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에너지 강국론', 최태원이 해냈다

민간기업 최초 美 셰일가스 도입…20년간 年 220만t 수입

최태원 SK(주) 회장

[아시아경제 임선태 기자] SK 그룹이 국내 민간기업으로는 최초로 미국 셰일가스 국내 도입을 확정했다. 최태원 회장의 '자원부국 경영강화'라는 경영철학으로 시작된 SK의 에너지사업 다각화 노력이 다시 한 번 결실을 맺게 된 것이다.

지난 9일 SK E&S(대표 유정준)는 미국 프리포트(Freeport) LNG 사와 천연가스 액화서비스 사용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SK E&S는 프리포트 LNG사가 미국 텍사스주에 건설예정인 천연가스 액화시설을 통해 북미 셰일가스를 LNG로 액화시켜 2019년부터 20년간 매년 220만t을 국내에 도입할 계획이다. 이는 국내 연간 LNG수입량 대비 6%에 달하는 물량이다. 금액으로 환산할 경우 300억달러 규모다.

SK E&S 관계자는 "미국 내 20여개의 액화수출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지만 자국 내 셰일가스의 해외반출에 대해 부정적인 일부 여론 탓에 수출물량이 제한될 가능성이 높아 실질적으로 액화수출이 가능한 프로젝트는 소수에 불과하다"며 "SK E&S가 글로벌 메이저 에너지 기업들과의 경쟁을 통해 얻어낸 성과이기 때문에 더욱 의미가 깊다"고 평가했다.

SK E&S의 셰일가스 도입 성과에 대해 SK는 해외자원개발을 그룹 신성장동력으로 꼽은 최 회장의 경영철학이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를 내놓았다. SK E&S는 "이번 계약으로 SK그룹은 석유, LNG, LPG에 이어 셰일가스까지 에너지 포트폴리오를 다양하게 구축하게 됐다"며 "최태원 회장이 주창한 '에너지 강국론'을 실행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이번 계약의 중요성과 에너지 수급의 안정적 도입을 위해 SK그룹은 SK E&S의 도입 계약 추진 과정에서 최 회장 직속회사인 SK(주)를 지원군으로 내세웠다. 계약이 완료된 직후 SK㈜는 이번 계약의 원활한 사업추진을 위해 SK E&S가 제공받는 액화서비스 계약과 관련된 의무사항에 대해 이행보증을 제공할 예정이다.

1983년부터 해외자원 개발 및 투자를 적극 추진했던 SK그룹은 최 회장 부임 직후 2000년대 들어 해외자원개발을 그룹 성장동력의 한 축으로 설정, 끊임없는 연구와 투자를 병행해 왔다. 이 같은 노력으로 2003년 1000억원대였던 관련 매출액은 2012년 2조원을 넘어섰고, 전 세계 16개국 26개 광구에서 유전개발 사업과 함께 페루, 예멘, 카타르, 오만 등 4개의 LNG 플랜트를 가동하고 있다.

유정준 SK E&S 대표는 "해외자원개발은 대규모 투자가 소요되고, 리스크가 높기 때문에 거시적이고 전략적인 안목을 가지고 장기간 대규모 리소스를 투입해야 하므로 그룹 최고 경영진의 신속한 의사결정 지원 없이는 성공하기 어려운 사업"이라며 "민간기업의 강점인 도전정신을 살려 SK E&S의 비전과 대한민국 에너지안보 강화, 국가 에너지 자주 개발률 제고를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임선태 기자 neojwalker@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