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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부 문건은 민주주의에 대한 정면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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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 이번 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기초연금, 야당 의원 발언 대응'이라는 문건이 등장해 파행을 빚었다. 문건 파문으로 국감이 중단되는 파행을 겪었던 복지위는 여당 간사의 유감표명과 이영찬 보건복지부 차관(복지부 장관은 공석상태)의 사과로 재개됐다. 하지만 이번 문건 파문은 단순한 해프닝 수준을 넘어 우리나라 헌법이 규정한 삼권분립의 근간을 위협하는 사건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16일 일부 언론을 통해서 복지부가 새누리당 의원들에게 기초연금 공약 후퇴 비판에 대한 대응 전략 보고서를 배포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총 11페이지의 이 보고서는 야당의원들의 기초연금 공약 후퇴 비판 주장과 이에 대한 대응 논리 및 자료 등을 담고 있다.(사진참조) 문건에는 '소득역전 감안하면, 2만원 받는 사람도 있다', '정부안은 현행 기초노령연금법 보다 후퇴', '우리나라의 공적연금 급여 지출이 낮아, 모든 노인에게 20만원 지급시에도 재정 부담은 과도하지 않음' 등 야당의 기초연금 비판 논리가 총 망라되어 있다.
"복지부 문건은 민주주의에 대한 정면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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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령 최동익 의원은 지난달 30일 복지위 상임위에서 "소득하위 70%에게 최소 10만원에서 최대 20만원 준다고 했는데, 소득 81만원 사람에게는 2만원 주므로 정부는 거짓말을 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복지부는 대응논리로 "현행 기초노령연금도 그렇게 하고 있으며, 형평성 측면에서 소득역전 방지는 당연', ' '83만원 소득기준인 사람이 기초연금을 20만원 받아 103만원 되는 것이 소득기준 84만원이어서 기초연금을 받지 못하는 사람과 비교할 때 사회적 정의에 부합하는가?' 등의 논리를 내세웠다. 당초 기초연금은 최소 10만원 받는다고 주장을 해 거짓말을 지적했다는 논리에 대해 '기초연금 수급자가 미수급자 보다 소득이 높아지는 소득역전' 문제를 들어 당연하다는 논리로 대응하는 것이다.
이 문건이 알려지자 민주당은 "정부가 부실한 자료제출로 국정감사에 소극적으로 응하던 방식을 넘어 정부 부처가 대응 문건을 만들어 여당의원들에게 제공하는 방식으로 국정감사를 창조적으로 대응하는데 이를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는 새누리당의 태도는 행정부를 감시견제해야 한다는 입법부의 일원임을 포기한 작태"라고 비판했다.

17일에는 야당 복지위 위원들은 공동 성명을 통해 "국정감사를 통해 행정부의 활동 중 문제점을 찾고, 이에 대한 대책을 논의하는 것은 국회의원의 권리이자, 의무"라며 "복지부는 자신들의 궤변을 주장할 허수아비로 여당 국회의원을 내세운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은 같은 날 어거지씩 생태라며 반박했다. 새누리당은 "기초연금, 야당의원 발언대응(안)은 복지부 홈페이지 첫화면에 기초연금제도 도입을 클릭하면 누구나 볼 수 있는 자료를 모은 것"이며 "새누리당은 야당의원들께서 기초연금안에 관련해 발언하신 내용에 대한 보건복지부의 입장을 보건복지부에 요청했다"고 밝혔다. 새누리당 복지위 의원들은 "여당은 정부와 국정동반자"로 "여당인 새누리당이 야당 의원님들께서 제기하는 내용에 대해 정부부처의 입장과 정확한 내용을 파악하는 것은 여당이 해야할 책무"라며 "마치 큰 음모가 있는 것처럼 침소봉대하는 것은 정부가 마련한 기초연금안이 현재의 재정상황과 노인빈곤 해소를 위한 최선의 안임이 밝혀지자 정쟁으로 몰고가려는 무능한 정당의 전형적인 어거지 생떼쓰기"라고 반박했다.
문건 파문은 국감장에도 그대로 이어져 국감 질의가 이어지지 않은 채 여야간 설전이 벌어졌다. 복지위 야당 간사를 맡고 있는 이목희 민주당 의원은 "해당 문건은 피감 기관인 복지부가 감사기관인 국회의원에게 '야당 의원이 이런 소리 하면 이렇게 대응하세요'라고 지침을 준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여당은 어거지 주장이라며 반박했다. 하지만 정몽준 새누리당 의원은 "여당은 우리 편이고 야당은 반대편이라는 관료들의 인식은 아주 잘못된 것"이라며 "야당 의원의 이름을 써놓고 대응논리라는 표현을 쓴 것은 부적절했던 만큼 차관이 정중히 사과하라"고 말하기도 했다.

국감이 장시간 파행을 빚자 복지위 여당 간사를 맡은 유재중 새누리당 의원은 "당 정책국에서 야당 의원들이 제기하는 내용을 정확히 알고자 설명해달라고 요청한 내용으로 국감을 무력화하려 했다는 것은 잘못된 해석"이라고 해명하며 "자료를 요구한 의원으로서 유감이고 죄송하다"는 뜻을 밝혔다.

국감은 정회된 뒤 4시간 뒤에 이 차관이 "여당이 요구한 자료에 대해 '야당 의원 대응 방안'이라고 표현한 데 사과드린다"는 뜻을 밝힌 뒤에야 국감이 재개됐다.

하지만 이번 문건 파문은 민주주의와 헌정질서의 측면에서 보다 큰 문제 상황으로 봐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임지봉 서강대 로스쿨 교수는 이번 파문에 대해 "헌법이 정한 삼권분립 원칙에 정면으로 반하는 일로 볼 수 있다"며 "국정감사는 헌법이 국회에 부여한 가장 강력한 대정부 견제권인데 이를 무력화시키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삼권분립의 원칙은 입법부, 사법부, 행정부를 분장한다는 의미 외에도 상호 경제를 통해 균형을 이룬다는 것이 핵심"이라며 "행정부가 여당에 행동지침을 내려 국정감사가 이뤄진다면 감사를 통한 대행정부 견제를 무력화 시키는 일이 될 것이며, 견제와 균형 역시 생각할 수 없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임 교수는 여당 의원들이 복지부의 대응방안을 그대로 따른다면 이 역시 큰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헌법에 따르면 국회의원들은 국민을 대표해 국가 이익을 우선해서 행동을 해야 하는데, 행정부의 행동 지침에 따른다는 것은 국가 이익이 아닌 당파적 이익을 우선시 하는 것"이라며 "여당 의원들이 보건복지부가 보낸 문건에 따라 국감을 진행한다면 이는 국가이익우선 의무에 위배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헌법기관인 국회의원은 소속 정당이나, 정권의 이해가 아닌 국가이익과 국민의 입장에서 판단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임 교수가 언급한 국가 이익 의무는 헌법 46조 2항에 규정한 '국회의원은 국가이익을 우선하여 양심에 따라 직무를 행한다'를 말한다.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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