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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르포]우주로 가는 길은 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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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정종오 기자] 거리는 멀었다. '아직도'라는 의미도 담겨 있다. 나로호 3차 발사가 연기됐다. 우주로 가는 길은 멀고도 먼 여정이었다.

나로호 3차발사 취재를 위해 25일 오전 9시40분 비행기를 타고 김포공항을 이륙했다. 비행기는 가볍게 날아올라 하늘로 솟구쳤다.
"나로호도 이처럼 가볍게 날아올랐으면…"

신문을 읽고 난 뒤 비행기는 수평을 유지했다. 잠시 뒤 스튜디어스의 음료 서비스가 끝나자마자 여유를 부릴 틈 없이 "곧 여수공항에 착륙한다"는 안내 멘트가 흘러 나왔다. 먼 거리를 빨리도 왔다. 여수공항에서 버스로 갈아탔다. 1시간50여분을 달려 전남 고흥군에 위치한 나로우주센터에 도착할 수 있었다.

◆"보상부터 하고 로켓 쏴라!"=나로우주센터에서 가까운 고흥군 신금리. 달리는 버스 창밖으로 "보상부터 하고 로켓 쏴라"는 붉은 플래카드가 나부끼고 있었다. 바다가 생업인 어부들은 나로호 발사 3일 전부터 조업을 할 수 없다.
피해보상 규정에 따라 정부는 보상을 하고 있다. 현실적이지 않다. 이처럼 국가 사업에도 개개인의 이해관계는 엇갈린다. 어부들에게 현실적 보상 체계가 이뤄지는 여유도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나로우주센터를 가기 위해 두 단계의 검문을 거쳤다. 5km 전방에서 한번, 2km 앞에서 또 한 번. 육상 도로는 경찰이 전담하고 있었다. 나로우주센터에 도착해 가까운 바닷가로 나갔다. 해안에는 해경이 감시를 하고 있었다.

◆말 없는 프레스센터의 긴장감=25일 오후 2시. 나로우주센터 우주과학관에 위치한 프레스센터에 도착했다. 500여명의 취재진이 자리를 잡았다. 당시 나로호는 최종 리허설을 진행 중이었다. 25일 오전 9시10분부터 시작된 최종리허설은 오후 3시40분에 끝났다.

▲나로우주센터의 프레스센터에 취재진들이 들어서 있다.

▲나로우주센터의 프레스센터에 취재진들이 들어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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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자료가 메일과 휴대폰 메시지를 통해 전달됐다. 내용은 "지금까지 모든 것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이상 징후가 없다"는 것. 500여명의 취재진이 뉴스 전송을 위해 두드리는 키보드 소리로 프레스센터는 조용하면서도 생동감이 감돌았다.

아쉬웠다. 오후 6시가 지나도록 나로호 3차발사와 관련된 전문가는 물론 관계자의 브리핑 하나 없었다. 교과부 담당자에게 "최소한 누구 하나라도 프레스센터에서 브리핑은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을 전달했다. 교과부 담당자는 "지금 극도의 보안과 긴장감으로 발사동에서 프레스센터로 나오는데 어려움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럴 수 있겠다. 1,2 차례의 실패로 연구원들의 실망감 또한 클 것이다. 그만큼 3차 준비는 철저하게 이뤄지기에 이해하지 못하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3차 발사를 앞두고 많은 국민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만큼 관계자가 직접 브리핑을 하는 것이 좋겠다 싶었다.

◆"펑펑 울 것 같다"=어렵게 발사동에서 잠깐 나온 황일희 나로호기술경영팀장을 만날 수 있었다. 어둠이 짙게 내려앉은 늦은 25일 오후 7시였다. 우주과학관 벤치에 앉아 그의 이야기를 들었다. 황 팀장은 "최종 리허설 결과 아무 문제 없고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돌발 상황이 없다면 26일 발사하는데 문제없다고 자신했다. 발사동에는 러시아인 180명, 국내 연구진 200명이 있다. 황 팀장은 "연구원들이 극도의 긴장감으로 잠을 제대로 못 잔다"고 했다. 살짝 눈가에 눈물이 맺혔다. 3차 발사에 성공한다면 무엇을 하고 싶냐는 질문에 황 팀장은 "펑펑 울고 싶다. 눈물이 한없이 날 것 같다"고 전했다.

1,2차 실패로 자존심과 자긍심에 상처를 입은 연구원들이 3차 성공에 '눈물부터 날 것 같다'는 이야기에 어둠이 내린 나로우주센터의 밤은 말없이 시간을 삼키고 있었다.

