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도 삼성전자보다야 못하지만 다들 부러워하는 실적을 올렸다. 파업 와중에도 2조2400억원(증가율 12.4%)의 영업이익을 낸 것으로 추정됐다. 한국 경제를 이끄는 '전차(전기전자ㆍ자동차)군단'의 활약이 눈부시다.
전차군단이 뿜어대는 착시매연은 경제성장률에도 영향을 미친다. 정부가 주장하는 '3%대'든, 대다수 예측기관이 내다보는 '2%대 중반'이든 삼성전자와 현대차를 빼면 성장률이 뚝 떨어진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1%'의 느낌도 오지 않는다고 한다.
기업실적이 전자ㆍ자동차만 좋지 나머지는 업종과 기업 규모 가릴 것 없이 울상이다. 기업실적의 양극화가 수출 중심 대기업과 내수 중심 중소기업 사이뿐만 아니라 대기업 안에까지 나타나고 있다. 글로벌 경제 전장에서 전차(전기전자ㆍ자동차)군단은 저만큼 앞서가는데 뒤따르는 보병부대는 지치고 여기저기 부상당한 형국이다.
글로벌 경제 전쟁터 상황은 여전히 좋지 않다. 유로존 재정위기는 끝을 헤아리기 어렵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지속되는 세계경제 불황이 10년은 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국내 상황도 진퇴유곡이다. 가계는 1000조원의 부채폭탄에 신음하고, 건설사들이 부동산경기 침체 여파로 쓰러진다. 임기가 4개월여 남은 이명박 정부는 손을 놓고 있다.
더욱 답답한 것은 대선 후보들마저 경제민주화와 복지 확대만 외칠 뿐 위기대응 방안이나 저성장 타개책을 거론하지 않는 점이다. 지금 같은 '전차군단 착시' 불균형 저성장으론 일자리 창출도, 복지 확대도 어렵다. 저출산ㆍ고령화 여파로 15~64세 생산가능인구가 4년 뒤 2016년부터 줄어든다. 65세 이상 고령자가 14% 이상인 고령사회는 6년, 20% 이상 초고령사회까진 14년 남았다. 경제를 지속 성장시켜 소득을 3만~4만달러로 높여 선진국에 진입하려면 그 안에 해야 한다. 정치권이 늘 강조하는 민생은 경제 살리기가 출발점이다.
양재찬 논설실장 jay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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