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블로그]'창조보험'의 씁쓸한 뒷맛
[아시아경제 최일권 기자] 박근혜 정부를 대표하는 단어는 '창조(創造)'다. 경제와 결합한 '창조경제'가 현 정부 경제정책을 대표하는 키워드로 부상한데 이어 얼마 전 금융권에서는 '창조보험'이라는 새로운 용어가 등장해 관심을 모았다.
창조보험에 거창한 뜻이 담긴 것은 아니다. 고령화 시대를 맞아 연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게 되는데, 연금을 포함한 보험의 역할이 과거와 달라지면 '창조보험'으로 불릴만하다는 게 용어가 나온 배경이다.
창조보험이라는 말을 처음 접한 느낌은 단어에 대한 궁금증이 아니었다. '창조'가 마치 접두어처럼 쓰이고 있다는 생각에 웃음이 났다. 이런 식이라면 '창조은행' '창조증권' '창조대부'까지 나오지 말라는 법이 없을 것 같았다.
'창조'가 붙은 파생어는 이미 만들어지고 있다. 금융권으로만 한정해 보더라도 창조경제에 이어 '창조금융'이 신개념의 용어로 자리를 잡았다. 일각에서는 '창조경영'이라는 말도 거론하고 있다.
창조경제와 창조금융까지는 이해할 수 있어 보인다. 그러나 창조보험은 확실히 '오버'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자칫 '창조'라는 가치가 말장난에 가까운 식으로 전개되지 않을까 우려도 된다.
이런 식의 말장난이 가능할 수 있는 이유는 그만큼 창조라는 개념이 정확히 뿌리내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개념이 명확치 않으니 '아전인수'격으로 사람들이 각자의 입맛에 맞춰 활용했다는 얘기다.
새 정부가 내세우는 창조의 의미는 출범 6개월이 지난 현재까지도 애매모호하다. '과거와 다른 개념을 요구한다'는 식의 어렴풋한 이해만이 자리잡고 있을 뿐이다. 심지어 학자들 사이에서도 현 정부가 내세우는 창조의 의미를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혁신을 대표하는 키워드'라는 긍정적인 입장이 있긴 하지만 대부분은 '어떤 의미인지 도무지 이해하기 힘들다'는 비판을 제기한다.
정부가 내놓은 창조금융의 취지를 보면 창업기업을 중점적으로 돕기 위한 개념이 아니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창업을 강조하기에는 편협해보여 '창조'라는 말로 그럴싸하게 포장했다는 설명이다.
창조에 대한 견해가 각양각색이다 보니 정부의 정책 추진도 힘이 빠지는 모양새다. 박근혜 정부의 브레인이 돼야 할 미래창조과학부는 최근 존재감을 상실했다. 창조라는 개념을 이해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좌충우돌만 반복하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창조금융연구센터, 창조금융지원단 등의 조직이 생겼지만 정확히 어떤 역할을 담당하는지는 알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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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이 호응을 얻으려면 메시지가 정확하고 이해하기 쉬워야 한다. 일본에서는 아베 신조 총리가 '돈을 윤전기로 찍어서라도 확실히 풀겠다'는 경기 부양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결과야 어떻든 일단 제대로 전달했다는 점에서는 성공적이라는 평가다. 우리가 외치는 '창조경제' 보다는 전달력이 강해 보인다.
'창조보험'은 정부와 국민의 간극을 보여주는 산물이다. 경기도 좋지 않은 상황에서 단어의 의미부터 서로 이해를 구해야 하는 현실이 답답한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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