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계 '국제문화교류진흥원' 설립 공론화..부처는 '동상이몽'
[아시아경제 이규성 기자]문화예술계가 한국문화원의 기능과 역할을 조정ㆍ개편하고 교류사업의 허브를 담당할 국제문화교류진흥원(가칭) 설립을 제기, 공론화에 나섰다. 그러나 이를 바라보는 정부 부처간 속내는 복잡하다. 문화체육관광부는 환영하는 분위기인 반면 외교통상부는 소극적인 반응이다.
현재 해외문화교류사업은 한국문화원 업무 이원화, 사업 및 업무 중복, 부처별 교류단체 난립, 민간기구의 개별 활동 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심지어는 외국 문화기관 및 단체들은 "한국과의 문화교류는 누구와 협의해야되는 거냐"며 협력 대상을 찾지 못 해 우왕좌왕할 지경이다.
고정민 홍익대 교수는 30일 "한류 등 우리 문화와 교류를 추진하는 해외의 요구가 거세지는데도 적절히 대응하지 못 하고 있다"며 "현실적으로 기존 한국문화원체제로는 증대되는 교류 요구를 수용하기 어려운 만큼 별도의 허브를 구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에 국제문화교류진흥원이 설립으로 이어질 경우 한류의 글로벌전략이 더욱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중국, 일본 등도 자국 문화의 글로벌 확산에 공세적인 상황에서 교류 허브 마련은 주먹구구식 한류 전파에도 새로운 전기가 될 것이라는 평가다.
한국문화원은 설립 당시 경제 발전, 국가 이미지 개선 등 홍보 기능이 수십년동안 그대로 유지돼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 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업무 이원화로 효율성이 민간기구에 비해 현저하게 떨어진다. 현재 한국문화원의 신설, 운영을 위한 예산 편성과 집행, 회계 책임은 문화체육관광부가 지고 있다. 하지만 재외공관 부설기관으로 설치, 조직체계는 외교통상부 기구로 돼 있다.
이같은 이원적인 체제로 관계부처 협의 등 예산 및 조직 운영의 자율성이 제약받고 있다. 지난해말 외교부와 문화체육관광부가 한국문화원 설치법 관련 개정 법률을 각자 국회에 제출하는 촌극마저 연출되기도 했다. 법령 및 규정상 한계로 문화교류 환경 변화 및 문화글로벌정책 등에 있어서도 종종 부처간 이견이 노출돼 왔다.
한국문화원은 지난 79년 동경, 뉴욕 등에 설립되고 독일 등에 홍보원을 둔 이후 2006년 문화원으로 통합됐다. 현재 20개국, 24개에 이른다. 여기에 올해 4개를 추가, 28개의 한국 문화원이 설립될 예정이다. 한국문화원의 기능과 역할은 '국제문화교류 증진과 우리 문화의 해외 홍보'에 있다. 해외 한국문화원 연 평균 방문자 수는 2008년 3만1385명(12개)에서 2011년 4만1299명(19개)로 꾸준한 증가 추세다. 해외의 한국문화원 신설요청 지역도 2010년 4개에서 2011년 13개로 늘었다. 한국문화원 설립 초기 한국의 안보문제, 경제발전, 국가 이미지 개선 등이 주요 사안이었으나 지금은 국제문화교류의 중요성이 더 높아진 상태다.
해외 현지에서는 K팝을 비롯, 한류에 대한 관심이 커져 교류협력 요구가 빗발친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문화원의 상급기관인 외교부는 문화교류 협력을 공공외교 측면으로 접근, 업무의 순수성을 잃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최근의 문화교류는 디지털과 인터넷, SNS 등 소셜 미디어의 발달로 국가, 공공단체, 민간단체, 개인 등 여러 주체에 의해 다양한 경로로 진행된다. 따라서 수직적 네트워크에서 양방향적 교류의 수평적 네트워크로 전환 중이다.
그럼에도 한국문화원은 설립 당시 체제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어 개편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더불어 한국문화 교류 방식의 전환, 한국문화원 역할도 재정립할 필요성이 높다는 의견이다. 맹완호 괴테 인스티투드 독일문화협력관은 "국가 혹은 인적 교류가 크게 변화하고 다양해졌다"며 "여러 경로와 방법을 통해 문화교류를 활성화시키기 위해서는 한국문화원의 역할을 조정해야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지난해 싸이의 강남스타일을 통해 경험한 것처럼 문화를 소개하는 방식이 달라졌다는 점을 주목해야한다"고 덧붙였다.
국제문화교류 기관 및 단체 등이 각 부처별로 난립해 협력이 미흡한 것도 문제다. 실례로 해외 문화교류사업은 ▲ 외교부의 경우 대사관, 코이카, 국제교류재단, 한아세안센터 ▲ 문화체육관광부의 경우 한국문화원, 세종학당, 한국관광공사 ▲ 문화재청의 경우 국외문화재 환수재단 ▲ 교육과학기술부의 경우 국제교육진흥원, 해외 한국학교 외에 민간의 문화재단, 각 대학 및 연구소, 박물관, 화랑ㆍ문화예술품 경매회사, 유네스코 한국 위, 아태국제이해교육원, 아태무형유산센터, 월드비전 및 굿네이버스 등 국제개발협력 민간단체 등으로 흩어져 있다.
단체 난립은 해외에서 한국과 문화교류를 원하는 외국 기관들이 논의 상대를 정확히 판단하지 못해 혼선을 초래하는 원인으로 작용한다. 하지만 정부는 국제문화교류사업과 관련해 ▲ 환경 및 패러다임 변화에 따른 적절한 대응 부족 ▲ 국제문화교류사업 방식의 정체 ▲ 국제문화교류업무의 연계성 부족 등에도 뾰족한 개선책을 못 찾고 있다. 한국문화원 등과 별반 차이가 없는 부처별 유사ㆍ중복사업, 후진적 사업 방식 등도 개선이 안 되기는 마찬가지다. 이에 오래전부터 전문가들은 지역별 수요와 특성에 맞는 교류, 환경에 맞는 기능과 역할 조정, 기구 개편, 협력체제 구축 등이 절실하다고 주장해왔다.
특히 국제문화협력에 있어 교류기관간의 네트워크, 협의 등 여러 부분을 일관되게 수행할 기구의 필요성이 제기된다. 고유 업무 영역을 지키면서도 허브 기능의 센터를 두자는 의견이다.즉 한국문화원을 중심으로 한 문화교류 네트워크를 수행할 기구(국제문화교류진흥원) 설립을 서둘러야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유승호 강원대 영상문화학과 교수는 "전문성, 효율성, 공공성을 담보할 기관을 두고 추후 성과에 따라 민간법인화하는 것도 논의해볼 만 하다.국제문화교류진흥원은 공공기관 성격으로 설립하되 기존 한국문화원의 기능을 승계하고 행정적ㆍ재정적 자율성을 보장해 문화 홍보 및 문화교류 역량을 높여야한다. 기능과 역할에 있어서도 국제문화교류 업무를 총괄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한 국제문화교류사업을 수행하는 자생적 민간단체를 발굴, 한국문화 교류 기구로서의 인증을 제공하는 등 민간 및 공공, 개인을 망라한 허브 역할을 두는 방안을 검토해야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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