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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명보호, 100m 도보와 정장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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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명보 대표팀 감독(앞)과 김태영 코치(뒤)[사진=정재훈 기자]

홍명보 대표팀 감독(앞)과 김태영 코치(뒤)[사진=정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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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아시아경제 전성호 기자]"소집 첫날 정문에서의 발걸음부터 변화가 시작될 것이다. 선수들은 대표팀에 어떻게 와야 할지를 알게 될 거다."

시작부터 남다르다. 홍명보 감독의 '원팀' 정신이 대표팀 소집 풍경부터 바꾸고 있다.
홍 감독은 11일 파주대표팀트레이닝센터(NFC)에서 2013년 동아시안컵에 출전 23인 명단을 발표했다. 선수 선발 배경부터 최근 논란이 된 '기성용 사태'까지, 30여 분간 다양한 이야기를 내놓았다. 그 중 가장 신선하게 다가온 대목이 있었다. 바로 대표팀 입소 절차의 변화 선언이었다.

이전까지 대표팀에 들어오는 선수들은 소위 '셀러브리티(유명인사)'의 기분을 만끽할 수 있었다. 고급승용차를 타고 파주NFC에 본관 앞에 내리면, 투명의 레드카펫이 깔린 채 카메라 셔터 소리가 쉴 새없이 터졌다. 평범한 일상복 차림으로 등장하는 선수도 있는 반면, 한눈에 봐도 한껏 꾸민 티가 나는 이도 있었다. 입소 전날 미용실 방문은 기본이 됐다. 내공이 쌓이면 안 부린 듯 멋을 부린 시쳇말로 '공항패션'을 연출했다.

동시에 움직이는 광고판이기도 했다. 대문짝만한 스폰서 브랜드가 찍힌 모자와 티셔츠에 축구화까지 들고 나타났다. 그 모습을 담은 수백 장의 사진이 실시간으로 인터넷 뉴스를 도배했다. 다른 어떤 종목에서도 찾을 수 없는 대표팀 입소 풍경이었다.
홍 감독은 작은 부분부터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새로운 매뉴얼을 내놓았다. 상하의 정장, 와이셔츠, 구두에 넥타이 착용까지 지시했다. 격식을 갖춘 몸가짐과 함께 마음까지 다듬으란 메시지다. 차를 타고 온 이들은 파주NFC 안쪽에 위치한 본관이 아닌, 바깥쪽 정문에 내리도록 했다. 선수는 물론 감독, 코칭 스태프도 마찬가지다. 정문 바로 앞에 마련된 공동취재구역에서 간단한 인터뷰를 마치면, 본관까지 도보로 걸어 들어와야 한다. 누가 더 좋은 차를 타고 왔는지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파주NFC는 산기슭에 위치해있다. 정문부터 본관까지는 100여미터의 꽤 가파른 언덕이다. 무덥고 습한 요즘이다. 17일은 비까지 예고돼 있다. 터지는 카메라 플래시와 취재 열기는 등을 진 채, 그 길을 걸어 올라와야 한다. 국가대표로서의 특권 의식이나 우월감은 모두 버리란 뜻이다. 언덕길 양 옆엔 고요함 속 텅 빈 축구장이 놓여있고, 그 끝엔 대형 태극기가 휘날리고 있다. '너희가 지금 무엇을 위해 이곳에 왔는지 되새겨라'란 감독의 마음을 느끼기엔 충분하다.

홍명보 감독 [사진=정재훈 기자]

홍명보 감독 [사진=정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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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국민과 팬들에게 잃은 신뢰를 되찾기 위한 첫 걸음이다. 홍 감독은 "축구계가 불필요한 가십거리로 가벼워졌고, 국가대표팀의 위상도 추락했다"라며 "이번 동아시안컵 대회는 결과와 내용 못지않게 국민들에게 잃어버린 신뢰를 어떻게 찾는지가 중요하다"라고 지적했다.

연예인 파파라치 화보 같은 파주NFC 입소 사진을 싹 걷어버리고, 굳은 결의의 대표팀을 보여주겠단 노림수다. 동시에 시작부터 태극마크의 진정한 무게를 느끼라는 선수들을 향한 무언의 명령이다.

홍 감독은 "예전부터 난 내부적인 규율을 중요시했다"라고 말했다. 대표팀 옷차림에 제한을 두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어 "티셔츠·모자에 찢어진 청바지를 입고 대표팀에 들어오는 모습이 좋아보이진 않았다"라며 "이왕이면 깨끗한 차림으로 왔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깨끗한 마음가짐도 당부했다. 그는 "파주로 오는 첫 발걸음부터 선수들은 대표팀에 어떻게 와야 하는지 알게 될 것"이라며 "이번 대회에서도 매 경기 투혼을 발휘하는 모습으로 보는 이들의 마음을 얻겠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전성호 기자 spree8@
정재훈 사진기자 roz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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