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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詩]정약용(丁若鏞)의 '불역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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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 활짝 펼쳐 술 취해 시 읊으니 더디구나
숲이 컴컴해지고 빗방울이 뚝뚝 떨어지네
서까래처럼 잡고 일어나 붓을 꽉 쥐었다
비 쏟아지듯 휘두르니 술과 먹이 뚝뚝 흐른다
이 또한 통쾌하지 아니한가

雲 展醉吟遲 草樹陰濃雨滴時
起把如椽盈握筆 沛然揮 墨淋
不亦快哉
정약용(丁若鏞)의 '불역쾌재'


■ 가끔 이렇게 미친 듯 살고 싶다. 다산도 그랬는데 나라고 못할 거 뭐 있겠는가. 이 시가 말하려고 하는 것은 방탕이나 광기가 아니라, 거리낌없음이다. 다산인들 세상이 녹록했을 리 없다. 끊임없이 옥죄고 불심검문하고 뒤흔드는 통에 정신을 차리기도 어려웠을 것이다. 하지만 한순간 모든 것을 떨치고 취중에 시를 한 수 쓴다. 그런데 문득 하늘에서 비가 뚝뚝 떨어진다. 정상적인 반응이라면 붓을 놓고 종이를 접어 비를 피했겠지만, 이 취한 시인은 비를 맞으니 오히려 흥이 돋는다. 말짱한 마음이 거듭 가로막았던 무엇이 툭 터지며 천하를 붓자루처럼 쥐고 대지를 종이처럼 펼쳐 일필휘지 휘갈기는 조물주처럼 호쾌해진다. 불역쾌재라.



빈섬 이상국 편집부장ㆍ시인 isom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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