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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재찬칼럼]'전차군단 착시' 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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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재찬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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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의 창업자 스티브 잡스 사망 1주기인 지난 5일 삼성전자가 사상 최대의 3분기 영업실적을 발표했다. 애플과 특허소송을 벌이면서도 4분기 연속 기록경신에 성공했다. 영업이익 8조1000억원(증가율 20.5%)은 다른 상장사와 비교해도 압도적이다. 주요 118개 상장사 영업이익을 모두 합친 33조4000억원의 4분의 1에 해당한다. 시가총액 상위 10개 상장사 영업이익의 절반이다.

현대자동차도 삼성전자보다야 못하지만 다들 부러워하는 실적을 올렸다. 파업 와중에도 2조2400억원(증가율 12.4%)의 영업이익을 낸 것으로 추정됐다. 한국 경제를 이끄는 '전차(전기전자ㆍ자동차)군단'의 활약이 눈부시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남의 일로 여긴다. 그도 그럴 것이 삼성전자와 현대차만 장사가 잘되지 나머지는 10대 그룹마저 벌이가 시원찮다. 흑자는커녕 적자내는 곳이 수두룩하다. 상장기업 전부를 합쳐 계산하면 영업이익이 증가한 것으로 보이는데 삼성전자와 현대차를 빼면 큰 폭의 마이너스로 바뀐다. 증시도 마찬가지다. 코스피지수가 2000을 오르내리지만 시가총액의 5분의 1을 차지하는 삼성전자와 현대차를 뺀 체감 주가는 팍 떨어진다. 잘 나가는 전차군단 때문에 실제보다 부풀어 보이는 착시현상 때문이다.

전차군단이 뿜어대는 착시매연은 경제성장률에도 영향을 미친다. 정부가 주장하는 '3%대'든, 대다수 예측기관이 내다보는 '2%대 중반'이든 삼성전자와 현대차를 빼면 성장률이 뚝 떨어진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1%'의 느낌도 오지 않는다고 한다.

기업실적이 전자ㆍ자동차만 좋지 나머지는 업종과 기업 규모 가릴 것 없이 울상이다. 기업실적의 양극화가 수출 중심 대기업과 내수 중심 중소기업 사이뿐만 아니라 대기업 안에까지 나타나고 있다. 글로벌 경제 전장에서 전차(전기전자ㆍ자동차)군단은 저만큼 앞서가는데 뒤따르는 보병부대는 지치고 여기저기 부상당한 형국이다.
'전차군단 착시'는 외환위기 이전에 나타났던 '반도체 착시'를 떠올리게 한다. 1993~1995년 메모리 반도체가 호황을 누리며 1995년 성장률이 8.9%까지 치솟았다. 하지만 이듬해 D램 반도체 가격이 폭락해 무역적자가 커졌고, 결국 1997년 말 환란을 맞았다. 특정 산업에 치우친 성장은 쏠림의 정도만큼 리스크도 크다. 2008년 리먼브러더스 파산 직전 미국 금융산업의 성장기여도는 40%에 육박했다. 집값이 급락하면서 이들 집을 담보로 빌려준 서브프라임 모기지가 탈이 나자 미국은 물론 전 세계를 금융위기로 몰아넣었다. 갤럭시 스마트폰과 아반떼ㆍ소나타로 대표되는 전차군단에 무슨 문제가 생기면 한국 경제는 또다시 큰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

글로벌 경제 전쟁터 상황은 여전히 좋지 않다. 유로존 재정위기는 끝을 헤아리기 어렵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지속되는 세계경제 불황이 10년은 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국내 상황도 진퇴유곡이다. 가계는 1000조원의 부채폭탄에 신음하고, 건설사들이 부동산경기 침체 여파로 쓰러진다. 임기가 4개월여 남은 이명박 정부는 손을 놓고 있다.

더욱 답답한 것은 대선 후보들마저 경제민주화와 복지 확대만 외칠 뿐 위기대응 방안이나 저성장 타개책을 거론하지 않는 점이다. 지금 같은 '전차군단 착시' 불균형 저성장으론 일자리 창출도, 복지 확대도 어렵다. 저출산ㆍ고령화 여파로 15~64세 생산가능인구가 4년 뒤 2016년부터 줄어든다. 65세 이상 고령자가 14% 이상인 고령사회는 6년, 20% 이상 초고령사회까진 14년 남았다. 경제를 지속 성장시켜 소득을 3만~4만달러로 높여 선진국에 진입하려면 그 안에 해야 한다. 정치권이 늘 강조하는 민생은 경제 살리기가 출발점이다.



양재찬 논설실장 jay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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