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도세 시행 첫해 미술시장..앞으로 나아갈 길은?
[아시아경제 오진희 기자] 올해 '미술품 양도세' 도입 이후 미술계 등에서 우려와 기대가 엇갈리고 있다. 여전히 화랑들을 주축으로 한 미술계의 반응은 냉담하기만하다. 경기불황에 미술시장규모도 지속적으로 축소되고 있는 와중 양도세 도입은 시장에 찬물을 끼얹는 격이나 마찬가지란 의견이 팽배하다. 하지만 이와 반대로, 이왕 시작된 세제도입을 긍정적 방향으로 끌어보자는 의견들도 잇따라 제기되고 있다. 세제를 활용한 창작 지원, 작품의 가격과 내력에 대한 정보구축을 통해 미술시장을 건전하게 만들 수 있다는 기대감에서다.
장장 20여년간 미술계와 조세당국이 공방을 펼쳐온 미술품 양도세가 지난 1일부터 본격 시행됐다. 미술품을 판매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양도차익의 20%를 기타소득세로 내야한다. 대상은 6000만원이상, 작고작가의 작품에 한정됐다. 단, 해외작가의 작품은 생존작가도 포함된다.
지난해 말 안창남 강남대 교수가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국내미술시장 규모는 2007년의 경우 6000억원이었으나 2008년의 경우 4500억, 2009년의 경우 4000억 원 규모로 축소되고 있다. 금융위기 이전 호황을 맞은 국내미술시장의 미술투자수익률은 16%로 기록됐다. 하지만 총 31조원으로 추산되는 세계미술시장 내 한국은 11위 정도로, 금액대비 0.7%에 불과하다. 경매시장으로만 볼 때 중국이 1위로 33%이며, 미국 30% 영국 19% 프랑스 5%, 한국은 0.5%다. 지난 2011년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의 '미술품 양도소득세 부과에 대비한 정책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양도소득세를 통한 세수입액이 그리 큰 것은 아니다. 연도별로 적용할 때 활황이었던 2007년엔 60억원, 2008년 30억원, 2009년 20억원 수준으로 나타났다. 미술품양도세의 반대 이유가 세금부과보다는 컬렉터들의 신분노출이 꺼려진다는 데 있다는 얘기다.
과세에 반대해온 미술계 내부에서는 "아직 국내미술 시장 자체가 작은 규모에다, 침체기에 이르러 과세하기엔 이른 감이 있다"는 주장이 강하다. 하지만 조세당국에서는 "미술시장이 축소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소득이 상승할 경우 가장 활황이 될 수 있는 분야인데다 음성적인 뇌물거래와 부의 세습이 용이해 조세회피나 탈세목적으로 이용될 수 있는 가능성이 많다"는 게 이번 양도세 도입 취지의 근거다.
특히 해외의 입법례를 보면, 미술시장의 역사가 길고 규모가 큰 선진국들도 이미 양도세를 적용하고 있다. 미국, 일본, 유럽의 경우 과세방식에 차이가 있으나 미술품 양도에 대해 대부분 과세하고 있다. 미술품 양도소득은 종합소득에 합산해 10~40%의 누진세율을 적용하거나 별도 세율로 분리과세된다.
안창남 강남대 교수는 "차기 정부에서도 '지하경제 양성화'를 제기하고 있는데, 미술품양도세는 앞으로 상속·증여세 적용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며 "과세제도가 있는 것 자체가 뇌물이나 비자금 목적의 단골수단으로 대두된 미술품 시장에 대한 정화역할을 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안 교수는 이어 "미술시장이 투명해지면 미술품 가격의 거품이 사라지게 되고, 미술품 투기꾼이 아닌 미술품 투자가들이 나타나 위작시비도 줄어들 것"이라며 "다만 시장의 위축방지를 위해 일정금액 이상의 거래에 대해서만 우선적으로 시행될 필요가 있으며 창작미술가에 대한 조세지원이 필요하고, 제도의 원활한 정착을 위해 거래내용의 데이터베이스화와 미술품 가격지수개발도 병행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술계 내부 역시 이번 세제도입을 계기로, 미술산업 지원에 대한 여론형성이 되기를 희망하는 의견도 나온다. 서송록 안동대 미술학과 교수(평론가)는 "지금 그림을 그려 시장에 팔고 있는 작가들은 극히 소수다. 독식구조인데, 이번 양도세로 거둬들이는 세금을 열악한 창작자들의 작업 활동 지원에 쓰였으면 좋겠다"며 "아트페어를 가면 똑같은 유명 작가의 작품이 10~20개 화랑에서 모두 출품하고 있는 것을 심심치 않게 볼수 있는데, 다양한 작품들이 국내미술계에서도 인정받고 특색있는 화랑들이 점차 생겨야 미술계가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한 중견작가도 "작고작가 작품에 우선 양도세를 적용한 것에는 찬성"이라며 "박수근, 이중섭 그림들이 위작시비의 대상이 됐던 것은 그만큼 유통업체인 화랑이나 경매에서 장사수완으로 가격을 부풀리면서 생긴 문제"라고 꼬집었다.
서울의 한 미술관 수석큐레이터는 "양도세 도입이 작가들과 컬렉터, 미술산업에 어떤 혜택들을 두루 줄 수 있을 것인지 고민할 수 있는 단초가 되길 바란다"면서 "세금외에도 그림을 살 때 얻을 수 있는 세제혜택도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술품 양도세는 100% 국세에 해당하며, 관할기관인 국세청은 화랑, 개인간 거래 등 신고와 세금납부 감독을 철저히 하겠다는 방침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현금 거래를 통해 신고를 하지 않는 등 음성적 거래가 있을 수 있어, 구체적인 방법들을 전문가들과 지속적으로 논의할 것"이라며 "미술품양도세 신고, 규모 등 통계는 내년 2월께 발표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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