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의 휴대폰 공장 '딜레마'
국내 생산 비중 줄이지만 국민 정서 때문에 고심…"국내, 고급 인력 거점 삼아야"
[아시아경제 권해영 기자]삼성전자가 인도, 베트남 휴대폰 공장을 증설하는 반면 국내에서는 휴대폰 생산 비중을 축소하고 있다. 속내는 해외 공장으로 이전하고 싶지만 '국민 정서' 때문에 철수하지 못한 채 생산량만 유지하는 딜레마가 이어지는 모습이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연간 국내 휴대폰 생산량을 4000만대 가량으로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는 총 3800만대, 2011년에는 약 4000만대의 휴대폰을 국내에서 생산했다. 글로벌 전체 판매량이 증가하면서 국내 생산 비중은 2011년 12.2%에서 2012년 9.6%로 감소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해외 인건비가 싸고 해외 사업 비중이 커지고 있지만 국내 휴대폰 생산량을 크게 줄이지는 못하고 유지만 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경북 구미 공장의 경우 일부 관리자들을 제외하고는 직원들의 근속년수도 높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관리자들은 베트남, 중국 등 해외에 파견돼 '마더 팩토리'인 국내 공장의 운영 시스템 등을 현지 공장에 접목하는 등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여직원 대부분은 수 년 안에 그만두는 경우가 많다는 게 회사측의 설명이다.
삼성전자 휴대폰 사업에서 국내가 차지하는 비중도 점차 줄어들고 있다. 삼성전자 전체 휴대폰 판매량 중 국내가 차지하는 비중은 2009년 5.3%, 2010년 4.5%, 2011년 4%, 2012년 3.5%로 점차 감소하는 추세다. 반면 해외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는 추세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인도의 경우 지난 1분기 스마트폰 시장 규모가 1000만대로 중국, 미국에 이어 세계 3위로 부상했다. 인건비 뿐만 아니라 물류, 유통, 시장 측면에서도 생산 거점을 해외로 다변화하는 게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삼성전자가 최근 인도 노이다 휴대폰 공장에 스마트폰 생산 라인을 증설하는 투자를 단행하고 베트남 북부 타이응우옌성에 제2공장을 착공, 2015년까지 베트남 내 휴대폰 생산능력을 최대 2억4000만대로 확대하기로 한 것도 이 같은 상황 변화가 반영된 결과다.
글로벌 스마트폰 제조사들도 공장을 해외로 이전하고 있다. 노키아는 비용 절감을 위해 지난해 핀란드 살로에 있는 마지막 공장을 폐쇄하고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 지역에 공장을 착공했다. 애플은 미국 정부의 압박에도 중국 공장에서 아이폰, 아이패드를 전량 생산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고급 인력을 늘리는 방향으로 국내 일자리 창출에 대한 시각이 바뀌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지난해 삼성전자 전체 임직원 중 연구개발(R&D) 인력이 26%인 반면 국내 임직원 중 R&D 인력은 평균을 상회하는 45%에 달한다.
업계 관계자는 "콘텐츠, 서비스 등 소프트웨어를 강화하고 창의적인 비즈니스를 창출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높은데 여전히 제조업 위주의 일자리만을 요구하는 것은 맞지 않다"며 "국내의 경우 제조 인력보다는 최신 기술, 디자인 등을 담당하는 고급 인력 위주로 일자리를 늘리는 방향으로 가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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