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의 건강한 음주문화를 위해서
[아시아경제 양낙규 기자]직장인들이 즐기는 폭탄주는 누가 언제부터 만들기 시작했을까. 영국에서는 해군 장교들이 값비싼 위스키를 사병들에게 하사품으로 주기 위해 맥주를 섞기 시작했다는 학설이 있다. 맛보다는 양을 늘리기 위해서다. 미국에서는 노무자들이 고달픔을 잊기 위해 보일러 메이커(Boiler Maker)라는 술을 즐겨 마셨는데 그 술이 폭잔주의 유래라는 설도 있다. 러시아에서는 시베리아로 유배를 떠난 벌목공들이 추위를 이기기 위해 보드카를 맥주에 섞어 마셨다고 한다.
한국의 폭탄주 도입시기에 대해서는 정확한 자료는 없다. 하지만 포털사이트에서는 1960~1970년대 미국 유학을 다녀온 일부 군인들이 우리나라에 도입을 했다는 설이 가장 많다. 도입이후 폭탄주는 파생을 거듭했다. 지금은 뿅가리주, 타이타닉주, 흡혈귀주, 수류탄주, 소콜라주, 회오리주, 다이아몬드주, 목졸라주, 포옹주 등 알려진 것만도 30여 종이나 된다. 폭탄주가 늘어나자 폭탄주를 없애자는 운동도 있었다. 보건복지부의 폭탄주 추방운동(1996년), 박진 한나라랑 의원의 '폭탄주 소탕클럽'(약칭 폭소클럽) 창립(2006년)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군에서는 아직 폭탄주가 살아지지 않았다. 단합주, 충성주 등은 세월이 흘러도 술자리에서 건장하다. 술잔도 다양하다. 백골부대의 백골잔부터 수방사의 '살아서 방패, 죽어서 충성' 폭탄주잔 등 부대별로 다양한 기념잔도 만들기도 한다. 군에서 간부들에게 판매하는 면세주류 값도 일반주류의 절반가격에 불과해 부담이 없다.
한 언론보도에 따르면 군대내에서 판매되는 면세주류는 민속주, 양주 등 총 104종에 이른다. 또 군내 하루 평균 술판매량은 약 14만병이다. 간부 12만명을 둔 육군은 1인당 구매량이 연간 300병에 이른다. 작년 우리나라 성인 1인당 연간 술 소비량(188병)의 약 1.6배다. 일각에서는 군간부들이 면세주류를 즐겨찾는 이유중에 하나가 가짜양주가 없어 즐겨 찾는다는 우스개소리도 한다.
하지만 상황이 이렇다 보니 술로 인한 사건사고도 많이 생긴다. 1986년 3월 국회 국방위원회 의원들과 군 고위 장성들이 회식 자리에서 폭탄주를 주고받다 시비가 붙어 취중에 주먹과 발길질이 오가는 '국회 국방위 회식 사건'이 터졌다. '금배지'와 '별' 사이에 벌어진 희대의 난투극이다.
이후 음주사고는 끊이지 않았다. 육군사관학교의 생도의 성폭행 사건도 술이 문제였다. 군대 술문화에 젖어있던 육사교수는 사고당일 낮에 소주 30병과 캔맥주 72개를 캠퍼스에 펼쳤다. 피해자인 여자생도도 이날 10잔 가까운 폭탄주를 마시며 사건은 시작됐다.
물론 면제주류의 군내 보급이 음주사고의 원인이라고 볼 수는 없다. 하지만 이번 기회에 군인들의 복지혜택 중에 일부라며 명분을 유지해온 면제주류를 없애보자는 방안도 군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다.
정부도 2015년까지 모두 5조7000억원 규모의 비과세 감면제도 정비를 계획하고 있다. 개별소비세 등 44개 비과세감면 혜택은 원칙적으로 폐지가 검토하겠다는 것이다. 정부에서 면제주류 폐지하겠다고 결정하기전에 군에서 먼저 건강한 군을 위해 없애보겠다고 나서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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