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소지섭 "'회사원' 제목부터 꽂힌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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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재범 기자] 영화 ‘회사원’에 대한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참신하고 신선하다” 혹은 “액션은 볼만한다. 어딘가 모르게 엉성하다” 정도. 하지만 양쪽 모두 공통점은 한 가지다. “소지섭이 멋지지 않다”란 것. “대한민국 연예계 극강 비주얼을 자랑하는 ‘소간지’ 소지섭이 멋지지 않다고?” 이건 뭐가 잘못 되도 크게 잘못됐다. 하지만 소지섭은 생글거렸다. “내가 원한 게 그 점이다. 나 완전 성공했다”며 웃는다. 그의 트레이드마크인 쌍꺼풀 없는 눈이 초승달로 변했다.


지난 16일 삼청동 한 카페에서 소지섭과 마주 앉았다. 훤칠한 키에 떡 벌어진 어깨가 한 눈에 들어오지도 않을 정도였다. 순간 ‘몸 하나는 기가 막힌다’란 말이 튀어 나올 뻔했다. 기자의 속마음을 눈치 챘는지 소지섭은 “요즘 살 좀 많이 빠진 거다”며 먼저 선수를 친다. 눈치가 100단이다. 어느덧 데뷔 17년차에 접어들었으니 ‘뭐, 그럴 만도 하네’란 생각이 절로 든다.

영화 얘기로 시작했다. 앞서 언급한 ‘망가진 소지섭’이 화두다. 좀 더 정확하게는 ‘멋지지 않은 소지섭’이다. 그는 “정말 그렇게 봤다면 이번 영화에서 내가 가져갈 부분은 100% 얻었다”며 만족스런 표정이다. 하지만 대중들의 호불호에 대한 책임은 단연코 주연배우에게 큰 몫으로 간다. 자신만의 만족이라면 ‘주연배우’란 타이틀이 좀 무색하지 않는가. 좀더 노골적인 질문으로 들어갔다. “상업영화 주연으로선 책임감 없는 발언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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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지섭은 예상치 못했다는 듯 잠시 생각에 잠겼다. 잠시 후 “인정한다. 하지만 그런 시선도 어쩔 수 없이 주인공이 안고 가야 할 몫인 것 같다”면서 “그렇지 않았다면 상업적 메리트가 있는 감독의 작품만 골라 했을 것이다. 하지만 전에도 그랬고 앞으로도 그러고 싶지는 않다”며 확실하게 선을 그었다.


이미 수없이 받아온 질문이지만 다시 물어봤다. ‘왜 회사원이었나?’ 그는 배우적인 대답과 인간적인 대답 두 가지로 나눠서 말했다. 우선 배우적인 대답이다. 누구나 예상했듯이 확실한 설정과 전에 볼 수 없었던 독특함 때문이란다.

그는 “제목부터 마음들었다. ‘회사원’, 확실하게 말하고픈 내용이 담긴 느낌이었다. 더욱이 살인청부 회사라는데, 남자 배우로서 끌리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이건 남자 배우라면 하지 않는 게 이상할 정도였다”며 확신에 찬 모습이었다. 반면 인간적인 대답은 좀 의외였다. “회사원들이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을 좀 더 채워 넣고 싶은 생각이 강했다”고 말한다. 각박한 현실의 서글픔 또는 비애 같은 감정을 ‘회사원’ 속에 차곡차곡 넣고 싶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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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지섭은 “솔직히 완성된 결과물을 보니 아쉬운 점도 있다. 배우로서 100% 만족한다는 말 자체가 거짓말 아닌가. 하지만 나와 감독 모두 그리고 싶은 부분을 거의 모두 집어 넣었다고 생각한다”며 이내 고개를 저었다.


