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Xㆍ동양, 사활 건 살깎기
이들 대기업들은 주력 사업 매각과 금융권 차입 등을 통해 대규모 유동성을 확보하면서 일단 올해 상환할 차입금 및 운영자금 마련에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추진 중인 주력 사업 매각에 성공할 경우 재무 안정성이 크게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글로벌 해운 경기가 극도로 얼어붙은 상황에서 팬오션 의 매각에는 적잖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실제 지난 14일 STX팬오션 매각의 예고편이라고 할 수 있는 대한해운 매각이 무산된 바 있다. 강 회장도 지난달 기자와 만나 "(STX팬오션 매각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STX는 지난해 말 모건스탠리와 스탠다드차타드(SC)를 STX팬오션 매각주관사로 선정하고 현재 인수 후보자들을 찾고 있다. 국내에서 현대차그룹 및 SK그룹 등이 인수 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있으나 해운시황이 워낙 안 좋아 이들이 실제 인수에 나설지는 미지수다. 해외 해운사 및 사모펀드들도 STX팬오션 인수에 일부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STX그룹은 올해 STX팬오션 매각을 완료한다는 방침이다. 만에 하나 연내 매각이 무산된다고 해도 크게 문제될 건 없다는 입장이다.
STX는 현재 캐나다 맥사미시 광구와 호주 로이힐 광산, 인도네시아 낀탑 광산 등 해외 자원 개발사업 지분 매각을 추진 중이다. 이를 통해 대략 2000억원 정도의 자금 유입을 예상하고 있다. STX중공업 지분 매각으로도 3000억원 이상을 조달할 방침이다.
현재 STX그룹의 총 부채 규모는 선박금융ㆍ기한부 어음(유전스)ㆍ회사채 등을 합쳐 약 11조원. 이 중 STX팬오션의 부채가 5조원으로 절반에 달한다. STX팬오션 매각이 성사되면 부채를 한번에 절반 가량 줄일 수 있는 것이다.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부채는 1조4000억원 정도다. 이를 모두 상환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STX는 부채비율을 낮추기 위해 올해 만기 도래하는 부채를 최대한 상환할 방침이다.
동양 그룹은 유동성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해 말부터 시멘트와 화력발전ㆍ금융 사업을 제외한 전 사업 부문을 대상으로 구조조정을 하고 있다. 이에 따라 동양은 현재 가전과 섬유ㆍ정보기술(IT)서비스ㆍ건재 등의 사업 부문에 대한 매각을 진행 중이다.
동양그룹은 지난달 17일 동양매직으로 널리 알려진 ㈜동양 가전부문의 매각 주간사로 골드만삭스와 동양증권을 선정하고 현재 매각 상대자를 찾고 있다. 동양그룹 관계자는 "가전부문 매각방침이 알려진 이후 국내는 물론 외국기업들의 관심이 많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동양은 섬유사업 매각에 대해서는 국내외 사업장을 개별적으로 나눠 매각하는 방식을 검토하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IT서비스사업 부문에 대해서는 한국IBM을 포함한 여러 업체들과 지속적으로 매각을 검토하고 있다.
동양은 사업부를 매각하는 것과 별개로 주요 계열사를 통해 금융권에서 자금을 차입하고 있다. ㈜동양은 이달 들어 동양시멘트의 지분을 담보로 산업은행 등에서 1000억원 이상을 차입했다. 또한 동양네트웍스와 동양레져ㆍ동양인터내셔널 등도 최근 한두달 사이 적게는 수십억원에서 수백억원 가량의 자금을 금융권에서 융통했다. 매각에 앞서 급하게 필요한 자금은 금융권을 통해 충당하는 모습이다.
동양 관계자는 "매각을 포함한 구조조정을 통해 올해 상반기까지 약 2조원의 자금을 유입해 대규모 유동성을 확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민규 기자 yushin@
이창환 기자 goldfi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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