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이 어제 전국 세무관서장 회의를 열고 '국민신뢰 회복을 위한 국세행정 쇄신방안'을 발표했다. 본청과 지방청 국장급 이상 간부에 대해 100대 기업 임직원과의 골프ㆍ식사 등 사적 접촉을 금지했다. 외부 위원을 과반수로 신설하는 '세무조사감독위원회'에서 세무조사를 감독하게 해 조사의 투명성을 높이기로 했다. 국세청 내 고위공직자 감찰반을 설치해 고강도 상시감찰을 실시한다고도 했다. 회의 참석자들은 '고위공직자 청렴 서약서'에 서명했다.
최근 잇달아 터진 비리 사건으로 땅에 떨어진 신뢰도를 만회해보려는 안간힘이다. 몇 달 전 서울지방국세청 전ㆍ현직 직원 9명이 기업 세무조사 과정에서 각종 편의를 제공하고 그 대가로 수억원의 금품을 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최근에는 전군표 전 청장과 허병익 전 차장이 CJ그룹으로부터 수억원대의 금품을 받은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송광조 전 서울지방국세청장은 CJ그룹으로부터 골프 접대를 받은 일로 사퇴했다. 어제 김덕중 국세청장은 '국세청의 불미스러운 일'에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는 말로 국민에게 사과하고 "국세청의 청렴 수준을 국민의 눈높이로 조속히 끌어올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솔직히 말해, 국민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그런 식의 쇄신 선언이나 청렴 서약이 어디 한두 번이었느냐'는 게 대다수 국민의 생각이다. 그만큼 국세청의 위상은 추락했다. 이번에는 다르다는 것을 앞으로 행동으로 보여야 할 것이다. 자체적인 내부단속 강화만으로는 불충분하다. 외부의 감시까지도 자청해서 기꺼이 받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이번에 신설하기로 한 세무조사감독위원회의 역할이 중요하다. 깐깐하고 전문성 있는 외부 인사들을 잘 가려 선임함으로써 구성 단계에서부터 신뢰를 얻어야 한다. 그런 다음 위원회가 적극적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이와 더불어 부패의 소지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새롭게 마련해야 한다. 소속원 개개인의 청렴 의지만 강조해서 될 일이 아니다. 국세청이 어제 발표에서 자문기구인 '국세행정위원회'를 '국세행정개혁위원회'로 개편하고 이를 통해 종합적인 중장기 국세행정 개혁방안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으니 지켜보겠다. 이번에 또다시 국민을 실망시켜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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