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상보험의 기원은 중세에 지중해 연안에서 널리 이용되었던 '모험대차'에서 유래했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당시의 바다는 거친 파도와 해적으로 가득했고 출항한 배가 무사히 돌아올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는 위험과 불안의 세계였지만 높은 이윤을 얻으려는 왕성한 상업혼은 그 위험을 여러 사람이 나누어 지는 금융기법, 즉 해상보험제도의 원형을 고안해냈다. 또 16세기 들어 나라 간 무역과 상업거래가 활발해지고 다른 통화 간에 교환비율이 심각한 문제가 되자 각 나라의 화폐로 작성된 지급약속증서, 즉 환어음이 만들어졌다. 화폐가 국경을 넘나드는 놀라운 금융혁신이 발생한 것이다.
요즘 한국에서는 얼어붙은 부동산경기와 1000조원에 달하는 가계부채 문제가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 가계부채 가운데 40% 정도가 부동산 담보대출로 추정되는데 부동산 가격 하락으로 가계의 원리금 상환 능력이 약화되고 하우스 푸어 문제가 실물경제를 위협할 수준까지 와 있다. 그러나 '도전에 대한 응전'이 역사발전의 동력이었다는 점을 생각할 때 우리경제가 직면한 실물부문의 어려움은 오히려 금융시장 발전의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주택담보대출의 상환구조를 고정금리-장기분할로 바꾸고 이를 장기 유동화증권(MBS)이나 금융기관의 커버드 본드(covered bond)로 발행하도록 하면 모든 부문이 윈윈할 수 있는 단초를 마련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제시한다.
3년 거치 일시분할 상환이 대부분인 주택담보대출을 10년, 20년 만기의 고정금리-분할상환으로 바꾸면 가계의 일시 상환부담이 줄고 내 집 마련을 위해 빌릴 수 있는 대출금 상한도 늘어난다. 부동산 담보대출을 해 준 금융회사는 부동산담보대출을 그대로 안고 갈 필요없이 안정된 장기적 현금흐름을 바탕으로 유동화증권을 발행하면 부담이 크게 줄어들 뿐만 아니라 추가 대출 여력이 높아진다.
이 같은 유동화 과정을 통해 내 집을 마련하려는 미래 세대가 안정적 연금수익이 필요한 노년 세대를 부양하는 데 일조한다는 경제적 부수효과도 있으니 금상첨화라고 할까.
홍은주 한양사이버대 시니어비즈니스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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