‘회사원’에 대한 엇갈린 시선은 또 있다. 앞서 언급한 ‘소지섭이 멋지지 않았다’란 점이다. 그는 이 대목에서 크게 만족했다. 반면 그의 비주얼적인 면에만 시선을 돌리는 이들도 적지 않다. 아니 너무 많다. 오죽하면 ‘소간지’란 별명까지 생겨났겠나. 배우로서 인정받고 싶은 그로선 여간 스트레스가 아닐 것 같다. ‘회사원’ 역시 소지섭의 비주얼과 액션이 결합된 하이라이트 시퀀스가 입소문을 타면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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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지섭은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배우로서 소간지란 별명 자체가 스트레스겠다’란 질문에 꽤 오랜 시간 고민을 했다. 고민 끝에 입을 연 그는 “배우 생활 동안 처음 받아본 질문 같다”면서 “배우는 소모품이라고 생각한다. 감독이 누구냐에 따라서 그 배우의 가치는 변하지 않을까. 물론 ‘회사원’에선 감독의 주문을 전적으로 신뢰했다”며 웃는다.


이어 “지금까지 멋있게 보이려 연기한 적은 단 한 번도 없는데 솔직히 자꾸만 ‘소간지’라 부르는 것도 사실 스트레스 이기는 하다”며 쑥스러운 웃음을 지었다.


스스로도 그런 점이 트라우마로 남아 있는 것일까. 사실 소지섭이란 배우 자체의 스타일은 완성 단계에 이르렀다. 물론 그 분야가 브라운관이란 한정성 때문에 그를 아직 미완성 배우로 규정짓는지도 모른다. 그래서일까. 데뷔 17년 동안 한국 영화 출연작은 단 네 편이 전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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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소지섭은 영화에선 이제 출발선에 들어선 배우라고 생각한다”면서 “내 안에 있는 다양한 소지섭의 모습들을 보여주는 욕구가 있다. 그 욕구를 한 번에 터트리고 싶지는 않다. 이제 시작 아닌가. 천천히 하지만 신중하게 밟아 나아가겠다”며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참 진지한 배우다. 솔직히 골이 타분할 정도로 답답한 면도 많은 듯하다. 오죽하면 친하게 지내는 연예인 친구가 한 손에 꼽는다고 할까. 그럼에도 여성팬들의 충성도는 대한민국 남자 배우 중 톱클래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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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지섭은 “한국 관객들이 좋아하는 연기 스타일이 있는 것 같다. 특히 여성관객들이 보는 스타일이 있더라”면서 “그 스타일에 내가 운 좋게 끼어든 것 뿐”이라며 얼굴에 홍조를 띠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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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 당시 돈이 필요해 연예계에 발을 들여 놓은 것이라고 서슴없이 말하는 소지섭이다. 하지만 드라마 ‘미안하다. 사랑한다’를 기점으로 연기의 맛을 알아버렸다고 한다. 그는 “이 맛을 알아버린 이상 앞으로 하고 싶은 연기를 할 수 있을 때까지 해보고 싶다. 굳이 선택하자면 속이 꽉 차 있는 느낌의 캐릭터를 맡아 보고 싶다”는 바람을 밝혔다.


마지막으로 요즘 소지섭의 최대 화두가 궁금하다. 그는 “당연히 ‘회사원’의 성공이다. 이 영화를 위해 노력한 스태프들이 정당한 대가를 받을 수 있는 기회의 발판으로서 흥행이 됐으면 한다”는 속내를 숨기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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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 궁금증 두 가지. 온라인에서 화제를 모은 일명 ‘소차’의 근황. 소지섭은 “한문으로 된 소자만 제거한 채 잘 타고 다닌다. 오늘도 타고 왔다”며 웃는다. 두 번째, 절친 고 박용하에 대한 그리움이다. 그는 잠시 뜻 모를 미소를 머금었다. 그리고 “그 녀석이 생전에 좋아하던 그것을 꼭 사들고 지금도 자주 찾아가서 본다. 물론 나 혼자 몰래 보고 온다. ‘회사원’ 개봉 뒤 못 봤는데 찾아가 봐야겠다”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김재범 기자 cine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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