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궁박물관서 내년 2월 2일까지
[아시아경제 오진희 기자] 독일에서 돌아온 '겸재정선화첩'이 귀환 8년 만에 일반에 공개됐다.환수문화재 중 관련 자료와 연구를 집대성해 도서와 전시로 선보이는 첫 사례다.
안휘준 재단 이사장은 "해외유출 문화재를 돌려받을 땐 지극정성을 보이다가, 정작 반환되면 학술자료로도 활용이 잘 안돼 왔던 측면이 있었다"면서 "특히 '겸재정선화첩'은 독일과 왜관수도원에서 각각 한 차례씩 불타 없어질 뻔한 사연도 있었던 만큼 각별한 관심의 대상이 되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 화첩은 '고요한 아침의 나라'를 집필한 독일 상트 오틸리엔 수도원의 노르베르트 베버 신부가 1925년 한국 방문 중에 수집해 가져간 것으로 추정된다. 안 이사장은 "베버 신부가 서울 명동의 한 골동품상점에서 이 화첩을 구했으며 한국을 나갈 땐 14개 정도의 수집 물품들을 가지고 갔다고 알려진 바 있다"고 말했다. 행적이 사라졌던 이 화첩은 1975년 당시 독일에서 미술사를 공부했던 유준영 전 이화여대 교수에 의해 발견됐다. 이후 경북 칠곡군 왜관수도원 선지훈 신부의 노력으로 오틸리엔 수도원으로부터 2005년 10월22일 영구대여 형식으로 반환됐던 것이다.
앞으로 재단은 이미 조사된 일본과 유럽국가 등에 유출된 우리문화재 관련 목록과 관련 내용도 보고서 5~7권 분량으로 작성해 정리한다는 계획이다. 또 중국으로 건너간 수많은 문화재들에 대해서도 관련 실태를 조사ㆍ연구할 예정이다. 안 이사장은 "중국으로 간 문화재들의 경우 강탈해간 것이 아닌 우호적인 관계하에 건너간 것들이 많다. 아마 일본 유출 문화재에 버금갈 만큼의 양일 수 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의 문화재는 현재 일본, 중국 외에 미국, 유럽 등 20여개국에 약 15만점 이상이 유출돼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 중 지난 10월 현재까지 환수된 것은 겨우 9760점에 불과하다. 더욱이 유출 경위가 파악되지 않는 문화재가 전체의 절반 이상이다.
안 이사장은 "무엇보다 유출된 문화재의 소재 등 실태파악이 가장 중요하며, 유출 경위에 따라 선별적이면서도 면밀하고 차분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실태파악과 환수작업에서는 국가간 외교관계 역시 민감하게 작용할 뿐더러 외부에 이런 움직임이 알려질 땐 환수가 되레 쉽지 않게 되는 어려움도 따른다는 게 안 이사장의 설명이다. "뱀이 개구리를 잡을 때 소리내고 잡던가요? 사자가 짐승사냥을 할 때 바스락거리면 잡을 순 없는 것이죠. 문화재 환수는 장기적인 안목으로 차근차근 진행해 나가야 합니다."
오진희 기자 valer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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