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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중간소비자 첫 배상, 담합 근절 계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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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을 담합한 밀가루 생산업체에 대해 중간 소비자인 빵 제조업체의 손해를 배상하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담합과 관련해 최종 소비자가 아닌 중간 소비자의 손해를 법원이 인정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이에 따라 앞으로 담합을 저지른 기업의 총체적 책임이 무거워지는 것은 물론 비슷한 사례에 소송이 줄을 잇는 등 이번 판결은 산업계의 '담합 관행'에 커다란 변화를 불러올 전망이다.

대법원은 엊그제 제빵업체 삼립식품이 밀가루 생산업체인 CJ제일제당과 삼양사를 상대로 '가격 담합으로 인한 피해를 물어내라'며 제기한 소송에서 일부 승소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담합회사들이 도매상 공급가격을 담합하면서 원고(삼양식품) 등 대량수요처에 대한 밀가루 값도 올린 만큼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006년 밀가루 생산업체 8곳이 서로 짜고 생산량과 가격을 조절ㆍ인상한 사실을 적발, 과징금 434억원을 물린 바 있다. 이 같은 공정위의 과징금과 별도로 민사 소송에서 손해배상 판결이 나온 것은 처음이다. 이는 중간 소비자뿐 아니라 일반 소비자들도 소송을 통해 손해를 보상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렸다는 것을 뜻한다.

그동안 기업 담합 행위에 대해 공정위가 과징금을 물리는 방식으로 처벌해 왔지만 담합으로 얻은 이익에 비해 처벌은 '솜방망이'라는 비판이 많았다. 리니언시 제도 등으로 제재를 피해가기 일쑤여서 처벌 효과가 미미한 경우도 적지 않았다. 또 대기업으로부터 원자재를 공급받아 제품을 만드는 기업(중간 소비자)은 '갑'의 위치인 원료업체의 눈 밖에 날까봐 피해를 입고서도 적극 대응하지 못했다. 따라서 이번 판결은 담합이 많았던 설탕, 밀가루와 같은 원료업계는 물론 전자, 자동차, 기계 등 부품산업계에 큰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가격 인상으로 주유소, 택시업계 등의 항의를 많이 받아온 LPG 업계 등도 마찬가지다.

대기업의 고질병인 담합은 경쟁을 막아 시장 질서를 깨트린다. 독과점의 유지와 가격 인상으로 이어지는 담합의 폐해는 고스란히 소비자의 몫으로 귀결된다. 담합을 뿌리 뽑아야 하는 이유다. 이번 판결은 우월적 지위에 있는 대기업에 대한 경고다. 정도경영으로 시장 질서를 바로 세우는 계기가 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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