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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리운전기사 한데 뭉친다 "불이익 더는 못참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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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한국대리운전협동조합 창립

28일 서울청소년수련관에서 열린 한국대리운전협동조합 창립총회에 참석한 대리운전기사들이 화이팅 포즈를 취하고 있다.

28일 서울청소년수련관에서 열린 한국대리운전협동조합 창립총회에 참석한 대리운전기사들이 화이팅 포즈를 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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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충훈 기자]# 서울 경인지역에서 대리운전을 하는 김인수(52)씨. 오후 7시부터 일을 시작해 이튿날 새벽 4~5시가 되야 일이 끝난다. 하루 5~6건의 일감을 콜 대행센터로부터 받아 버는 일당은 10만~15만원이다. 이 중 20%는 운행호출 정보를 제공하는 콜대행센터에 지불하는 수수료로 나간다. 셔틀버스 이용료, 기타 비용을 제하면 수익의 65% 정도만 남는다.

대리운전기사들은 매달 자신의 휴대전화에 설치된 콜 수신 프로그램 사용료 1만5000원과 콜대행센터에 5~6만원정도의 보험비를 내야한다. 대리운전기사들은 보통 2곳 이상의 콜대행센터를 이용한다. 전화기 2대를 가지고 다니며 각기 다른 콜센터로부터 호출신호를 받는 것이다. 운행시간 사이에 생기는 공백기를 메우기 위해서다.
전화기에 콜신호가 뜨면 주위 대리운전기사는 모두 적이다. 터치스크린을 먼저 찍는 사람이 임자다. 예전에는 손님의 팁도 받았지만 요즘은 운행비에서 몇 천원을 되돌려줄 때도 있다. 제살깎기 전쟁인 셈이다.

이것저것 떼다보면 한달 수입이 200만원이 안될 때가 많다. 아내와 초등생 딸, 3식구의 생활비 대기에는 빠듯한 액수다. 밤길 운전에 아찔한 사고를 겪기도 하지만 대리운전기사는 개인 사업자로 분류돼 4대보험 혜택도 받을 수 없다.

28일 오후 한국대리운전협동조합 창립총회가 서울 청소년수련관에서 열렸다. 협동조합 설립은 대리운전 기사들끼리 최초로 뭉친 결과물이다. 다음달 1일 5명 이상 모이면 협동조합 설립이 가능한 '협동조합기본법'이 시행된다. 이에 따라 대리운전기사들은 지난 3월부터 본격적으로 협동조합 설립을 추진해 왔다. 대리운전기사들은 새벽 4시 일이 끝나면 오전 7~8시까지 합동 스터디와 회의를 진행했다.
지난 8월 협동조합 설립추진위원회가 발족됐고 100여명의 조합원이 힘을 보탰다. 출자금은 1인당 60만원으로 5만원씩 12개월에 나눠 내게 된다. 이상국 협동조합 사업본부장은 "기사들의 사정을 최대한 감안해 산정한 금액"이라고 말했다.

위원회 추산에 따르면 전국의 대리운전 기사는 약 10만여명이다. 그중 60%는 전업대리운전기사다. 50대이상 비중도 꾸준히 늘고 있다. 대리운전 시장은 이미 포화상태다. 손님의 콜이 많은 대형 콜센터는 대리운전기사들에게 폭군처럼 군림한다. 그러니 전업기사들에겐 직업적 안정이 가장 큰 화두이다. 이를 보장할 '협동조합'에 관심이 갈 수 밖에 없다.

이날 창립총회에서 협동조합 설립추진위원회 이창수 위원장은 "과점 상태의 프로그램 회사와 콜대행 업체는 고액의 수수료를 책정하고, 가격 출혈 경쟁, 보험료 횡령, 부조리한 벌금 정책 등의 문제를 양산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사회적 약자인 대리운전 기사들을 콜센터가 착취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위원장은 "그간의 불이익을 없애자"며 협동조합이 조합원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창구로 작용하게 될 것임을 시사했다.

총회에선 손님 유치 경쟁으로 서비스의 질적저하를 초래한 데 대한 반성의 목소리도 제기됐다. 협동조합은 국민의 인식전환을 위해 조합원을 대상으로 고객 응대 서비스 교육을 자체적으로 실시한다. 또 보험증권번호, 운전자 사진, 실명 등이 기재된 스마트폰 신분증을 공개해 고객 신뢰를 회복한다는 방침이다. 밤길 운행이 대부분인 대리운전의 특성을 이용해 음주운전 근절캠페인, 시민안전지킴이 활동 등 사회공헌활동도 펼친다.

창립 총회에서 조합원들은 이창수 설립추진위원장을 초대 이사장으로 선출했다. 이 이사장은 "지금까지 제도권 밖에 있던 대리운전기사들의 권익을 찾는 게 최우선"이라며 "정년퇴임도 노후보장도 없는 기사들에게 협동조합의 자본잉여금으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박충훈 기자 parkjov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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