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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집단소송법 시행 20년' 소 제기 고작 12건…'문서제출명령' 개선 필요[주가조작과의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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④-⑵변호인이 소송 비용 부담…전문 로펌 나오기 어려워
피해자에게 입증 책임…증거자료 확보 불가능
가해자는 '문서제출명령' 거부해도 불이익 無
'불복' 제도 간소화·본안소송 진행 허용해야
'자료제출명령'에 특칙으로 패널티 부과 필요

지난 2012년 동양그룹이 발행한 회사채를 매수했다가 피해를 본 사람들이 옛 동양증권(유안타증권)을 상대로 2014년 집단소송을 제기했다.

지난 2012년 동양그룹이 발행한 회사채를 매수했다가 피해를 본 사람들이 옛 동양증권(유안타증권)을 상대로 2014년 집단소송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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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간 12건."


2005년 1월1일 많은 난관을 뚫고 증권 관련 집단소송법이 시행됐다. 시세조종 등 불공정거래 피해자를 구제하기 위해 제정된 법안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남달랐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증권집단소송법은 유명무실한 제도로 전락했다. 첫 집단소송은 법 제정 후 5년이 지난 2009년 4월에서야 제기됐다. 법 시행 20년째임에도 불구하고 집단소송 제기 건수는 12건에 불과하다. 불공정거래 피해자들이 집단소송을 제기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단적으로 보여준다. 게다가 집단소송을 통해 보상받는 경우는 더욱 드물다. 다음 달이면 라덕연 사태가 발생한 지 1년이 된다. 대규모 주가조작 사건이 발생한 후 불공정거래 조사체계를 개편하고, 자본시장법(부당이득 산정방식, 과징금 부과)도 개정됐다. 그러나 불공정거래 피해자 구제 방안은 언급되지 않았다. 유명무실한 법 제도는 20년째 제자리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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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집단소송, 변호인이 비용 부담 구조… 전문 로펌 사실상 1곳

증권집단소송의 가장 큰 문제는 소 제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집단소송을 시작하기 위해서는 크게 세 가지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①소송에 참여할 구성원 50인 이상을 모아야 하고 ②원고(피해자) 측 법무법인(로펌)은 집단소송을 3년간 3건 이내 진행한 곳이어야 한다. 그리고 ③피해자들이 보유한 피고 측 증권의 총수가 사건 발생 기준으로 0.01% 이상이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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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가운데 가장 큰 난관이 변호사(로펌) 선임이다. 미국과 달리 한국은 증권집단소송 전문 로펌을 찾기 어렵다. 증권집단소송이 주로 기업(또는 주가조작 사범)을 상대하기 때문이다. 큰 사건을 자문하고, 많은 수임료를 줄 수 있는 잠재 고객(기업)을 상대로 소송하기는 쉽지 않다.

무엇보다 증권집단소송은 변호인이 스스로 비용을 부담하며 소송을 진행하는 구조다. 보통 변호사를 선임하면 착수금을 지불하고, 성공보수를 따로 약정한다. 그러나 증권집단소송의 경우 착수금은 받지 않고 성공보수만 약정한다. 다수의 피해자 중 한 사람을 소송 대표당사자(원고)로 정하는데, 개인이 혼자 비용을 부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당연히 증권집단소송 시작 후 인지대, 예탁금, 송달료, 검증비 등 추가 비용을 모두 변호사가 부담한다. 인지대의 경우 1인당 약 10만원 수준이나, 소송 참여자(300~500명)가 다수임을 고려하면 3000만~5000만원으로 부담이 적지 않다. 게다가 인지대는 1만원 이상이면 전액 현금으로 납부해야 한다. 또 수천만원에 달하는 예탁금도 변호인이 부담하고 있다.


증권집단소송 경험이 있는 한 변호사는 "증권집단소송은 소송을 시작해도 법원으로부터 소송 허가조차 받지 못하거나, 어렵게 본안소송을 시작해도 오랜 시간이 걸리고, 결국 본안소송에서 패소하는 경우가 많다"며 "금전적 손해가 큰 사건이므로 대형 로펌이 아니면 부담이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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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사정 탓에 국내에서는 증권집단소송 변호인이 사실상 법무법인 한누리 한 곳뿐이다. 20년간 12건의 증권집단소송 중 7건을 한누리가 맡았다. 이 외에 법무법인 정율(2건), 법무법인 영진(1건), 법무법인 아이엔에스(1건)가 수임했다. 나머지 1건도 한누리 출신 변호사가 독립해 맡은 사건이다.

