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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영화] 영화 '회사원', 성공과 실패의 줄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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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영화] 영화 '회사원', 성공과 실패의 줄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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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재범 기자] 우선 영화 ‘회사원’의 비현실적 설정과 비주얼은 관객들의 공감대를 얻기에는 선을 넘어도 너무 넘어갔다. 관객과의 소통이 영화 자체 목적의식이라면 ‘회사원’은 완벽한 실패작이다. 하지만 애초에 이 영화의 목적은 그게 아니었다. 원빈 주연의 ‘아저씨’와 비교 하는 시선을 보면 그렇다. 잘생긴 배우를 전면에 배치한 조각미남 원톱 주연의 영화는 기본적으로 120분 용 영상 화보집으로서의 효용성을 담보한다.

그럼 ‘회사원’은 이마저도 충족시키지 못한 영화일까. 성공이면서 실패(굳이 실패를 논하기에는 어렵지만)의 경계선을 위태롭게 타는 포인트가 ‘소지섭이 멋지지 않다’는 점을 부각시킨 점이다.
‘회사원’에서 소지섭은 평범한 회사원이다. 연예계 최강 비주얼의 그가 사회적 보편성의 극단으로 분류된 ‘회사원’역을 맡는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때문에 가능한 ‘망가지지는 않지만 멋지지는 않게’에 집중한 연기를 펼친다. 단순하게도 평범한 소지섭의 모습을 볼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가 ‘회사원’에는 있다. 이런 부분을 보면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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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도(소지섭)와 훈(김동준) 이 등장하는 영화 초반 시퀀스. 형도와 훈의 심드렁한 대사에 주목하면 느낌은 온다. “너는 이일이 좋냐”는 형도의 대사 한 마디가 어쩌면 ‘회사원’이 말하고픈 주제의 핵심은 아닐까. 제목처럼 월급쟁이 ‘회사원’의 고달픈 현실을 대변하는 두 인물의 표정은 잘 생긴 두 인물 얼굴에 ‘회사원’의 피곤함을 서리게 만든다. 관객 입장에선 “내가 느끼는 고달픈 현실”에 대한 투영을 커다란 스크린을 통해 맛 볼 수 있는 일종의 직접 화법이다.

권 이사(곽도원 분)에게 신나게 얻어터지는 소지섭의 모습을 보고 있자면 그의 팬들로서는 울화통이 치밀지도 모르겠다. 사소한 트집 하나가 상사와의 트러블로 이어지는 정통 회사 생활의 단면을 소지섭과 곽도원은 주먹다짐 하나로 감정 이입의 통로를 뚫는 내공을 발휘한다. “더러워도 버티는 게 아니라, 버티기 위해 더러워지자‘는 회사 생활의 고충을 아는 관객이라면 고개가 끄덕여 질만 하다. “내가 너 예뻐하는 것 알지?”란 상사의 말에 넙죽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를 외치며 폴더 인사를 하는 지형도의 모습에 어느 누가 공감을 던지지 않을까. 결국 ‘극강 비주얼’ 소간지의 모습은 ‘회사원’에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볼 수가 없다. 단지 평범한 ‘회사원 소지섭’만 있다. 때문에 영화 ‘회사원’은 현대인들이 느끼는 회사생활을 빗댄 일종의 생활백서 정도로 해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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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소소한 에피소드의 묶음이라면 ‘회사원’ 얼개는 꽤 그럴 듯하다. 제목 그대로 회사원의 애환이 영화 전반 곳곳에 깊게 스며 있다. 특히 소지섭 주연의 살인청부회사란 설정 자체의 독특함으로 차별성을 강조시켰으니 흥행은 보너스가 아니겠나. “평범한 소지섭이 킬러로 등장하는 영화라고?” 여성 팬들의 입소문은 따놓았다. 이제 보기 좋은 진수성찬에 맛깔스런 입맛을 돋우기 위해 양념이 필요하다. 킬러 영화라면 액션은 필요충분조건. 연출을 맡은 임상윤 감독은 “감정이 살아 있는 싸움”을 포인트로 내세웠다..

‘회사원’의 문제는 이 점에서 출발한다. 현란한 액션에 집중해야 할 목적의식을 잃은 채 감정싸움에 집중한 오류를 범했다.
남자 주인공의 원톱 액션 영화 방식은 의외로 간단하다. 액션의 이유가 아니라, 액션의 방법에 집중해야 한다. ‘회사원’과 비교 대상인 ‘아저씨’의 경우 간단명료했다. ‘아저씨’는 충분한 상황 설명에 집중한 뒤 후반부 액션의 화려함에 방점을 찍었다. 가장 정석적인 구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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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원’이 이 같은 정석 구조에서 다소 빗겨난 느낌을 주는 이유는 주인공의 폭주 이유가 생략된 점이다. 10년 동안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친 회사에 반기를 든 형도의 속내는 ‘회사원’ 속 어디에도 없다. 아니 있다고 해도 관객들에겐 설득력 자체 당위성을 강요할 수 없다. 다시 말해 형도의 감정 폭발이 등장하는 ‘회사원’ 후반부 액션 시퀀스를 설득할 장치의 성능이 너무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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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회사원은 주객이 전도된 영화가 돼 버렸다. 살인청부회사란 신선하고 독특한 재료를 사용했음에도 제목이 주는 강박에서 벗어나지 못한 꼴이다. ‘회사생활백서’에 시선을 돌려 버리고 관객들의 입맛을 돋궈줄 액션을 별책 부록으로 만들어 버렸다. 다시 말해 스토리 밸런스 조절에서 실패했다. ‘킬러 영화’란 장르적 활용도의 잘못된 해석이다. 물론 액션의 만듦새가 나쁘지는 않다. 그런데도 어딘가 모르게 어색한 점은 숨길 수 없다. ‘회사원’이 주목을 끌 수밖에 없으면서 아쉬운 이유다.


김재범 기자 cine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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