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구전략 움직임에 썰렁해진 채권시장
[아시아경제 박선미 기자]미국의 출구전략 공포가 채권시장을 얼어붙게 만들었다.
13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국이 양적완화 규모를 줄이는 출구전략을 검토하면서 채권시장에서 금리가 상승했고(채권가격 하락), 이에 따라 급전을 조달하려는 기업들이 좌절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금융정보업체 딜로직에 따르면 이번 주 미국 채권시장에서 투자 적격 등급 회사채 발행 규모는 41억달러(약 4조6000억원)로 집계됐다. 올해 주간 평균 발행액 232억달러에 크게 못 미친다.
우량 채권 발행 규모가 줄면서 미국 정크본드(신용등급이 낮은 기업이 발행하는 고위험·고수익 채권)의 인기도 동반 하락하고 있다. 정크본드 발행 규모는 최근 2주 전부터 줄기 시작했다. 이번 주에 정크본드를 시장에 내놓은 기업은 6곳으로 규모는 16억달러에 그쳤다. 한 달 전만 해도 정크본드의 주간 평균 발행액은 88억달러였다.
애플, 보다폰, 페트로브라스 같이 몸집이 큰 글로벌 기업들은 그동안 수 십억 달러를 채권시장에서 낮은 금리에 조달할 수 있었지만 금리상승으로 자금조달에 제동이 걸렸다. 정크본드를 자금융통의 유일한 '탈출구'로 삼았던 신용등급이 낮은 기업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마이클 코린스 푸른덴셜채권 수석투자팀장은 "채권시장은 지금 재앙을 겪고 있다"면서 "사상 최저 수준의 낮은 금리를 이용해 돈을 빌리는 것은 이제 더 이상 힘들어졌다"고 말했다.
RBS증권의 에드 마리난 채권 담당 스트레티지스트는 "투자자들은 돈을 투자할 여력이 남아 있지만 (상대적으로)수익률이 낮은 채권 시장에 투자하기 보다는 현금을 쥐고 있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미국 밖 채권시장도 썰렁하긴 마찬가지. 이번 주 글로벌 채권시장에서 회사채 발행 건수는 55건에 불과했다. 이 역시 올해 주간 평균 202건과 비교해 크게 줄었다.
채권시장이 썰렁해진 데에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벤 버냉키 의장이 지난달 22일 양적완화를 수개월 내 축소할 수 있다고 밝힌 영향이 크다. 버냉키 의장의 발언 직후 10년 만기 미 국채 금리는 장중 2.29%까지 올라 14개월 만에 최고 수준으로 급등했고, 회사채에 대한 매력이 줄었다.
FT는 채권시장이 얼어붙으면서 그간 채권 발행을 주요 수입원으로 삼았던 투자은행들의 실적에도 악영향이 따를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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