국내에서 증권집단소송법이 제정된 후 20년간 소송이 12건에 불과한 이유다. 미국에서 10년간(2009~2018년) 연평균 420건의 집단소송이 제기된 것과 큰 차이를 보인다. 미국도 기업을 상대로 집단소송을 진행하는 데 부담을 느끼지만, 집단소송을 담당하는 미들급(소속 변호사 100~200명) 로펌이 꽤 존재한다.


최승재 법무법인 클라스한결 변호사(세종대 법학부 교수)는 "한국은 증권집단소송법 자체가 피해자에 불리하기 때문에 소송을 억제하는 기능이 있고, 자연스럽게 전문 로펌이 크기 어려운 환경"이라며 "소송 비용까지 홀로 부담하는 피해자 변호인에게 인센티브를 주는 등 현재의 소송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소송 시작하려면 '허가 소송'부터, 가해자는 불복 가능…'증거 자료 확보' 가장 큰 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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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차도 만만치 않다. 증권집단소송은 '3단계'(소송허가절차→본안소송절차→분배절차)로 이뤄진다. 첫 번째 소송허가절차는 집단소송으로 제기하기 적합한 소송인지 판단하는 절차다. 이는 증권집단소송의 가장 큰 특징으로 꼽힌다. 이 과정에서 피고가 기업일 경우 화해안을 제시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집단소송이 발달한 미국에서는 원고와 피고의 화해를 촉진한다는 점에서 법(소송)이 '피해자 구제' 역할에 충실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국의 증권집단소송법은 가해자에 유리하다. 증권집단소송법 제15조 제5항에 근거해 피고(가해자)는 소송허가 결정에 대해 즉시 항고할 수 있다. 이 경우 민사소송법에 따라 집행정지 효력이 발생한다. 진매트릭 시세조종 관련 집단소송은 2013년 12월 소 제기 후 5년 만인 2018년 8월에서야 법원의 소송허가 확정판결이 나왔다.


소송이 시작되면 더 큰 난관과 마주한다. 집단소송은 피해자(원고)에게 입증 책임이 있다. 피해자가 증거 자료를 가해자에게 요청해야 한다. 증권집단소송법 제32조는 법원이 소송 관련 문서를 가진 자에게 해당 문서의 제출을 명령할 수 있다. 그러나 가해자가 따르지 않아도 법원이 제재하거나 강제할 근거가 없다.


김주영 한누리 대표 변호사는 "'문서제출명령(증권집단소송법 제32조)'은 유명무실화된 조항이라고 봐야 한다"며 "자료 제출을 거부하면 과태료 500만~1000만원을 내는데, 차라리 과태료를 내고 소송에 불리한 자료 제출을 거부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지적했다.


고작 12건의 증권집단소송 중 승소하거나 화해로 종결된 케이스는 7건에 불과하다. 피해자 구제를 위한 법이 제 역할을 못 하는 셈이다. 김 변호사는 "금융기관, 기업 등 상대가 가진 증거들을 피해자가 확보하기 어렵기 때문에, 승패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집단소송 제기 자체를 꺼리는 상황"이라며 "증거 개시 제도(디스커버리 제도)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불복 절차 간소화하고 본안 소송 진행 허용해야…'자료제출명령'(제32조)에 특칙 마련 필요
그 동안 국회는 피해자 구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증권집단소송법을 개정하기 위해 개정안을 발의했으나, 결국 모두 폐기되거나 철회됐다.

그 동안 국회는 피해자 구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증권집단소송법을 개정하기 위해 개정안을 발의했으나, 결국 모두 폐기되거나 철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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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소송제도가 피해자에게 불리하게 만들어진 이유가 있다. '남소(濫訴·함부로 소송을 제기하는 것) 우려' 때문이다. 법무부가 1996년 증권집단소송 법안을 처음 준비했으나 국회에 제출하지 못했다. 국회에서 제정 논의를 시작한 것은 1998년 외환위기 때이다. 당시 회계 부정 등으로 기업이 도산하면서 해당 주식을 매매한 개인들의 피해가 커지자 국회가 법안 마련에 나선 것이다.