◆돌발 상황 발생=25일 밤 11시 최종리허설 분석 결과가 나왔다. "이상무!"라는 상쾌한 메시지였다. 밤 11시에 최종 결과 자료가 나온다는 예고가 있었기에 잠자리에 들기 전이었다. 관련 기사를 출고한 뒤 3차발사 성공 가능성을 꿈꾸며 가볍게 잠자리에 들었다.

26일 발사당일 아침. 날씨가 최대 변수였다. 눈을 뜬 시간은 오전 6시. 하늘부터 올려다봤다. 맑다. 푸른 하늘이 열려있고 기분 좋은 구름이 드문드문 보일 뿐. 바람도 잦았다. 최상의 날씨였다.

▲26일 아침 봉래산 뒤로 해가 떠오르고 있다.

▲26일 아침 봉래산 뒤로 해가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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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7시30분 쯤, 나로우주센터에 도착해 봉래산을 올려다보며 사진을 찍었다. 이 정도의 날씨면 힘차게 박차고 봉래산을 올라 하늘로 날아오를 수 있지 않을까. 순조롭게 진행된 최종리허설에 날씨까지 도와주고 있었다. 오전 9시부터 프레스센터 스피커를 통해 실시간 나로호 상태가 전달됐다. 오전 10시 최종 관리위원회가 열리고 있을 시각.

"1단 연료탱크 기능점검을 완료했다"는 안내멘트가 프레스센터에 울려퍼졌다. 전날 관계자의 브리핑이 필요하다는 취재진들의 요구에 오전 10시50분쯤 발사동 관계자 두 명이 프레스센터로 내려와 브리핑을 시작한 것이다.

브리핑을 시작한 지 5분여. 돌발 상황이 발생했다. 브리핑이 갑자기 중단되고 "잠시 뒤 조율래 관리위원장(교육과학기술부 차관)의 긴급 브리핑이 시작될 예정이다. 나로호에 이상이 발생했다"는 안내 멘트가 흘러 나왔다.

◆아! 멀었나?=우주로 가는 길은 고난·고난·고난이었다. 긴급 브리핑을 시작한 조율래 차관은 "나로호의 1단과 발사대를 연결하는 부위에 이상이 발생해 발사를 연기한다"고 말했다. 취재진들의 노트북이 빠르게 텍스트를 기록해 나갔다. 모든 언론사들이 "[속보]나로호 발사 연기"를 타전했다.

원인은 실(Seal). 3~4cm의 실은 1단과 발사대를 연결하는 부분을 막아주는 기밀유지용 고무제품이다. 헬륨가스를 주입하던 중간에 실이 견디지 못하고 파손된 것이다. 조그마한 고무 부품으로 발사를 위해 기립돼 있던 나로호는 다시 수평으로 내려와 조립동으로 이동할 수밖에 없었다.

이주호 장관이 오후 2시30분 프레스센터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 장관은 "수고가 많다. 연기돼서…"라며 말을 아꼈다. 일일이 취재진과 악수를 나눈 장관은 완전한 준비로 성공하자는 주문을 했다.

나로호 3차발사 날짜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10월31일까지 발사 예정일로 잡고 있다. 이 시간을 넘길 수도 있다. 조립동으로 옮겨진 나로호가 어떤 수리작업을 거치고 어느 정도의 문제가 있는지 종합적 검토 작업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우주로 가는 길은 멀고도 멀다. 가야만 할 길이다.[사진제공=한국항공우주연구원]

▲우주로 가는 길은 멀고도 멀다. 가야만 할 길이다.[사진제공=한국항공우주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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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로 가는 길은 멀고도 멀었다. 실패한 것은 아니다. 가야만 할 길이다. 3~4cm의 조그마한 고무 제품 하나가 총길이 33m에 이르는 나로호의 비상을 막았다. 작은 것 하나도 가볍게 넘길 수 없다는 것을 말해준다. 실패보다는 철저한 점검이 우선이다.

멀고도 먼 길이지만 다시 시작해야 한다. 취재진들의 노트북에서 "나로호 발사 성공!"이라는 뉴스가 전 세계에 타전되는 날. 그때는 나로호 관련 연구원들이 '펑펑 울고', 보상을 요구하며 플래카드를 붙였던 어부들도 "축하한다!"는 메시지를 나눌 수 있기를. '펑펑 우는 축제'를 벌여보면 어떨까. 나로우주센터는 또 다른 비상을 향해 침묵 모드로 빠져들고 있다.



나로우주센터(고흥)=정종오 기자 ikoki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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