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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해영의 좋은시선]불문율에도 기준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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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다메스 리즈(사진=정재훈 기자)

레다메스 리즈(사진=정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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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프로스포츠 경기와 달리 야구에는 상대팀 또는 상대선수에 대한 불문율이 존재한다. 노히트 노런 경기가 진행 중인 상황 혹은 퍼펙트 경기가 진행 중일 때 기습번트 동작을 취하거나 기습번트를 대는 것이 대표적이다. 선수들 사이 매너가 없는 플레이로 간주된다.

여기서 관건은 번트 안타를 노리는 시점이다. 5회 이전의 시도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경기가 후반으로 진행될수록 자제되어야 한다. 하지만 많은 야구인, 팬들의 생각은 글쓴이와 다를 수 있다.
넥센 히어로즈의 전신인 현대 유니콘스 시절로 돌아가 보자. 2000년 7월 16일 수원구장. 당시 에이스였던 김수경은 해태 타이거즈를 상대로 8회까지 노히트노런을 이어나갔다. 문제가 불거진 건 9회 2사. 아웃 카운트 하나를 남겨두고 지저스 타바레스에게 기습번트 안타를 허용했다.

산산조각이 난 노히트노런은 당시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타바레스는 미국이 아닌 남미 출신이다. 국적이 미국이었다면 그는 기습번트를 대지 않았을 것이다. 더구나 용병 신분에 그해 성적이 부진했기에 이것저것 생각할 여유도 없었을 테다.

이처럼 한 가지 예에도 야구인들이 보는 시각은 천차만별이다. 지도자들의 생각은 더욱 그러하다. 연수를 메이저리그로 갔는지, 일본으로 갔는지에 따라 제각각 다른 눈을 가진다.
미국은 철저하게 개인을 중시한다. 수비하는 야수가 많은 실수를 하더라도 이닝 중 교체를 거의 감행하지 않는다. 투수에게도 웬만해선 고의사구를 지시하지 않는다.

일본은 다르다. 상대의 약점을 파고들어 경기를 가져가는 문화가 촘촘히 깔려있다. 지도자, 선수 누구도 ‘야구를 즐긴다’라는 말은 하지 않는다. 전투에 임하는 군인의 자세에 가깝다. 그래서 고의 사구나 이닝 중 교체는 비일비재하다.

5회 이전의 선발투수 교체도 흔하게 볼 수 있다. 1990년대 초반에는 선발 예고제도 없었다. 상대의 도루를 막기 위해 1루 베이스 근처에 물을 많이 뿌려 주자의 스타트를 힘들게 하기도 했다.

지난 5일 대구 LG-삼성전으로 돌아가 보자. 6회까지 무실점 호투하던 레다메스 리즈(LG)는 7회 2사 3루에서 강명구에게 홈 스틸을 허용했다. 오른발을 뒤로 빼고 투구를 준비하다 강명구가 뛰는 모습을 확인, 다급한 나머지 글러브에 공을 둔 채 오른손을 뺐다. 보크였다.

리즈는 바로 타석에 있던 김상수에게 빈볼을 던졌다. 몇몇 야구인들은 이를 무척 당황스럽게 여겼다. 하지만 당연한 조치로 받아들이는 시선 역시 적지 않았다.

글쓴이도 선수시절 불문율과 관련한 적잖은 견해차가 있었다. 감독은 성적에 대한 부담으로 가득한 자리다. 선수, 구단, 한국야구위원회(KBO) 등과 충분히 다른 의견을 보일 수 있다. 물론 그 상반 관계는 언제 어떻게 형성될지 모를 일이다.

엇갈린 시선을 이대로 방치할 순 없다. 어느 정도의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 서로 얼굴을 맞대고 의견을 나눠 많은 이들이 공감할 수 있는 틀을 만들어야 한다. 경기에서 야구인 모두는 적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넓게 보면 모두는 동업자다. 서로를 배려하는 마음만 있다면 충분히 해결이 가능하다.

매년 일어나는 수비수의 교묘한 병살 방해와 도루 방해. 그리고 많은 점수 차에서의 도루, 스퀴즈, 투수 교체. 불문율은 문서의 형태를 갖추지 않은 법을 뜻한다. 기준마저 마련이 불가능한 건 결코 아니다.

마해영 XTM 프로야구 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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