당시 재계는 증권집단소송법에 대해 '기업활동에 부담을 줄 수 있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기업과 금융소비자의 이해관계가 대립하는 법률로 간주해 입법부터 발의까지 진통이 상당했다. 이 과정에서 3단계 절차(불복 제도)와 집단소송 로펌의 자격 등이 추가되며 2004년 12월에야 법안이 통과됐다.


법조계와 학계는 다시 개정안 논의에 나서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정순섭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2005년 이후 실제 소송 사건을 보면 남소를 우려할 상황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며 "자본시장법, 증권집단소송법의 목적은 '시장의 건전한 질서'와 '투자자 보호'를 위한 것인데, 현재 증권집단소송법이 투자자들의 권리 행사 시 지나친 장애 요인은 없는지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절차상 개선이 필요한 부분은 소송허가·불허가 결정에 대해 원고와 피고 모두 '즉시 항고'를 허용하고 있는 법 조항(증권집단소송법 제15조 제4항, 제17조 제1항)이다. 김 변호사는 "증권집단소송 허가 결정에 불복하는 피고(가해자)의 즉시 항고가 제기되더라도 그와 별도로 본안 소송 절차가 계속 진행될 수 있는 방안을 고려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본안 소송 절차를 계속 진행하는 것에 동의할 수 없다면 소송이 장기화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적어도 불복절차를 간소화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법학계의 중론이다.


특히 유명무실화한 '문서제출명령'(증권집단소송법 제32조) 조항 개선이 시급하다. 가해자의 법 위반행위를 피해자가 입증하지 못하면 피해구제의 활성화라는 법 제정 목적을 살릴 수 없기 때문이다. 한국법제연구원 등 법조계 안팎에서는 2016년 개정된 '특허법'처럼 '민사소송법'상 문서제출명령제의 특칙으로 '자료제출명령제' 도입을 제시한 바 있다. 가해자가 자료제출명령에 불응할 경우 해당 자료를 통해 피해자가 입증하고자 하는 주장을 진실인 것으로 인정하는 등 입증 부담을 경감시켜주는 방식이다.

편집자주주가조작 관련 범죄 중 역대 가장 큰 규모(부당이득 합계 7305억원)의 '라덕연 게이트'가 발생한 지 1년(2023년 4월24일)이 되어가고 있으나, 여전히 피해자들의 악몽은 끝나지 않고 있습니다. 한국 자본 시장에 실효성 있는 피해자 방안은 없습니다. 소송밖에는 답이 없으나 비용 부담과 피해입증 어려움으로 엄두조차 내지 못합니다. '라덕연 게이트'로 형사처벌의 한계점을 보완하고 실효성 높은 금전적 제재를 도입한 자본시장법 개정은 의미가 크지만 다양한 형태로 지속해서 증가하는 증권 범죄를 근절하려면 이를 효율적으로 적발·조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신속·엄정한 제재를 위한 추가 제도개선이 필요합니다. 아시아경제 증권자본시장부 특별취재팀은 해외 자본시장 선진국의 제도를 살펴보고, 증권 범죄를 억제하기 위해 우리 시장의 과제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점검해봅니다. 또한 지능적·조직적인 범죄행위가 발생하는 만큼 투자자의 피해구제를 위한 실효성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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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보받습니다>

미공개정보 이용, 부정거래, 시세조종, 보고의무 위반 등 각종 불공정 거래와 관련해 다양한 관점에서 집중적으로 보도할 예정입니다. 자본 시장 범죄 근절을 위한 종합 대응 방안 마련을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제보(lsa@asiae.co.kr) 부탁드립니다. 끝까지 취재해 보도하겠습니다.


<특별취재팀> ▲팀장 이선애 부장 △김민영 황윤주 차민영 김대현 기자





황윤주 기자 hyj@asiae.co.kr
차민영 기자 blooming@asiae.co.kr
김대현 기자 kd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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