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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터리 통계·어리벙 신고서 '쯧쯧 채권 선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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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보유잔고 6년째 잘못 발표..회사채 시장서도 주관사 실수로 증권신고 오류

[아시아경제 이승종 기자, 정재우 기자] 채권 투자자인 김영석(가명)씨는 지난달 말 금융감독원의 외국인 원화채권 보유잔고 수치를 확인하다 고개를 갸우뚱했다. 금감원 거시감독국과 금융투자감독국이 각자 외국인 채권잔고를 발표하고 있는데, 양 수치가 서로 달랐던 것. 외국인의 채권 투자 동향은 채권 금리에 큰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중요한 투자 고려 요인이다.

거시감독국 자료에 따르면 외국인의 원화채권 보유잔고는 지난달 말 사상 처음으로 90조원을 넘어섰다. 그러나 금융투자감독국 자료로는 88조9000억원에 머물렀다. 김씨는 "거시감독국 수치로는 채권잔고가 90조원을 넘어 역대 최고인 반면 금융투자감독국 수치는 89조원가량에 그쳐 어떤 게 맞는지 혼란스럽더라"고 토로했다.
알고 보니 이는 금감원 거시감독국의 실수였고, 지난 6년간 매일 잘못된 엉터리 통계를 외부에 발표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금감원에 따르면 거시감독국은 매일 외국인 채권잔고에서 '당일 만기상환분'을 반영하지 않고 발표해 왔다. 이와 달리 금융투자감독국은 매월 말 만기상환분을 차감하고 외국인 채권잔고를 집계했다.

한 증권사 채권 담당 애널리스트는 "채권 잔고에는 당연히 당일 만기 상환분이 포함돼야 한다. 만기상환분 반영 없이 채권 잔고라고 내보낸 것은 완전히 잘못된 수치"라며 어이없어 했다.

금감원은 지난 2006년 외국인투자관리시스템(FIMS)을 새롭게 적용해 외국인 투자자금을 관리하고 있는데, 거시감독국은 그때 이후로 계속 만기상환분을 제외하지 않은 금액을 표기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9월 정부는 사상 첫 30년 만기 국채를 발행하며 우리나라가 채권 강국으로 진입했다고 선언했다. 정부의 말과는 달리 가장 기본이라고 할 수 있을 금융당국의 채권 통계수치조차 제대로 파악되지 않는 불안한 모양새다.

금감원 자료를 인용해 쓰던 금융투자협회도 덩달아 피해를 입었다. 금투협은 그동안 금감원 자료를 발췌해 '일일 채권시황'과 '월간 채권시장 동향' 자료를 작성해 왔다. 금투협 관계자는 "외국인 원화채권 잔고는 자체 집계가 어려워 금감원 자료를 참고해 왔다"며 "지난달 말 월간 기준과 일일 기준 잔고 수치가 달라 어찌해야 하는지 고민했다"고 전했다.

'채권 강국'을 무색케 하는 모습은 회사채 시장서도 벌어지곤 한다. 최근에는 연말 마지막 자금 확보에 나선 아시아나항공이 회사채 발행 주관사의 실수로 체면을 구겼다. 회사채 발행 전 제출한 증권신고서에 오류가 있어 뒤늦게야 허겁지겁 정정에 나선 것.

첫 신고서의 '핵심투자위험' 부분에는 "금호석유화학이 최근 채권단 공동관리(자율협약)에서 벗어났다"고 적혀 있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아직 금호석유화학은 자율협약 졸업 전이고, 이는 아시아나항공 투자자에겐 중요한 고려 요인이다. 아시아나항공 회사채는 KB투자증권, 동양증권, 신한금융투자 등 3사가 공동 주관을 맡았다. 주관사 측은 "시간에 쫓겨 충분히 검토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한 증권사 채권 담당 임원은 "올해 들어 여기저기서 우리나라가 채권 선진국이 됐다고 말하지만 실제 현실을 보면 아직 갈 길이 먼 것 같다"고 꼬집었다.



이승종 기자 hanarum@
정재우 기자 jj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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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종 기자 hanar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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