준수(34· 가명)씨의 팀장은 직장에서의 하루 일과 중 인터넷 화투 게임을 할 때 가장 집중력을 발휘한다. 출근 후 어영부영 시간을 보내다 점심시간 딱 한시간 전부터 시작하는 인터넷 게임은 팀장이 하는 일 중 그나마 생산적인 일이다. 직무가 요구하는 컴퓨터 관련 기술은 나날이 발전하는데 팀장에게 자기계발에 대한 의지 따위는 엿볼 수 없다. 김씨는 "팀장은 임원이 내린 특별한 업무적 지시에 대한 책임을 나한테 떠밀기 일쑤"라며 "임원진과 평사원 사이에서 업무와 책임을 적절히 조율해야 하는 중간 관리자인 팀장이 무기력하기만 해 정말 피곤하다"고 털어놓는다.

옥스포드 대학 교수인 조지프 나이는 리더의 중요한 덕목으로 대화와 협상, 문화의 공유같은 유연한 힘을 통해 자발적인 동의를 얻어내는 능력인 '소프트 파워'를 꼽는다. 리더가 구성원과 소통할 때 유연한 커뮤니케이션 수단인 '소프트파워'를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삼성경제연구소의 분석에 따르면 리더는 구성원을 수동적인 존재로 인식하기보다는 리더를 변화시킬 수 있는 중요한 파트너로 인정할 필요가 있다. 오히려 구성원과의 소통 과정을 타인에 대한 선입관을 버리고 리더 자신이 혁신하며 변화하는 계기로 활용하는 것이 좋다는 뜻이다. 이를 통해 구성원과 비전과 목표를 공유하게되면 구성원의 연대감과 소속감을 고취시킬 수 있고, 창조적 조직문화는 기업의 성과는 귀결되게 마련이라고 강조했다.




노미란 기자 asiaro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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