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이 살려낸 '홍익' 그 이름...그 사랑 갚는 사랑방 될 것
책을 지키는 사람들 <4> 신촌 홍익문고 박세진 대표
[아시아경제 이상미 기자]"요즘엔 서점을 찾는 손님들이 예전과는 다르게 보입니다. 할인을 못 받아도 여기서 책사겠다고 오신 분들이라고 생각하면 그저 고맙기만 하죠." 지난해 재개발로 인해 사라질 위기에 처했던 신촌 홍익문고의 박세진 대표(44)는 최근 1층에서 손님들을 직접 맞이할 때가 많다. 박 대표는 "큰 위기를 넘긴 후로 서점에 더 애착이 간다"며 "100년을 채우라는 아버지의 유언이 이제는 나의 비전이 됐다"고 말했다.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아버지 고(故) 박인철씨에 이어 홍익문고를 이끌어온 박 대표는 "사실 100년을 채우겠다는 건 내 고집일지도 모른다"며 "지금과 같이 매출이 매년 15%씩 떨어지는 상황에서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고 한숨을 쉬었다.
서점의 상황이 어려운 것은 홍익문고만의 문제가 아니다. 한국서점조합연합회에 따르면 1994년 5600여개를 헤아리던 국내 서점 수는 가파른 하향곡선을 그리며 2011년 1700여개로 줄어들었다. 불과 20년의 세월이 흐르기도 전에 서점 3분의 1이 사라진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서점을 포기하지 않는 이유는 '홍익'이라는 서점 이름 그대로 '책이 사람을 이롭게 한다'는 믿음 때문이다. 그는 "얼마 전에 '홍차'라는 책을 읽고 나서 그전까지 관심도 없었던 홍차가 이제는 내 생활의 일부분이 됐다"면서 "책은 사람의 생각, 경험, 취향 그리고 인생까지도 변화시킬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사람들이 책을 통해서 인생을 풍요롭게 만들어가는 것 자체가 서점이 존재하는 이유"라고 덧붙였다.
박 대표는 앞으로 홍익문고가 책을 사고파는 공간에서 지역주민들의 문화 공간으로 자리매김하도록 할 생각이다. 그는 "그 전까지는 서점운영만으로도 버거워서 우물안 개구리처럼 살았지만, 이제는 주위를 둘러볼 여유가 생긴 것 같다"며 "홍익문고가 문닫을 위기에 처했을 때 자신의 일처럼 나서서 도와준 사람들을 위해 서점 공간을 나누겠다"고 말했다.
예전에는 창고로 쓰이던 홍익문고 건물의 5층에서는 매주 지역에서 활동하는 독서토론모임이 열린다. 박 대표는 "신촌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독서토론모임 '틈새'사람들이 시끄러운 커피숍에서 모이는 걸 보고 서점으로 오라고 제안했다"며 "출판문화진흥원에서 지원금도 나와 일석이조"라고 설명했다.
홍익문고는 앞으로도 5층 공간을 지역사회의 문화공간으로 적극적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박 대표는 "서대문구 학부무회, 도서관친구들, 희망네트워크 등 지역사회를 기반으로 한 다양한 시민사회단체들이 많다"며 "이들이 서점에서 자주 모인다면 이곳이 자연스럽게 지역 사랑방으로 자리매김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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