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아시아경제 전성호 기자]마침내 아시아 정상 무대를 밟게 된 울산 현대. 그들에겐 세 가지가 없었다. 방심하지 않았고, 염려했던 경고 누적자도 없었다. 16강 이후론 패배마저 잊었다.
대신 다른 세 가지가 생겼다. 과거 아시아 무대에서 보여줬던 무자비한 공격력을 일깨웠고, 결승전을 위한 빈틈없는 전력을 구축했다. 더불어 ACL에서 K리그 클럽의 새 역사를 써내려가고 있다.
이날 울산은 0-2로 패하더라도 결승에 오를 수 있던 유리한 입장이었다. 자칫 방심하거나 안일한 경기를 펼칠 수 있던 상황.
기우였다. 오히려 적극적 공세로 무실점 완승을 거뒀다. 경기 후 이근호는 "언론은 물론 주변에서도 우리의 결승행을 너무 당연시하던 분위기여서 감독님도 걱정이 많으셨다"라고 털어놨다. 이어 "선수들은 전반만 잘 견디면 된다고 생각했다"라며 "후반 들어 좀 더 공격적으로 나선 것이 주효했던 것 같다"라고 자평했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울산이 16강 이후 꺾은 상대가 하나 같이 각 리그 디펜딩 챔피언이란 점이다. 가시와 레이솔(J리그·16강), 알 힐랄(사우디·8강), 부뇨드코르(우즈벡·4강) 등은 모두 울산의 '철퇴 축구'에 맥없이 무너졌다. 울산의 최근 기세가 얼마나 대단한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공격의 핵심은 김신욱-이근호-하피냐 삼각편대다. 16강전부터 김신욱-하피냐는 각각 4골을, 이근호는 3골을 넣었다. 특히 김신욱-이근호는 최근 ACL 세 경기 연속골을 기록 중이다. 이들 셋은 토너먼트에서 울산이 넣은 골의 85%를 책임지고 있다. 여기에 김승용의 '핀 포인트 킥'까지 더해져 창끝은 더욱 날카로워졌다.
수비에선 '캡틴' 곽태휘와 수문장 김영광이 중심축이다. 곽태휘는 남다른 카리스마와 빼어난 수비 리딩력으로 울산의 철벽 수비를 이끌었다. 김영광의 매 경기 신들린 듯한 선방쇼도 빼놓을 수 없다. 특히 김영광은 준결승 2차전에서 골문 바로 앞 슈팅과 바이시클 킥 등 5차례 유효슈팅을 모두 선방하는 기염을 토했다.
무엇보다 고무적인 것은 우려했던 경고 누적자가 단 한 명도 발생하지 않았단 사실. 울산은 이날 경기 전까지 무려 6명(곽태휘·김신욱·강민수·이호·김영광·하피냐)이 경고를 하나씩 받았었다. 이들은 만약 추가 경고를 받을 경우 결승전에 뛸 수 없었다.
김호곤 감독의 뚝심은 대단했다. 6명 모두 선발로 출전시킨 것. 선수들은 노련하면서도 신중한 경기 운영으로 화답했다. 상대의 거센 공세에 잘 대처하며 단 한 장의 경고도 없이 깔끔하게 경기를 마쳤다.
덕분에 울산은 기존 베스트11에서 단 한 명의 낙오 없이 결승전에 나설 수 있게 됐다. 뿐만 아니라 이날 ACL 첫 경기에 출장한 고창현, 부상에서 돌아온 이재성 등 가용자원도 늘어났다. 결승을 앞두고 최상의 전력을 가동할 수 있게 된 셈이다.
울산은 결승에서 알 아흘리를 꺾는다면 K리그 클럽 최초로 ACL 무패 우승을 달성하게 된다. ACL 역사에서도 2009년 현재의 32강 본선 체제로 재편된 이후 초유의 일이다. 김 감독은 "선수들이 방심 없이 최선을 다한 덕분에 결승에 오를 수 있었다"라며 "결승전 상대를 잘 분석해 꼭 우승을 차지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전성호 기자 spree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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