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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대행서비스 등장 "누명 대신 써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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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민영 기자] '형사사건만 빼고 뭐든 대행해 드립니다.'

부모·형제·친구 역할을 대신해 주거나 사과, 시위까지 대리해 주는 신종 대행서비스가 성행하고 있다. 이들 업체는 인터넷을 매개로 영업을 하면서 우후죽순처럼 늘어나고 있는데 업계에서는 대행서비스 업체 수를 100여개로 추산하고 있다. 창업이 쉬운 만큼 매년 업체 수가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서비스 항목도 점차 다양해지고 있다. 부모·형제·하객 등 단순한 역할 대행에서 사과 대신해 주기, 동행 서비스, 누명 대신 쓰기 등이 그 예다. 무관심한 남자친구의 관심을 끌기 위해 교통사고가 난 것처럼 위장해 주기도 한다.

심지어 대리가 불가능할 것 같은 사과나 시위까지 대행해 주는 업체도 있다.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주말에 코엑스 앞에서 2시간 정도 교육 관련 일인시위를 해줄 아르바이트를 모집한다'는 글이 올라왔다가 사람들의 빈축을 샀다. 현재 해당 게시글은 삭제된 상태다. 심리적 영역까지 타인의 입을 빌린다는 것인데 마음까지 사고파는 세태가 투영돼 씁쓸함을 주고 있다.

실제 기자가 '역할대행 업계 최다 도우미를 보유하고 있다'고 선전하는 N사에 사과 대행에 대해 문의하자 "손이 발이 되도록 빌어야 되는 상황인지 해명 정도에 끝나는지에 따라 가격차이가 난다"며 "서울 지역은 이용료가 최소 20만원이고 사과하기 까다로운 상황이면 50만원은 내야 한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지방의 경우 교통비가 붙어 비용은 더 늘어난다는 설명도 이어졌다. 이렇게 20~50만원을 주고 사과 대행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은 이 업체를 이용하는 전체 의뢰인 중 약 5%에 이른다고 업체 관계자는 귀띔했다.
이 같은 업체가 활개치는 이유는 대행서비스에 대한 의외의 수요에 있다. N사의 경우 최근 한 달간 대행서비스 문의 관련 게시글이 500건 이상 올라와 있다. 또 다른 업체 H사도 9월1일부터 현재까지 약 20건의 신청 문의가 올라와 있다. 대행서비스 업체의 몸집이 커지면서 대행인도 신종 아르바이트로 뜨고 있다. N사의 대행인 구직란에는 지난 6월부터 이달 23일까지 역할 대행인 아르바이트를 하겠다는 지원자가 85명에 달했다.

대행서비스가 횡행하면서 성범죄, 결혼 사기 등의 위험성도 커지고 있다. 업체들은 '외설적이거나 폭력적인 경우 대행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다'거나 '고객과의 상담 내용을 철저히 비밀에 부치며 어떠한 정보도 유출되지 않는다'는 방침을 정해두고 있지만 불법행위를 규제하거나 감독할 기관이 없다는 게 문제다.

장형심 한양대학교 교육학과 교수(한양상담센터장)는 "사과, 시위 등 이색적인 대행서비스의 등장은 고생의 과정은 배제하고 결과물만 갖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우리 사회에 늘어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편리주의의 정점, 구매로 모든 것을 해결하는 소비문화의 단면을 대변하는 현상"이라고 말했다.




김민영 기자 argu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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