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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베르나르 베르베르가 창조해낸 '제3인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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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민서 기자]독특한 상상력과 아이디어, 기발한 관찰력과 표현으로 국내에서도 많은 팬을 확보하고 있는 프랑스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2년 만에 신작 '제3인류'를 발표했다. 신의 영역에 도전하는 과학자들의 이야기를 다룬 이번 작품은 그의 어떤 전작보다도 방대한 스케일을 자랑한다. 신화와 과학, 철학이 만나 신(新) 창세기를 선보였다는 평을 받고 있는 '제3인류'는 독자들의 뜨거운 호응에 힘입어 프랑스 현지에서는 벌써 속편이 발간됐을 정도다.

첫 장을 펼치면 작가의 친절하면서도 선언적인 설명이 등장한다. "이야기가 시작되는 시점은 당신이 이 소설책을 펴서 읽기 시작하는 순간으로부터 정확히 10년 뒤의 오늘"이라고 소개한다. 작품 속 '10년 뒤 오늘'의 상황은 암울하다. 핵무기 사용, 자연재해, 자원고갈, 전염병 등으로 인류는 대위기를 겪고, 과학자들은 끊임없이 새로운 인류를 창조하려고 애쓴다. 이 와중에 프랑스에서는 대통령 직속 비밀기관이 나서서 과학자들을 끌어모은다. 어떠한 환경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는 신종 인간을 탄생시키는 프로젝트를 추진하기 위해서다.
이 프로젝트에 가담한 생물학자 '다비드 웰즈'는 인류의 진화가 소형화의 방향으로 진행된다고 믿는 인물이다. 재밌는 점은 베르베르가 '다비드 웰즈'를 자신의 대표작 '개미'의 주인공 '에드몽 웰즈'의 후손으로 설정해놓은 것이다. 다비드의 아버지 '샤를 웰즈' 역시 고생물학자인데 "내 할아버지는 개미 전문가셨지"라는 그의 독백에서 이 같은 힌트를 얻을 수 있다. 샤를 웰즈는 키가 17미터인 초거인들이 현재의 인류를 창조했다고 믿는 인물로, 남극의 만년빙에서 8000년 전 소멸한 거인의 유골과 벽화기록을 발굴하는 작업 중 실종된다.

다비드 웰즈가 속한 연구팀이 탄생시키려는 신인류는 '에마슈'이다. '에마슈'는 초소형 인간을 가리키는 '마이크로 휴먼'의 두 문자(M, H)를 프랑스식으로 읽은 작명이다. 이들은 '소형화, 여성화'가 인류의 미래라고 믿는다. 콩고의 피그미족, 터키의 아마존 여전사가 몸집을 줄이고 암컷 비율을 늘린 덕분에 면역력과 적응력을 높여 생존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더 나은 미래를 꿈꾸며 이런 연구에 가담한 과학자들의 의도와 달리 권력층은 세균탄이나 핵폭탄을 만드는 기지에 침투시킬 목적으로 신인류를 이용하려 한다.

이렇게 해서 우여곡절 끝에 키 17cm의 초소형 인간이 탄생한다. 인간의 손에 의해 창조된 에마슈의 사회는 어떤 모습일지, 에마슈와 인간과의 관계는 어떻게 될지 베르베르는 상상의 날개를 편다. 또 지구를 의식있는 존재로 인격화한 '가이아'의 독백도 작품 곳곳에 삽입해 인류에 대한 엄중한 경고를 전달한다. "저들은 매번 똑같은 이유로 그것(석유)을 내게서 훔쳐간다. 목적은 그저 분주하게 움직이는 데 사용하기 위함이다. 대개의 경우 저들의 목표는 저희의 출발 지점으로 되돌아가는 것이다"라고 가이아는 인간 사회를 신랄하게 비판한다.
베르베르는 인류가 지금처럼 지구 행성을 소모하는 자기 파괴적 생활 방식을 계속한다면 결국 종말로 치달을 수밖에 없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한국을 과학기술이 발전한 나라로 묘사하는 등 한국독자들이 좋아할만한 대목도 군데군데 있다.

(제3인류 / 베르나르 베르베르 / 이세욱 옮김 / 열린책들 / 1만3800원 )



조민서 기자 summ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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