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규성 기자]

[Book]나이가 사라진 시대의 등장 '어모털리티'
AD
원본보기 아이콘
뱀파이어는 단지 영화에서나 나오는 존재가 아니다. 그들은 높은 사회성, 철학과 이념을 갖추고 어떤 경우 뛰어난 성적 매력, 특별한 능력을 지녔다. 비록 차가운 피를 가진 존재지만 인간 곁에 머물며 영원히 산다는 점에서 선망(?)의 대상이다. 우리 사회에 이와 비슷한 사람들이 있다. 어모털족이다. 이들은 현실 속 네버랜드에 살면서 늙지도 죽지도 않은 피터팬이다.


죽을 때까지 나이를 잊고 살아간다는 의미의 '어모털리티'는 '타임'지의 편집장을 지낸 '캐서린 메이어'가 만들어낸 신조어다. 저자는 방대한 자료와 인터뷰, 다양한 인물을 통해 어모털리티를 추구하는 사람들의 생활상과 경향, 산업 변화를 설명하고 있다. 용어가 새롭다고 해서 개념마저 새롭지는 않다. 이미 안티 에이징(혹은 다운 에이징) 등 유사한 개념이 있다.

저자는 저술 '나이가 사라진 시대의 등장-어모털리티'를 통해 어모털족은 도대체 어떤 사람들이며 무슨 일을 하는지, 무엇을 원하고 소비하는지, 또 사랑과 결혼의 방식은 물론 종교관까지 구체적으로 해부한다. 나아가 이들이 젊음을 추구하는 정서와 과학기술, 비즈니스 등 다양한 각도에서 어모털리티를 탐색함으로써 우리 시대에 나이 개념이 모호해진 이유를 고찰해 낸다.


"어모털리티는 단지 노화에 저항하고자 하는 열망, 그리고 그 열망을 실현시켜주겠다고 약속하는 온갖 의학기술보다 훨씬 강력하고 광범위한 현상이 됐다. 어모털리티는 우리 삶을 저 깊숙한 곳까지 바꿔놓고 있다. 일, 여가, 가족, 사랑, 젊은 나이와 늙은 나이, 그리고 그 사이에 있는 모든 것들에 접근하는 방식을 바꾸는 것이다." -본문 중에서-

2050년에 도달하면 전 세계 인구 10명 중 4명이 60세를 넘어선다. 현재 고령화사회로 진입하는 과정에서 나이 든 어모털족은 그들의 영향력을 행사하는 중이다. 미국의 '세네제닉스'라는 노화방지 전문 클리닉 센터는 초기 가입비 4000달러, 월 관리비용 최소 1500달러에도 2만여명 이상의 고객을 확보하고 있다. 이곳은 호르몬 요법을 위주로 한다. 이처럼 의학을 도움을 받으며 젊고자 하는 욕구를 실현하는 사람이 많아졌다. 우리나라에서도 2010년 차병원이 만든 '차움'은 프리미엄 건강검진을 비롯해 노화도, 유전자 검사, 스파, 운동요법, 영양요법 등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회원권 1억7000만원, 연 회비 450만원을 별도로 낸다.


안티 에이징 혹은 다운 에이징 관련 마케팅도 쉽게 접할 수 있다. 실례로 지난해 10월 롯데 백화점은 판매직원을 대상으로 "장년층(노년층) 고객을 노인 취급하지 말라"는 교육을 실시, 고객의 안티 에이징에 대한 욕구를 반영하고 있다. 심지어 지식경제부에서는 2009년 산업기술촉진법을 근거로 '항노화산업 육성방안'을 마련했다. 이에 기업과 대학, 연구소 등이 참여하는 항노화제품 개발 사업단에 2014년까지 연간 90억원을 지원하고 있다.


이처럼 어모털리티는 단순한 유행에 그치는 게 아니라 오래전부터 우리 곁에 와 있다. 캐서린 메이어는 "(어모털리티는) 변화의 힘과 광대한 중요성을 제대로 이해받지 못 하고 있다. 우리가 먼저 해야할 일은 무척이나 짧은 시간동안 어모털족이 여행해온 거리, 그리고 이들을 그 지점까지 끌고 온 힘이 무엇인지 재검토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사회적 풍요의 부산물인 '어모털리티'는 유토피아를 추구하는 성향의 현실적 표현이다. 여기서 캐서린의 저술은 어모털리티의 장점만 아니라 위험 또는 딜레마 역시 지적한다. 또한 '100세 시대에 이르러 과연 중년은 어디인가' 하는 등의 현실적이면서 사회학적인 질문도 놓치지 않는다.

AD

그러나 '나이에 대한 분별이 사라진 것이 좋은 것인가 ?', '노화라는 호르몬 작용과 인간의 생로병사를 인정하지 않는 태도가 기존 사회와 충돌할 경우엔 어찌해야 하는가 ?' 등등의 의문은 속 시원히 풀리진 않는다. 양극적 사회 즉 사회적 풍요가 편중돼 있는 상황에서 '100세 시대'가 축복이지 않은 사람들에게 새로운 갈등일 수 있다는 점 또한 설명이 부족하다. 분명한 건 누구든지 나이 들어 강하든 약하든 어느 정도의 어모털리티를 드러내기 마련이다. 이에 저자는 사회적 유행병 즉 하나의 신드롬으로서의 '어모털리티'를 통해 고령화된 사회에서의 삶을 어떻게 추구할 지를 제시한다.


(나이가 사라진 시대의 등장-어모털리티/캐서린 메이어 지음/황덕창 옮김/퍼플카우 펴냄/값 2만원)


이규성 기자 peace@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보면 좋은 기사

새로보기

내 안의 인사이트 깨우기

취향저격 맞춤뉴스

많이 본 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

놓칠 수 없는 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