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적인 원인은 수급 불균형이다. 사육두수 증가로 공급은 늘었는데 불황 여파로 소비는 부진하다. 지난해 초 구제역 발생으로 700만마리 수준으로 줄었던 사육두수는 지난달 970만마리로 늘었다. 하지만 소비 증가세는 둔화했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올해 1~9월 돼지고기 매출은 지난해 동기보다 1.7% 상승에 그쳤다. 예년의 4~6%에 비하면 절반도 안 된다. 정부가 물가 안정을 이유로 돼지고기 할당관세 적용 기한을 연장해 수입 물량이 늘어난 것도 한 요인으로 꼽힌다.
당시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7~12월 돼지고기 생산량이 전년 동기보다 39% 늘고 추석 이후 돼지고기 비수기에 접어들어 가격이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10월이면 1㎏당 생산가 4000원을 밑도는 3300~3600원까지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결과적으로 돼지고기 가격의 약세가 예견된 상황에서 정부가 할당관세를 연장해 수입 물량을 늘림으로써 가격 하락을 더 부추긴 꼴이 됐다 .
그런 주먹구구식 축산정책으로는 반복되는 돼지고기 파동을 막을 수 없다. 사육두수와 가격 급등락의 악순환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하려면 무엇보다 정확한 수요 예측과 정보의 공유, 공급 조절이 중요하다. 양돈업계도 과거와 달리 전업ㆍ기업농이 주축을 이루고 있는 만큼 얼마든지 수급을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과잉생산을 자율적으로 막아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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