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상하이 車시장, 차등록증이 차보다 비싸
[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중국 상하이(上海)에서는 자동차보다 자동차 등록증이 더 비싸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미국에서 발간되는 경제 주간지 블룸버그비즈니스위크 인터넷판은 자동차보다 등록증이 더 비싼 현실과 원인을 최근 소개했다.
지난 3월 상하이 경매에서 차 등록증이 9만위안(약 1620만원)에 낙찰됐다. 서민이 구매하는 차 가격인 3만~4만위안대를 훌쩍 뛰어넘는 수준이다. 차를 살 형편이 돼도 등록비가 문제인 셈이다.
상하이에서 이처럼 등록증 경매가 벌어지는 것은 운행 자동차 수를 줄이기 위해서다. 인구 2300만의 상하이는 교통이 상습적으로 정체된다. 이를 억제하기 위해 당국에서 꺼내든 게 자동차 등록증 경매제다.
그러나 이런 규제가 의외의 결과를 낳았다. 상하이를 외제차 천국으로 만든 것이다. 3만7800위안짜리 미니 자동차 '판다' 제조업체인 지리(吉利)자동차의 로렌스 앙 이사는 "지방 정부의 자동차 등록 쿼터로 저가 중국 토종 브랜드들이 직접적인 피해를 입게 된다"고 말했다.
상하이 도심의 자동차 10대 가운데 9대는 외제다. 이런 외제차 편중 현상은 중국인들이 외제차를 선호하는 탓도 있다. 하지만 그보다는 차 등록비가 워낙 비싸 일반 서민들이 차 구매를 엄두도 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차를 살 여유가 있는 서민이라도 차 등록증 경매에서 부유층에게 이길 자신이 없다.
2011년 1월 베이징(北京)에서 차 등록증 추첨제를 도입한 이후 중국 토종 브랜드 판매가 절반 이상 줄어 전체 판매의 9.7%에 머물렀다. 1994년 차 등록증 경매제를 도입한 상하이에서는 8.9%만 중국 토종 브랜드다. 중국 평균은 33%다.
차 등록증 판매제는 더 확대될 듯하다. 지방 정부로서는 교통정체와 환경오염을 줄이고 세수를 끌어올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 때문이다. 인구 1300만의 광둥성(廣東省) 광저우(廣州)와 400만의 구이저우성(貴州省) 구이양(貴陽)은 차 등록증 판매제를 이미 시행 중이다. 인구 1300만의 허베이성(河北省) 톈진(天津)은 이달 도입한다.
베이징 등 중국 북부에 극심한 스모그 현상이 발생한 뒤 지방 정부들은 자동차 배기가스 기준을 강화했다. 이에 따라 중국 토종 브랜드의 어려움이 이만저만한 게 아니다. 미국ㆍ유럽의 경우 이미 중국 정부 기준보다 높은 수준의 배기가스 규정을 자동차 생산에 적용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 토종 브랜드들은 자국 기준조차 충족시키기 어려워 대도시 판매를 포기하고 내륙 도시 공략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이마저도 쉽지 않을 듯 싶다. 농민공으로 대도시 맛을 본 내륙 출신들이 토종 저가 자동차보다 외제차에 더 끌리게 됐기 때문이다. 중국 자동차 업계는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게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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