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첫눈이란 무료한 삶의 권태를 깨는, 자연의 선물이다. 사람들 뿐만 아니라 개들도 꼬리를 치며 컹컹 짖어대는 걸 보면 그 신기함에 대한 흥분을 굳이 줄이는 일이 위선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처음이라는 것, 그리고 세상 그림을 일순간에 바꾸는 무엇, 그리고 허공에 난무하는 분분한 눈알갱이들이 만드는 애잔하고 이채로운 환상. 거기에 사랑이라는 의미소(意味素)를 버무리면, 이 우중충하던 환절기는 가장 아름다운 동화 속 이미지로 변한다. 첫눈의 귀하고 아름다운 마음을, 마지막 눈이 내리는 날까지, 아니 생애의 마지막 맞는 첫눈의 날까지 그리워하는데 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빈섬 이상국 편집부장ㆍ시인 isomis@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