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명하게 탄 가르마처럼 당선인은 늘 명쾌하게 상황을 정리했다. '되는 건 되는 것, 안 되는 건 안 되는 것'이었다. 퇴로를 열어두는 정치판의 화법으로부터 적어도 그는 자유로웠다. 예측 가능한 정치가 주는 안정감. 당선인 최고의 강점이었다.
4대 중증 질환(암·뇌질환·심혈관질환·희귀 난치병) 진료비 전액 국가 부담 약속도 논란을 불렀다. 최근 인수위 주변에선 '본인부담금이 유지되고, 상급 병실료·간병비도 종전처럼 환자가 부담해야 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법 흘러나왔다. 돈 문제로 후퇴한다는 평가가 나올만 했다.
당선인은 6일 이런 전망을 전면 부인했다. 새누리당 국회의원·당협위원장 연석회의에서 "선거가 끝나면 으레 선거 기간 중 했던 약속은 잊고 제로베이스(원점)에서 다시 시작하자는 말이 나오지만, 저는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인수위는 "4대 중증 질환 관련 공약을 수정한다는 보도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이 상황, 납득할 국민도 없겠지만 진실이래도 '오독(誤讀) 유도' 책임이 남는다. 알쏭달쏭. 시시한 말 장난은 신뢰의 아이콘 당선인과 안 어울린다.
박연미 기자 chan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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