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따라 새로운 전략 마련을 위한 각계의 움직임도 분주해졌다. 전문가들은 "사전 기획에 의한 가수 조기 발굴- 장기 훈련-데뷔라는 K팝의 기존 공식을 해체한 새로운 스타일의 제작시스템이 절실하다"며 "해결해야할 숙제로 제작 시스템 뿐만 아니라 저작권 배분, 계약 불평등, 일부 스타의 몸값 과잉, 미성년자의 상업적 공연 등의 봉건적 환경에 대해 개혁해야할 시기"라고 지적한다. 이는 삶의 감정과 정서, 여흥을 추구하는 행복산업의 어두운 그늘을 제거하지 않으면 세계 시장에서 지속적으로 각광 받기 어렵다는 위기 의식에서 출발한다.
아이돌 그룹 강세가 한국적 현상인 이유는 특수한 환경 덕분이다. 한국의 경우 미성년자를 훈련, 데뷔시킬 수 있는 환경이 비교적 자유롭다. 미국과 영국의 경우는 매우 어렵다. 영국의 경우 1963년 '아동 및 미성년자에 관한 법'이 제정됨에 따라 미성년자가 공연 등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당국의 허가를 받아야한다. 미국에서도 미성년자의 성인 연예활동을 제약하는 규제가 시행되고 있다.
1980∼ 90년대 팝시장을 이끌던 미국에선 한국의 기획형 아이돌처럼 공격적인 마케팅에 의해 아이돌 그룹이 만들어졌다. 그러나 음악적 소양 부족, 속성 훈련된 아이돌에 대한 반감, 법률 규제 등으로 퇴조한 양상이다. 따라서 과도한 훈련과정을 거치는 한국식 스타 육성 방식을 재검토해야한다는 의견이다.
디지털 음원의 경우 다운로드 시 한곡당 600원 꼴이다. 그러나 많은 곡을 받게 되면 가격은 더 싸진다. 150곡을 월정으로 다운로드 받으면 가격은 곡당 60원 수준으로 떨어진다. 스트리밍 서비스의 경우는 거의 공짜다. 이같은 구조가 아이돌그룹을 통한 기획마케팅 욕구를 자극한 배경이다.
한국경영학회의 한 회원은 "우리의 경우 음악시장이 척박한 것이 기획형 아이돌 육성을 자극한 측면이 있다"며 "동일한 마케팅에 지속적으로 의존하게 되면 수요자의 감수성, 창의성 등을 수용하기 어려워 퇴조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한다. 따라서 대안을 찾아야할 시기라는 지적이다.
◇ 아이돌 육성 실태는=초등학교시절부터 시작해 수년동안 연습생 생활을 하다 성공해 부모에게 집을 사줬다는 아이돌스타의 미담이 종종 회자되는 경우를 볼 수 있다. 그 미담은 라면을 먹으며 하루 10시간 이상 연습했다는 대목에 이르러 장한 인간승리로 승화되기 일쑤다. 어린 나이에 고통과 시련을 이겨낸 아이돌 성장기는 우리 사회의 또 다른 성공이데올로기다.
아이돌 스타가 사육(?)되는 과정은 천편일률적이다. 영어로 '우상'을 뜻하는 아이돌은 우리나라에선 청소년에게 인기 많은 댄스가수를 지칭하는 경향이 있다. 아이돌은 생성 초기 20대에서 최근 10대로 내려왔다. 기획제작사는 10대 청소년을 방송 활동 목적으로 노래, 춤 등 수년동안 훈련시켜 방송에 데뷔케 한다. 그룹 형태가 보통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어린 초등생마저 기획사를 찾아다니며 오디션을 보느라 학업은 뒷전인 경우가 허다하다.
기획제작사는 연예계 진출을 원하는 청소년에게 고액의 비용을 요구해 종종 물의를 빚거나 초기 투자 비용 회수 목적으로 장기간 계약관계를 유지한다. 기획제작사와 소속 연예인 간에 불공정 계약으로 인한 분쟁도 비일비재하다. 동방신기 사태 등 노예계약 논란의 그 사례다. 심지어는 데뷔를 미끼로 성매매 등 범죄에 이용되는 경우도 있다.
아이돌 그룹의 수명은 짧다. 팬들의 기호가 변화무쌍해서다. 수명이 5년을 넘어가는 아이돌 그룹은 극히 드물다. 수많은 사회적 문제와 물의에도 불구하고 아이돌을 육성하는 기획사들은 우후죽순으로 범람한다. 일부 투기화된 측면도 있다. 조직 폭력배들마저 연예 기획사를 차려 어린 청소년을 유혹하는 사례도 생기고 있다. 바로 이런 봉건적 환경이 K팝 성장을 가로막는 장애가 될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K팝 생산기반 자체를 위협하는 요인들이기도 하다.
◇ 대안은 무엇인가= 한국의 아이돌은 지나치게 댄스 위주로 육성되는 등 상업적 목적이 뚜렷하다. '사육된 청소년'인 아이돌이 제작사의 기획력에 의해 만들어지는 이유는 청소년의 재능을 공교육을 통해 육성, 발굴하는 시스템이 부재한데서 비롯된다. 그 역할을 제작사가 담당하도록 방치된 까닭이다. 이는 기획사의 아이돌 가수 육성 비용 증가로 이어진다. 이 때문에 본전을 뽑으려는 기획사들의 불공정 계약으로 노예계약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미국의 경우 다양한 공개 오디션을 통해 시장이 육성한 가수의 발굴과정을 거친다. 즉 별도의 육성 비용이 많지 않는다. 일본의 경우 훈련 과정이 존재하나 장시간 이뤄지지는 않는다. 한국 기획제작사는 연습 등 5년 이내의 투자를 통해 아이돌을 만들어낸다. 인원도 3∼13명으로 대규모다. 제작사는 보통 30명 내외의 연습생을 보유하고 있다. 여기에 드는 비용이 만만치 않다.
대다수 신생 제작사는 선도기업에서 탈락한 인력이 데뷔하지 못한 연습생을 주축으로 시장 진입을 추구하는 형태도 전 소속사 스타일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다양한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제공할 시스템을 새롭게 구축할 필요성이 있다. 고정민 한국창조산업연구소장은 "제작 인력의 양성 및 교육에서부터 창의성이 발현되는 구조를 만들어야한다"면서 "제작 및 콘텐츠 생산기반 육성을 위해서는 제작기반 전체를 새롭게 개편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한다.
현재 음원시장 붕괴를 막을 수 있는 음악 수익 배분 구조의 정착, 산업 참가자들의 공동 발전을 위한 소통ㆍ협력, 투자 구조의 다변화, 음악과 관련된 정보, 서비스가 원스톱 제공되는 유통 플랫폼의 혁신, 참여자간의 갈등ㆍ불화를 해소할 수 있는 협력관계 구축 등의 대안이 요구된다.
이규성 기자 pe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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