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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블로그]박원순 시장의 '가슴뛰게 하는' 골목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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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정종오 기자]김현식은 '골목길'을 통해 "골목길 접어들 때에/내 가슴은 뛰고 있었지"라고 노래했다. 골목길에는 어린 시절 추억이 묻어 있다. 바닥에 선을 긋고 돌 하나만 있으면 아이들에게는 놀이터였다. 러닝 차림의 이웃이 모여 없는 살림에 먹을 것을 나누던 곳이었다. 꾸불꾸불 끝없이 이어지는 골목길은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의 삶을 볼 수 있는 장소이다.

2012년 서울의 골목길은 어떤가. '접어들 때'에 내 가슴은 뛰고 있고 하루의 고단한 삶에 휴식을 주는 그런 장소가 되고 있을까. 골목길에 접어들면 불안감이 몰려온다. 어두운 가로등 불빛 아래 누군가라도 서 있을라치면 머리카락이 곤두선다. 골목길에 접어들면 부리나케 집으로 뛰어가듯이 달려야 한다. 무섭고 어둡고 좁은 골목길이 되고 말았다.
지난 17일. 서울 마포구 염리동 골목길을 찾았다. 혼자가 아니었다. 박원순 서울시장 일행이 이곳에 모습을 드러냈다. 재개발 예정지로 분류돼 있는 염리동 골목길은 오르기에도 힘겨운 정도로 가팔랐다. 끝없이 이어지는 미로. 좁은 골목길에는 하루를 살아가는 이들의 일터도 함께 늘어서 있었다. 서민보호치안강화구역으로 지정돼 있는 곳이다. 이 골목길에서 범죄가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었다.

염리동은 마포나루를 거점으로 소금창고가 많아 인심이 후했다. 최근 개발이 늦어져 원주민 비율이 급격히 줄었다. 세입자들과 외국인 노동자들이 빠르게 들어왔다. 주민 사이에 갈등 요인도 많아졌다. 여성거주자 비율이 높다. 밤이 되면 상점이 대부분 문을 닫아 무슨 일이 일어나도 도움을 청할 곳이 없었다.

염리동 골목길이 달라졌다. 박원순 시장이 골목길에 디자인을 접목시켰다. 이른바 '범죄 예방 디자인 프로젝트'이다. 눈에 띄는 노란색과 초록으로 골목길 담벼락이 깨끗한 모습으로 변했다. 집 담벼락은 전문디자이너가 이끌고 30가구 주민의 자발적 참여로 직접 보수했다. 띄엄띄엄 노란색 대문을 칠한 '지킴이집'도 만들었다. 지킴이집에는 비상벨과 IP카메라가 설치돼 안전을 도모했다. 바닥에 선을 긋고 아이들이 놀 수 있는 '바닥놀이터'도 만들었다. 어둡고 좁고 무서웠던 골목길이 '가슴뛰게 만드는 곳'으로 변신했다.
박 시장은 지난 24일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현장 행정'을 강조했다. 탁상·칸막이 행정에서 벗어나 현장에서 행정을 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이어 '안전한 도시'를 강조했다. 재난 대비 관련 예산은 2012년 7588억 원으로 지난해 보다 2795억 원이 늘었다. 시민의 안전이 무엇보다 중요하고 도시가 존재하는 첫 번째 이유라고 박 시장은 말했다.

박 시장의 '골목길 행정'은 이 같은 그의 말을 실천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이다. 범죄를 예방하고 이웃 간의 소통을 나눌 수 있는 골목길 행정은 안전만 도모되는 곳에 머물지 않는다. 범죄를 예방함으로써 사회적 비용을 낮출 수 있다. 각종 범죄로 인해 지출되는 연간 사회적 비용은 20조원(한국법무보호복지공단)에 이른다. 서울시의 경우 5대 범죄 중 절도와 폭력이 95%에 달한다. 장소별로는 전체 중 노상이 62%를 차지한다. 골목길에서 절도와 폭력 등 범죄가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골목길 행정'은 이제 시작이다. 서울시는 앞으로 경찰청이 지정한 161개 서민보호치안강화구역을 중심으로 '범죄 예방 디자인' 프로젝터를 확대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추억의 공간에서 안전하면서 가슴 뛰게 하는 '골목길 행정'이 서울시를 바꾸는 하나의 과정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정종오 기자 ikoki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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