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제재로 리알화 공급 중단 될 듯

영국,독일,룩셈부르크 조폐업체 지폐인쇄기 등 공급 중단

[아시아경제 박희준 기자]서방의 핵개발 제재가 리알화 폭락 사태를 통해 인플레이션을 초래한 데 이어 이번에는 화폐발행을 중단시키는 쪽으로 옮겨가고 있다.

서방의 제재안에 이란에 조폐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는 내용이 들어있기 때문이다. 서방조폐업체들이 이란 중앙은행에 지폐 인쇄기와 지폐용 종이, 위폐 방지용 기술 등을 공급하지 못하도록 해 이란 중앙은행의 발권 기능을 무력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서방권 경제제재의 여파로 이란의 물가가 천정부지로 치솟는 가운데 리알화 조폐 서비스를 제공하는 최소 독일과 영국,룩셈부르크 등 3개의 서방업체가 최근 서비스를 중단하면서 이란 금융당국을 궁지로 몰고 있다고 17일자(현지시간)에서 보도했다.

이로써 이란 지도부가 리알화 유동성을 늘려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려는 이란 지도부의 계획도 무산될 전망이다.

NYT에 따르면, 독일 뷔르츠부르크의 인쇄기 제조업체인 ‘쾨니히 앤드 바우어’는 이란제재를 지지하는 단체인 미국 뉴욕의 ‘이란핵무장반대연합’(UANI)에 보낸 답변서에서 “조폐장비 납품 입찰에 참여하라는 이란 측의 요구를 거부했다”고 밝혔다.

룩셈부르크의 플린트 그룹과 영국 지폐인쇄 기업 들라루도 16일 UANI에 이란 사업을 중단했다고 밝혔다.

들라루의 롭 허친슨 대변인은 NYT 전화인터뷰에서 “현재 이란 금융당국에 기술적 지원이나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고 있다”"고 확인했다.

UANI는 리알화가 이번 달에만 달러화 대비 40% 폭락한 것을 계기로 대대적인 알화 퇴출 운동을 벌일 방침이다.

서방 업체들이 이란 중앙은행에 지폐 인쇄기와 지폐용 종이, 위폐 방지용 기술 등을 공급하지 못하도록 함으로써 이란 중앙은행의 발권 기능 자체를 무력화하겠다는 것이다.

마크 월러스 UANI의 마크 월러스 대표는 “이란 지도부가 유동성 조작을 통해 정치적 결정과 경제 정책의 실패, 국제적 고립 등에서 비롯된 재앙을 자국민에게 숨기지 못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NYT는 리알화 공급을 하지 못하도록 함으로써 경제위기를 재촉하겠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UANI의 운동이 오히려 이란을 도와주는 의외의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고 전했다.

유고슬라비아와 짐바브웨는 과거 이와 유사한 상황에 처하자 각각 독일 마르크와 미국 달러화에 연동된 새로운 통화를 사용해 초(超)인플레이션의 위기 상황에 종지부를 찍었다고 NYT는 덧붙였다.

박희준 기자 jacklond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