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동 상인들과 국내 소비자 vs 노점상과 외국인 관광객 '뚜렷한 시각차 보여'
[아시아경제 이현주 기자]"이 작은 숍(노점상)들이 불법이라고요? 한국 음식도 먹어 보고 쇼핑을 하기 위해 명동에 오는데 이 숍들이 사라지면 너무 재미가 없을 것 같은데요(boring). 길에 있는 이 작은 가게들은 굉장히 매력적이에요(attractive). 올 때마다 길거리 음식은 꼭 사 먹어봐요. 떡볶이, 만두 등은 빠지지 않고 먹는 것들이죠."
19일 명동 시내에서 만난 싱가포르에서 온 리싱이(24)씨는 "2번째 한국 방문인데 맛있어 보이는 길거리 음식은 꼭 한번 씩 사 먹어 본다"며 이처럼 말했다. 친구들과 함께 이곳을 찾은 리싱이씨는 길 한복판에서 튀긴 만두를 먹고 있었다. 리싱이씨 외에도 가족 단위의 관광객을 포함해 외국인 관광객들은 길에 서서 떡볶이와 만두, 회오리 감자, 어묵 등을 먹고 있었다.
노점상에서 애완용품을 판매하는 한 상인은 "전반적으로 오는 관광객 숫자가 아예 줄어 장사가 잘 되지 않는다"며 "일단 나오는 날이 반으로 줄었으니까 매출도 반 토막 날 것 같다"고 토로했다. 이어 그는 "노점상 구경하다 일반 상점으로 들어가던 사람들도 있었는데 이제는 그런 관광객들은 명동에 오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명동 상인들은 아예 노점상들이 다 사라져야 한다며 크게 반발했다.
명동에서 소매상으로 물건을 떼어주는 한 상인은 "명동역 6번 출구에서 나와서 있는 메인 길을 1구역이라고 부르는데 거기는 300만~350만원의 월세를 내야 장사를 할 수 있는 지역"이라며 "그만큼 돈을 내고서도 노점상들이 거기를 떠나지 못 하는 것은 그만큼 이익이 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그런데도 세금도 내지 않고 장사하면 우리 같은 사람들만 손해를 본다"고 첨언했다.
또 다른 상인은 "노점상 없어져서 화장품 매장이 장사 안 된다는 소리는 헛소리"라며 "관광객 전체 수가 줄어들고 있으니 그 효과로 방문객이 감소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획일화 된 화장품 가게에 들어가는 인원은 한정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명동은 10m 지나면 또 하나가 있을 정도로 브랜드숍 화장품 매장이 많다.
노점상들이 줄어들자 시민들은 편리하다는 의견이 다수였다. 직장인 박현정(29)씨는 "노점상들이 사라지니 길 다니기가 훨씬 편해졌다"며 "오히려 명동에 원래 있던 상점들을 알게 돼 쇼핑하기가 더 좋아졌다"고 말했다. 노점상들에 가려 눈에 띄지 않았던 상점들을 볼 수 있는 기회가 많아졌다는 것이다.
이현주 기자 ecolh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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