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희준 기자]싱가포르가 12일 뜻밖에 점진적인 통화 정책기조를 유지하기로 결정한 것은 인플레이션 리스크가 성장률 위축보다 다급하다는 판단을 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성장률이 뒷걸음질쳤지만 경제를 살리기 위해 통화 완화를 할 경우 예상되는 물가를 더 겁냈다는 뜻이다.

싱가포르 경제는 뒷걸음쳤다.무역산업부는 이날 3·4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연율로 직전분기에 비해 1.5%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블룸버그통신 전문가 예상치는 -1.6%였다. 2·4분기 성장률은 0.7% 감소였으나 0.2% 증가로 수정됐다.

싱가포르 경제는 지난해 4·4분기 -2.5%를 기록한 이후 3개 분기만에 다시 마이너스 성장으로 돌아선 것이다.


관심을 끈 것은 처방이다. 보통 성장률이 하락한다면 경기부양을 위해 돈을 푸는 통화정책 기조 완화를 선택한다. 그렇지만 이날 예상은 보기좋게 빗나갔다. 싱가포르 중앙은행인 싱가포르통화청(MAS)은 이날 발표문에서 “싱가포르달러화의 점진적인 절상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싱가포르 통화당국은 일정한 변동폭(밴드)을 정해놓고 이 폭과 폭의 중심점, 기울기를 조절함으로써 통화바스켓에 대한 싱가포르달러의 평가절상과 절하를 유도하는 등 속도를 조절하고 있다.


당연히 싱가포르달러는 올랐다. 이날 오전 10시 현재 달러당 1.2213싱가포르달러로 0.5%나 올랐다.장초반 한때 9월17일 이후 가장 높은 1.2199를 기록하기도 했다. 올들어 싱가포르달러는 달러화에 비해 6% 가치가 올랐다.


MAS의 결정은 세계경제 침체 우려로 한국과 브라질 등 주요 신흥국 중앙은행들이 이번주 기준금리를 내리는 등 통화정책 완화 움직임을 보이는 것과 대조된다.싱가포르가 모를리 없다.


MAS의 결정은 싱가포르 경제가 저성장과 물가상승이라는 난제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싱가포르 중앙은행은 지난 4월 물가압력을 해소하기 위해 급격한 평가절상을 용인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물가상승률은 3.9%로 21개월 사이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3.9%라면 선진국에 비하면 결코 낮은 수준은 아니다.그만큼 싱가포르의 물가수준이 높았다는 뜻이다.


MAS는 올해 연간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4~4.5%에 이를 것이며 저금리로 주거용 부동산 수요를 자극해 물가를 지속하기 힘든 수준으로 끌어올릴 것이라고 지난 5일 밝혔다.


MAS의 향후 행보는 물가잡기에 초점을 둘 것으로 보인다. MAS는 이날 올해 성장률이 3년 사이에 가장 낮고 물가는 한동안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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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S는 이날 “2010년 4월 이후 환율정책의 평가절상 스탠스는 인플레이션 압력 상승을 어느 정도 억제했다”면서 “근원물가는 높은 식료품가격과 서비스요금 때문에 ‘상승압력’을 받을 것이며 전체 물가는 한동안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미즈호기업은행 싱가포르 이코노미스트인 비시누 바라탄은 “통화당국은 한손에는 끈적끈적 달라붙는 물가상승을 다루면서, 다른 한손에는 외부경제에서 비롯된 미지의 하방리스크를 처리하는 정책 진탕에 빠져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박희준 기자 jacklond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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