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양낙규 기자]북한이 조용하다. 수사당국은 내란음모 혐의를 받고 있는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이 북한과 연루됐을 가능성을 두고 수사하고 있지만 논평조차 내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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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중앙통신은 압수수색 다음 날인 29일 남한 언론 보도를 인용하며 국정원과 검찰이 통진당에 대한 '대대적인 폭압'에 나섰다고 짤막하게 보도했다. 통신은 '폭압'과 같은 부정적인 용어로 사실관계를 서술했지만 논평은 하지 않았으며 통진당이 "유신 독재체제의 선포나 다름없다"고 비난한 것을 그대로 전달하기만 했다. 대남 선전용 웹사이트인 '우리민족끼리'도 지난달 31일 남한 정부가 '통일민주세력에 대한 탄압 책동'을 벌이고 있다고 주장했지만 이번 사건을 직접 거론하지는 않았다.
그동안 북한은 공안사건이 발생하면 남한 정부가 진보세력을 탄압하기 위한 '모략극'을 벌이고 있다고 주장하며 강하게 비난해왔다. 2011년 북한의 지령을 받아 활동한 간첩단 '왕재산' 사건이 불거졌을 때는 검찰의 사건 공개 7일 만에 '우리민족끼리'를 통해 이명박 정부가 '공안정국'을 조성하고자 과거 독재정권의 '상투적인 수법'을 쓰고 있다고 비난했다. 2006년의 간첩단 '일심회' 사건 때도 북한은 이를 남한 보수세력의 '파쇼 탄압 기도'로 규정했다. 국정원과 국가보안법을 없애야 한다는 주장도 빠뜨리지 않았다.
그러나 이 의원 등이 북한과 연계됐다는 쪽으로 수사 방향의 가닥이 잡힐 경우 북한은 '조작극'이라며 본격적인 비난 공세를 펼칠 수 있다. 북한이 이번 사건에 대해 대체로 침묵하는 데는 지난달 14일 개성공단 정상화 합의로 만들어진 남북 간 '해빙 무드'를 깨뜨리지 않으려는 정치적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남한에서 반북 여론에 힘이 실리는 것을 막기 위한 행보라는 것이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이 이산가족 상봉과 금강산관광 재개 등 남북 간 대화로 풀어야 할 중요 현안을 앞둔 상황에서 이에 주력하기 위해 남한의 공안사건에 대해서는 일단 '선 긋기'를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양낙규 기자 if@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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