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증시, 연일 최고에도 닷컴 버블과 달라
[아시아경제 백종민 기자] 최근 미국 증권시장이 사상 최고치 경신 중이지만 1990년대 세기말에 앞서 세계 증시를 들썩거리게 만든 정보기술(IT) 업계의 주가 급등과 다소 다른 상황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미국에서 발간되는 경제주간지 블룸버그비즈니스위크에 따르면 스탠더드앤푸어스(S&P) 500 지수는 2009년 3월 저점 이후 배당을 포함해 연평균 26.2% 상승했다. 이는 1990년대 말 이전 50개월 동안의 상승률과 같다.
그러나 기업의 순이익은 급증했다. 미국 기업의 순익은 2009년 이래 20% 늘었다. 1990년대 후반 닷컴버블 당시의 두 배로 증가한 것이다.
기업 순익 규모 자체에도 큰 차이가 있다. 지난 12개월 사이 S&P 500 기업의 순익은 7845억달러(약 869조2260억원)다. 2000년 4313억달러에서 81% 급증한 것이다. 1996년의 2557억달러에 비하면 세 배로 증가한 셈이다. 세기말 투기심리가 닷컴버블을 이끌었다면 최근 주식시장의 강세는 기업 실적에서 큰 문제가 없는 것이다.
시중의 자금흐름도 큰 차이를 보인다. 글로벌 펀드 조사업체 EPFR는 지난 7년 사이 채권 시장에 1조4000억달러가 유입됐지만 주식형 펀드에서는 9000억달러가 빠져나갔다고 밝혔다. 최근 증시로 투자금이 돌아오고 있지만 세기말과 비교하면 유동성 장세로 보기에는 아직 이르다.
야후 파이낸스의 칼럼니스트 마이클 샌토리는 올해 증시를 1995년과 비교하며 "경제위기에 대한 불안감 해소가 시장의 상승을 이끈다는 점에서 닮은꼴"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미 민주ㆍ공화 양당의 갈등이 연방예산 자동 삭감(시퀘스터)으로 이어졌듯 1995년에는 연방정부가 아예 폐쇄되는 일이 벌어졌다. 그러나 1995년 S&P 500 지수는 34% 급등했다.
최근 시퀘스터 발동에도 예상과 달리 미 경제가 소비증가 등 양호한 모습을 보이자 시장이 안도하며 투자심리가 폭발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가장 중요한 차이는 증시 주변의 자금 상황 및 금리에 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2조3000억달러를 살포한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통화정책과 제로금리가 증시의 버팀목이 됐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채권시장으로 몰리던 자금이 요즘 증시로 몰리는 것도 시장 자체의 요인보다 정책에 좌우된 현상이다.
BOA메릴린치의 마이클 하넷 애널리스트가 분석자료에서 "주식시장의 위기가 커지고 있다"고 경고한 것은 이 때문이다. FRB의 양적완화 정책이 증시를 이끌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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닷컴버블 당시 FRB의 기준금리는 6.5%였다. 따라서 요즘 자금이 증시로 쏠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는 양적완화와 금리정책에 변화 조짐만 생기면 시장이 크게 흔들릴 수 있다는 뜻이다.
최근 FRB 내부에서 양적완화 출구전략이 모색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이는 시장 참여자들에게 일종의 경고음으로 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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