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상훈 한국가업승계기업협의회장
[아시아경제 박혜정 기자]"선대의 기술과 경영 노하우·철학을 이어받는 게 가업승계인데 기술 노하우를 받았다는 이유로 상속세와 증여세를 부과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 국회가 가업상속 공제 대상 범위를 매출액 1500억원에서 2000억원 이하로 확대했지만 생색내기에 불과하다."
18일 강상훈 한국가업승계기업협의회장은 이달 초 국회를 통과한 '상속세 및 증여세법 개정안'에 대해 "실질적으로 가업승계를 준비 중인 중소·중견기업들이 체감하는 효과는 없다"며 잘라 말했다. 강 회장은 "개정안은 소기업, 소상공인, 중소기업에 혜택을 주는 수준이어서 오히려 기술을 많이 가진 중견기업은 혜택에서 소외됐다"고 덧붙였다. 한 마디로 '아직 가업승계 기업은 춥다'라는 뜻이다.
중소기업연구원에 따르면 중소기업의 87.1%가 가업승계 의향을 보이지만 이들 중 19.5%만이 승계를 진행 중이다. 44.6%는 별다른 대책 없어 손을 놓고 있다. 이들은 상속세와 증여세를 납부하기 어려운 이유로 '현금 등 납부에 필요한 기타 자신이 부족'(48.6%), '지분의 적정 가치평가 곤란'(31%), '보유 지분으로 납부시 경영권 유지곤란'(20%) 등을 꼽았다.
강 회장은 "2세로 넘어갈 때 기업의 완성도를 높이기는 커녕 주식을 팔아 세금을 낼 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경영권과 투자가 위축되고 적절한 가업 승계 시기도 놓칠 수 있다"고 꼬집었다.
강 회장은 강소기업이 튼튼한 허리 역할을 하고 있는 독일식으로 가야한다고 지적했다. 독일은 기업이 7년간 유지될 경우 상속세의 85%를 면제해주고 10년간 유지되면 전액을 감면해준다. 독일처럼 10년 이상 가업을 유지할 경우 세를 전액 감면해주되 그 전에 기업을 매각하면 연차별로 세금을 매기도록 하자는 것이다. 그는 "독일 기업의 70%를 차지하는 중소기업 가운데 30%가 가업을 승계한 기업"이라면서 "정부는 기업이 존속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고 기업은 스스로 체질개선을 하고 사회적 역할을 다해 균형을 맞추면 장수기업이 탄생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가업 승계 초기 5년이 가장 위험한 시기"라며 "창업기업에 준하는 세제, 금융혜택을 주면 안정적인 바통터치가 잘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가업을 승계한 기업의 5년 생존률은 95%에 달한다. 5년 동안만 지원해주면 대부분이 장수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의미"라고 덧붙였다. 반면 창업기업의 5년 생존률은 30.2%에 불과하다.
한편 지난 2008년 설립된 한국가업승계기업협의회는 주로 경영 후계자 역량 강화교육, 해외 성공 가업승계사례 벤치마킹을 위한 연수 등의 활동을 하고 있다. 현재 약 200개의 가업승계를 마쳤거나 준비 중인 중소·중견기업이 회원으로 있다.
박혜정 기자 park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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