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이 직접 밝힌 '서울전 징크스' 이유
[수원=아시아경제 전성호 기자]"우리가 더 잘해서? 솔직히 나도 잘 모르겠다. 누구한테 물어봐야 하나?"
취재진의 질문에 대한 라돈치치(수원)의 반문. 이보다 더 '수원-서울전 징크스'를 잘 설명하는 말은 없었다.
수원 삼성이 3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현대오일뱅크 K리그 2012 34라운드에서 FC 서울에 1-0으로 승리했다. 이날 승리로 수원은 서울전 7연승과 함께 K리그 최단기간 300승 기록도 달성했다.
승부는 묘한 지점에서 갈렸다. 후반 5분 만에 오장은이 올린 크로스가 그대로 서울 골문에 꽂힌 것. 수원에겐 기막힌 행운, 서울에겐 끔찍한 불운이었다. 이 골로 '슈퍼매치 징크스'는 7경기로 이어졌다.
주심의 종료 휘슬과 함께 경기장에 모인 모든 이들의 머릿속엔 한 가지 생각이 맴돌았다. "왜 수원은 유독 서울만 만나면 강한 것일까?" 최근 맞대결에서 서울은 매번 내용 면에서 수원을 압도했다. 하지만 결과는 늘 수원의 승리. 이날도 마찬가지였다.
자연스레 선수들을 향한 취재진의 질문도 궤를 같이했다. 라돈치치는 "우리가 서울보다 잘하기 때문"이라며 농담을 던졌다. 그리곤 오히려 취재진에게 "나도 왜 그런지 궁금하다"라며 되물었다. 그는 "서울이 다른 팀과 할 땐 공격, 수비, 압박 모두 대단한데 우리만 만나면 이상하게 힘을 못 쓴다"라며 고개를 갸우뚱했다. 라이벌전에 임하는 두 팀 사이의 묘한 기운을 얘기한 것이다.
주장 곽희주는 부담감을 지적했다. 그는 "앞선 우리와의 경기와 마찬가지였다"라며 운을 띄웠다. 이어 "데얀과 몰리나의 슈팅이 모두 우리 수비수에 맞지 않았나"라고 반문한 뒤 "아무래도 몸에 힘이 들어가니까 그런 것"이라고 지적했다. 더불어 "그러다 보니 서로 불만을 갖게 되고 공격도 무뎌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선방쇼를 펼친 수문장 정성룡은 단단했던 수비에 공을 돌렸다. 상대 공격 전술의 핵심을 제대로 짚었다는 얘기였다. 그는 "데얀과 몰리나가 서울 공격의 핵심이란 건 누구나 잘 안다"라며 "오늘 같은 경기는 그들 외에 배후를 침투하는 선수들을 잘 막아야 하는데 그 점이 잘됐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최근 경기를 통해 향상된 팀 수비 조직력이 빛을 발했다는 설명이었다.
오장은의 행운의 골에 대해서도 한마디씩 했다. 정성룡은 "이렇게도 들어가는구나 싶었다"라며 웃은 뒤 "아마 서울 선수들도 어이가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라돈치치는 "오장은이 내게 '형 주려고 했는데 들어갔다'길래 '잘 했다'라고 엄지손가락 세워졌다"라며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한편 경기를 마치고 나가는 서울 선수들의 분위기는 무거웠다. 하나같이 고개를 푹 숙이고 나가는 모습에 취재진조차 말을 붙이지 못했을 정도. 매번 우세한 경기를 펼치고도 패배를 맛본 터라 더욱 침통함이 가득했다.
정재훈 사진기자 roze@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