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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안전' 핑계, 몸집 불리려는 정부부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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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각 부처, 공단 화학물질 유출 사고 대책 내놓으랬더니 '인력-장비' 증강 요구 쏟아내...'협업체제' 꿈도 안 꿔...합동방재센터 신설로 인력 예산 70% 이상 절약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부처간 칸막이를 없애고 개방, 공유, 소통, 협력하자는 '정부 3.0'의 취지는 정부가 쓰는 자원ㆍ인력ㆍ예산을 최대한 효율화하자는 건데, 현실은 아직 멀었다. 무엇보다 정부 부처 공무원들의 이해도가 너무 떨어진다."

최근 정부 한 부처 고위 관계자의 입에서 나온 한탄이다. 박근혜 정부가 효율적이고 일 잘하는 정부를 만들자는 취지에서 '정부 3.0' 정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아직도 정부 각 부처 공무원들은 '구시대적' 마인드에 빠져 인력ㆍ예산ㆍ장비ㆍ기구 확보에만 열을 올리고 있는 현실을 지적한 발언이다.
이 고위 관계자의 한탄이 나온 배경은 이렇다. 최근 정부는 작년 구미 불산 누출사고 등 계속되는 화학물질 유출 사고에 대해 종합적인 방지책을 마련하기 위해 안전행정부, 고용노동부, 환경부, 산업자원부, 소방방재청, 지자체 등 각 부처에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나서 대책 마련을 촉구한 것에 대한 후속 조치였다.

그러자 각 부처들은 많게는 수백명씩 공무원 숫자를 늘려달라는 등 '조직 이기주의적' 요구를 쏟아냈다. 무조건 예산과 인력을 늘리고 보자는, 무분별한 조직 키우기 행태들을 보인 것이다.

화학물질 유출 방재 대책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고용노동부가 산업안전감독관 100여명을 증원해달라고 요구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각 부처들이 요구한 인력 증원과 장비 보강을 다 들어주려면 수천명의 공무원을 새로 뽑고 수십억원의 예산을 추가 편성해야 될 지경이었다. 이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화학물질 유출 사고 대책을 내놓으라고 했더니 각 부처들이 엄청난 것을 요구해왔다. 하지만 터무니없고 근거도 부족해 신빙성이 없는 요구들이 대부분이었다"며 "부처간 협업을 통해 예산, 인력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려는 생각은 아예 없는 듯 했다"고 전했다.
결국 이같은 각 부처들의 무리한 요구는 안전행정부 등의 조율을 거쳐 전국 6개 거점 산단에 40명 정도의 각 부처 인력이 합동 근무하는 '합동방재센터'를 신설하는 수준으로 마무리됐다. 그동안 따로 근무하던 환경부ㆍ고용노동부ㆍ소방방재청 등 관계 부처 인력들이 한데 모여 근무하면서 각 공단의 화학물질 현황과 안전 현황을 감독하는 협업체제가 만들어진 것이다. 합동방재센터 신설로 인해 늘어나는 공무원 숫자는 각 센터 별 5~6명씩 총 30여명에 불과하다.

또 장비도 환경부가 보유하고 있는 화학물질 제독 차량을 각 센터에 배치해 공동 사용하도록 하는 등 신규 구입을 최소화했다. 이로 인해 절약되는 예산은 장비 구입만 수백억원에 인건비 등을 포함하면 1000억원 대에 이른다는 게 안행부의 설명이다. 애초에 각 부처의 요구가 무리였다는 것을 반증해주는 결과였다.

안행부 관계자는 "최소한으로 줄였다고 하더라도 합동방재센터라는 협업체제를 만들지 않았다면 약 100명 정도는 공무원 숫자를 늘렸어야 했을 것"이라며 "합동방재센터를 설치함으로써 인력 예산을 70% 정도 줄였으며, 무엇보다 그동안 화학물질 유출 사고가 났을 때 우왕좌왕하던 것을 효과적이고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체제를 만들었다는 게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이같은 정부 부처간 협업체제는 향후 공공분야의 효율화에 하나의 모범 사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사고가 터질 때마다 각 부처 별로 다 따로 나와 점검을 하는 바람에 업무에 큰 지장을 받았던 민간 기업들의 입장에서도 이를 반기고 있다. 앞으로는 합동방재센터로부터 단 한 번의 점검만 받으면 되기 때문이다. 울산 지역의 한 공장장은 "무슨 사고가 터질 때마다 안전점검 나온다는 정부 기관들 때문에 시달려 왔는데, 한 시름 덜게 됐다"고 말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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