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요금을 올려야 하는 사정을 모르는 바 아니다. 그동안 가스비, 차량 유지비 등 운송원가는 계속 올랐는데 택시요금은 2009년 이후 동결 상태다. 수익성 악화로 경영난에 빠진 택시업계를 살리고 열악한 대우를 받고 있는 운전기사의 처우 개선을 위해 요금 현실화는 타당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경기 침체와 물가 상승, 전ㆍ월세난에 시달리는 서민 형편을 감안할 때 인상폭이 너무 과도하다.
요금을 올리겠다면서 뚜렷한 서비스 개선책이 없는 것도 문제다. 서울시는 택시기사 복장 지정, 택시 내 흡연 금지 의무화 등을 개선책이라고 내놨다. 그러나 이런 것들은 당연히 해야 할 일이지 개선 방안이 아니다. 특히 고질인 승차거부의 경우 16시간 교육만 받으면 그만이다. 이런 정도로 승차거부가 없어질 리 없다. 승차거부 삼진 아웃제 등 실효성 있는 방책을 내놔야 한다.
더불어 택시요금 인상 전에 해야 할 일이 있다. 택시업계 경영난은 공급 과잉에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 감차를 비롯해 부채 감축 등 업계의 자구 노력을 유도할 필요가 있다. 요금 인상의 혜택이 택시기사에게 돌아가도록 하는 것도 긴요하다. 요금 인상을 이유로 회사가 사납금을 올리면 택시기사의 처우는 그대로인 채 업체만 배 불리는 꼴이 되기 십상이다. 요금을 올려주되 부실 업체는 퇴출되도록 경쟁 구도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